영화: 쌍화점(雙花店)
비극으로 끝난 왕과 왕비와 호위무사 사이의 삼각관계
￭ 개요
“쌍화점”(雙花店)은 “가시리” 등과 함께 얼마 전승되지 않는 고려가요 가운데 하나로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 즉 섹스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에로틱한 노래이다. 영화 <쌍화점>(雙花店)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인 왕과 왕과 동성애 관계를 맺으면서도 왕비와 사랑을 나누는 호위무사, 그리고 호위무사와의 사랑을 못 잊는 왕비 사이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0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대종상 음악상 및 미술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 줄거리
영화는 두 남자가 격렬히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는 고려 말, 왕(주진모 분)은 원나라 공주를 왕비(송지효 분)로 두고 있다. 그러나 왕과 왕비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왕은 왕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자와의 동성애에 빠져있다. 그는 매일 밤 침실로 남자를 불러들인다.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친위부대 건룡위의 총관 홍림(조인성 분)은 왕에게 절대 충성을 바치고 있다. 그는 왕의 호위무사인 동시에 왕의 동성애 상대이다. 그는 매일밤 왕에게 불려 가 왕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건룡위의 멤버들은 그런 홍림을 부러워한다. 특히 건룡위의 부총관인 승기(심지호 분)는 노골적으로 왕에게 왜 홍림만을 사랑하느냐고 질투를 한다.
원나라는 고려왕에게 후사가 없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 왕도 자식을 두었으면 하지만 동성애에 빠져있어 왕비와는 아예 합방조차 하지 않으니 자식이 생길 리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대궐 밖 정자로 소풍을 가 신하들과 가무와 시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왕을 암살하려는 자객들이 습격해 온다. 건룡위 병사들은 많은 희생을 내면서도 필사적으로 왕을 호위하여 위기를 넘긴다.
왕의 무술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건룡위 병사들과 함께 자객들과 싸워 그들을 물리친다. 왕의 목숨을 구한 일등공신은 건룡위의 총관인 홍림이다. 그렇지만 그를 시기하는 신하들은 건룡위가 잘못하여 자객들이 왕을 습격할 빌미를 주었다고 탄핵한다. 그렇지만 홍림에 대한 왕의 신임은 절대적이다.
원의 부당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자 어느 날 왕은 홍림을 불러 놀랄만한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은 아기를 만들 수 없는 몸이니, 홍림이 대신 왕비와 합방을 하여 자식을 만들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리면 거기서 태어나는 아이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겠다는 것이다. 홍림은 펄쩍 뛰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지만, 결국 왕의 간곡한 부탁에 그 제안을 수락한다. 한편 왕비도 왕의 그런 계획을 듣고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결국은 왕의 말을 듣는다.
홍림과 왕비가 합방하는 날이 왔다. 왕은 홍림과 왕비의 합방을 하는 옆방에서 괴로움과 질투심에 몸부림친다. 왕이 두 사람의 합방을 강요한 것은 오직 아들을 얻기 위해서이다. 만약 왕비가 임신을 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합방의 회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왕비와 홍림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왕은 질투 속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던 중 왕비는 임신을 하였다. 이제 왕비가 임신을 하였으므로 홍림의 역할은 끝났다. 그는 다시는 왕비를 만나면 안 된다. 그러나 이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홍림과 왕비는 숨어서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밀회를 계속한다.
어느 날 왕비가 병으로 자리에 누웠다. 왕이 왕비의 약을 지으러 의원을 찾아가자, 의원은 홍림이 이미 약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왕은 홍림이 아직도 왕비와 밀회를 하고 있다는 추측하고 격노한다. 홍림은 왕에게 자신의 잘못을 아뢰며 죽여달라고 하자, 왕은 두 번 다시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한 번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왕비는 홍림을 잊지 못하고 있다. 왕비의 간청으로 홍림은 다시 왕비와 밀회를 하는데, 왕이 그 현장을 목격한다. 체포당한 홍림은 거세를 당하고 지방으로 쫓겨 내려간다. 원의 간섭이 더욱 노골화하면서 고려의 위기는 높아지고 있다. 왕은 왕비에게 다시 옛날의 그녀로 돌아오라 하지만, 왕비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고자로 만들어버린 쫓아버린 왕을 용서할 수 없다. 그녀는 다시는 왕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러는 사이에 왕비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지방에서 이 소식을 들은 홍림은 왕비를 구하기 위해 서울인 개경으로 돌아온다. 궁궐에는 원의 사신을 접대하는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다. 홍림은 궁궐 안으로 잠입한다. 그는 왕을 만나 왕비를 놓아주라고 하지만 왕은 거절한다. 홍림과 왕 사이에 결투가 벌어진다. 왕의 검술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건룡위 대원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둘 사이에 치열한 일대일의 결투가 벌어지고, 결국 왕은 홍림의 칼에 찔려 죽는다. 홍림 역시 부총관 승기의 칼에 죽는다.
세월이 지났다. 높은 언덕에서 어린아이가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아마 왕비가 낳은 홍림의 아들인 것 같다.
￭ 약간의 감상
고전 에로영화라 해도 좋을 영화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화려한 화면이 볼 만하다. 아주 수준급의 사극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수천 편이 넘는 영화를 보았지만, 이 영화만큼 남자들 간의 동성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보지 못하였다. 나는 남자들의 동성애라면 아예 눈길을 돌려버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조차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
영화 속에는 고려 가요를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노래는 거의 쌍화점과 가시리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전해 내려오지만 사실 곡이 어떤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영화 제작자가 곡을 붙였을 것인데, 영화의 내용과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쌍화점이란 노래 제목과 가사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된 오래전 대학입시를 위하여 <쌍화점>을 외우고 뜻풀이 하곤 하였다. 쌍화점은 모의고사나 입시에 종종 나오는 노래였다. “쌍화점에 꽃을 사라 갔더니 회회 아비가 내손목을 쥐더라”에서 ‘회회 아비’가 무슨 뜻이냐는 문제가 종종 나왔다. 답은 아라비아 상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