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홍원항 탐방

by 이재형

일주일 전 유튜브에서 서해 홍원항에 갑오징어가 대풍어란 동영상을 보았다. 생각해 보니 갑오징어는 어릴 때 먹어 본 적이 있고, 이후 수십 년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서해안 쪽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갑오징어 회를 파는 곳을 많이 보는데, 값이 너무 비싸 먹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갑오징어라 해서 특별히 다르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는데, 요즘엔 갑오징어 맛이 환상적이라는 글이나 동영상을 종종 본다.


그래서 지난주(5월 19일) 집사람과 함께 곧바로 홍원항으로 달려갔다. 홍원항은 서해 대천과 군산 사이에 위치한 어항으로서, 세종시에서는 가장 가까운 항구 가운데 하나이다. 홍원항 인근에는 서천 화력발전소, 마량포구, 최초 성경 전래지, 동백나무숲 등의 명소도 있다.

홍원항 풍경

홍원항은 그다지 크지 않은 어항이다. 따로 어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따라 활어와 선어 판매가게가 늘어서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는 대개 상자 단위로 해산물을 판매한다. 낱개 판매는 없고, 큰 상자인지 작은 상자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회가 가능한 갑오징어라면 크기에 따라 10마리 한 상자에 6~10만 원 정도. 우리는 9만 원짜리 한 상자를 샀다. 나는 병어회를 아주 좋아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물어보니 조금 때라 생선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일주일 지나 사리 때가 되면 생선이 어주 풍성해진다고 한다.


꽃게는 암컷에 비해 수컷이 엄청 쌌다. 숫꽃게 한 상자 3만 5천 원. 다니다 보니 간재미(가오리)가 보인다. 2만 원짜리 한 상자를 샀다. 5천 원을 주고 손질을 부탁했다. 그러나 껍질은 벗겨주지 않는다.

먹어 본 느낌은 다음과 같다.


■ 갑오징어: 회와 숙회로 먹었는데, 보통 오징어에 비해 조금 단단한 식감이지만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값은 보통 오징어의 3~4배 정도인데, 앞으로는 이 돈을 주고서까지 먹을 마음은 없다.

■ 숫꽃게: 나는 원래 꽃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먹기 귀찮아서이다.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으니 국물 맛이 괜찮다.

■ 간재미: 완전 대박. 몸통 부분은 찜으로, 날개 부분은 회무침으로 먹었다. 그런데 회무침으로 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겨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두 마리(날개 4개) 껍질을 벗기니 손아귀에 힘이 빠져 더 이상 벗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포기하고 날개 4개만으로 회무침을 만들었다. 지난 일주일 식사 때에는 이 간재미 회무침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최근 몇 년간 먹어 본 음식 중에 최고였다.

홍원항 어시장 거리

오늘 다시 홍원항으로 갔다. 홍원항의 대표적 생선은 갑오징어와 아귀이다. 갑오징어는 가성비가 낮아서, 아귀는 요리법을 몰라 포기하였다. 사려고 했던 간재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가게에서 간재미를 발견하고 2만 원을 주고 얼른 한 상자를 샀다. 그리고 가게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횟감용 광어, 횟감용 병어, 구이 및 찜용 도다리 한 상자씩을 샀다.


간재미 기본 손질비는 5천 원이지만, 껍질을 벗기려면 킬로당 5천 원, 모두 3만 원을 줘야 한단다. 2만 원짜리 간재미 한 상자 껍질을 벗기는데 3만 원을 줄 수는 없다. 일단 5천 원을 주고 기본 손질만 했다. 이하는 구매 내용.


■ 광어: 6킬로짜리 세숫대야 크기의 횟감용 선어 5만 원. 회 뜨는 비용 2만 원 추가.

■ 병어: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횟감용 병어 20마리 한 상자 5만 원

■ 간재미: 10마리 한 상자 2만 원

■ 도다리: 구이 및 찜용 8킬로 한 상자 만오천 원.

■ 뺀지: 근처 철물점에서 생선 껍질 제거용 뺀지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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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된 생선들

집에 돌아오니 이제 할 일이 산더미처럼 기다린다. 먼저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숫돌에 칼을 갈았다. 그동안 칼을 가느라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해 보았지만, 역시 단순무식한 숫돌이 최고다.


다음으로 병어 손질. 생선횟감 손질 가운데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병어 손질이다. 20마리 병어를 머리, 지느러미, 내장 제거한 뒤 개별 포장하여 냉동실에 보관.


다음은 간재미 껍질 벗기기. 한 상자 10마리이니까 날개는 20개. 새로 구입한 뺀지를 이용하니 별로 어렵지 않다. 홍원항에 가서 간재미 껍질 벗기기 알바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도다리 손질. 제일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일 힘든다. 머리와 지느러미를 제거해야 하는데, 큰 놈들이라 보통 식칼로는 어림도 없다. 생선가게에서 왜 엄청난 무게의 네모난 식칼을 사용하는지 비로소 알았다. 몇 년 동안이나 사용 않던 큰 네모 칼을 꺼내 겨우 대충이나마 손질을 할 수 있었다.


광어회를 꺼냈다. 접시에 거의 수북이 꺼냈는데, 전체의 1/5도 안된다. 앞으로는 당분간 매일 광어회, 광어초밥, 회덮밥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일본에서 사 온 청주 "고시노 호마레"(越の譽)를 곁들이니 이런 행복이 다시없다. 광어회, 병어회에 간재미 무침까지, 당분간은 매일 식사 시간이 기다려질 것 같다.

20250528_204509.jpg 광어회에 청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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