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2) 대청호의 가을과 청남대의 은행나무 길
오늘 오후는 대청호 단풍구경 겸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대청호 주변에는 <대청호 오백리길>이라는 산책로가 있다. 대청호를 둘러싸고 있는 대전, 청주, 보은 지역에 위치하여 모두 21개 코스로 이루어진 길인데, 일부는 개통되고, 일부는 아직 공사 중이라 한다. 그 가운데 <로하스 길>이 특히 단풍이 아름답고 걷기도 좋다고 한다.
먼저 <대청댐 전망대>로 갔다. 지난달에 밤에 찾아와서 주변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30분 남짓 운전하여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완연한 가을날이다. 아직 단풍이 덜 든 곳도 많이 있지만, 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제법 보인다. 단풍이 선명하지는 않다. 올해는 어딜 가더라도 선명하고 깨끗한 단풍을 보기 힘든다. 오랜 장마 때문에 그런 곳 같다.
전망대 정자에 오르니 넓은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인다. 저 아래쪽으로는 대청댐이 보인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푸른 호수는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이곳 대청댐 일대도 산이 많은 것 같다. 강원도만큼 높지는 않지만, 대청호 건너편은 첩첩이 산이다.
전망대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리니 대청댐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꽤 가파르다. 계단을 오르면 댐 옆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에서 올려다보면 좀 전에 갔던 전망대가 보이고, 전망대 오른쪽으로는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호수의 다른 쪽이 보인다. 광장을 지나면 대청호수 물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 물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호수가를 잠시 산책한 후, 다시 광장으로 올라온 후 댐으로 갔다. 대청댐 위로는 도보길이 있어, 여기서는 댐의 양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보통 댐의 안쪽 호수는 풍부한 물로 아름답지만, 바깥쪽은 말라붙은 강으로 볼품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청댐은 댐의 바깥쪽도 나무가 우거지고, 강물도 제법 많아 호수와는 또 다른 절경을 만들고 있다. 문득 같은 가둔 물이라도 댐에 가둔 물은 깨끗한데, 보에 가둔 물은 왜 수질이 악화되는지 궁금해진다. 물의 양 때문인가? 아니면 물의 흐름이 다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댐의 물도 수질이 악화되는데 우리가 몰라서 그런 건가?
<로하스 길>을 산책하려는데, 어디로 가야 <로하스 길>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비를 찍어도 안 나온다. <대청호 오백리길>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지도는 나오는데, 정작 중요한 기점과 종점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로하스 길> 산책은 다음에 하지, 머...
청남대로 가기로 했다. 청남대 가는 길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 단풍이 아주 좋다고 한다. 이곳 대청댐과 청남대는 대청호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직선거리로는 2-3 킬로 정도에 불과하지만, 차로 가면 30킬로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청남대 가는 길은 양옆 가로수가 대부분 은행나무이다. 모두 노랗게 물들어있다.
청남대를 3킬로 정도 앞두고는 은행나무의 키가 부쩍 커진다.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한 은행나무들이 하늘을 덮을 만큼 우거져 있다. 마치 노란 은행나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청남대도 휴관일 걸로 생각했는데, 가보니 오픈되어 있다. 언제인지 확실친 않지만 청남대가 일반에 개방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관람객들이 산책하기 좋게 시설이 정비되어 있다.
청남대로 들어가 조금 걸으니 꽃으로 조경한 광장이 보이고 그 옆에 반송(盤松)이 양옆으로 늘어선 길이 있다. 반송이 이렇게까지 크는 줄 몰랐다. 높이는 5미터가 넘어 보이고, 줄기의 지름도 30센티 이상 되어 보인다. 이런 잘 생긴 큰 반송들이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으니 장관이다.
청남대는 경치가 기막힌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청호와 경계면이 급한 곳에 자리 잡아 위치를 조금만 바꾸면 또 다른 새로운 호수의 정경이 보인다. 누구의 생각으로 청남대를 건설했는지 궁금하다. 이런 절경을 혼자서 독차지하여 즐기려고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었다는 걸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때문에 이런 좋은 국민 정원을 갖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피라미드가 이집트를 먹여 살리는 것처럼...
계속 걸어 들어가니 호수 가에 정자가 나온다. 이 정자에서는 대청호의 툭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정자 옆으로는 <전두환 산책로>가 나온다. "에이, 길이 뭔 죄가 있나." <전두환 산책로>로 들어섰다. 대청호 옆 숲 속에 만든 아름다운 길이다. 왼쪽은 호수, 오른쪽은 울창한 숲이 계속된다. 늦가을이라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전두환 길이 끝날 즈음 양 옆에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침엽수 사이로 난 적은 길이 나오고, 여길 지나면 골프장이다.
다섯 시 반인데 벌써 해가 넘어간다. 적당한 산책으로 기분은 상쾌한데, 무릎에 조금 부담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