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나비

의문의 미녀를 둘러싼 연쇄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by 이재형

■ 개요


젊은 사람 가운데서도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밤마다 불을 찾아 헤매는 사연”으로 시작되는 <불나비사랑>이라는 가요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노래는 1965년에 제작된 영화 <불나비>의 주제가이다. 이 영화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주제가는 영화 이상으로 대히트를 쳤다. 이 영화는 주인공으로서 당시의 톱스타였던 신영균과 김지미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하였으며, 의문의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물이다.

https://youtu.be/RYbT1gVancM?si=Zv5AQx22Tws0Xgw0


■ 줄거리


한 미녀(김지미 분)가 차를 몰고 강가에 낚시터로 향한다. 여자가 낚시를 하고 있는 청년에게 “미스터 김”이라 부르며 달려가는데, 청년은 이미 죽어있었다. 깜짝 놀란 여자는 정신없이 차를 몰고 그 자리를 벗어나다가 사고를 일으켜 절벽에 떨어질 뻔한다. 이때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젊은이가 그녀를 구출해 준다. 그는 성훈(신영균 분)이라는 이름의 젊은 변호사였다. 그가 여자를 차에서 꺼내자 차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성훈은 여자에게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을 “미세스 양”이라고 소개하면서 지금은 그랜드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성훈이 그녀에게 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아주 먼 곳”이라고 대답할 뿐이다.


성훈의 비서인 미스 강이 성훈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녀가 저녁 약속이 있다면서 성훈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호텔로 미세스 양을 만나러 간다. 그런데 누군가가 성훈의 뒤를 미행하고 있다. 호텔에서 미세스 양을 만난 성훈은 그녀를 좋아한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그러나 미세스 양은 자신은 카르멘처럼 남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여자라고 하면서 그를 거절한다. 어쩔 수 없이 성훈은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미세스 양이 룸에서 자려고 하는데, 성훈이 갑자기 방으로 쳐들어온다. 성훈이 사랑한다면서 함께 밤을 하자고 하지만, 미세스 양은 그의 말에 넘아갈 뻔하다가 그래서는 안된다며 겨우 그를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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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성훈이 다시 호텔로 찾아가니 미세스 양은 이미 체크아웃한 뒤였다. 성훈이 직원에게 그녀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미세스 양이 아니라 안 여사라고 하면서 이곳에 자주 묵는 손님이라고 한다. 성훈이 호텔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장바구니를 든 미세스 양을 목격한다. 그가 미세스 양을 미행하니, 그녀는 어느 낡은 집 2층으로 들어간다. 그가 집주인에게 위층의 여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와 무슨 일이냐고 시비조로 묻는다. 성훈이 남자와 함께 나온 미세스 양에게 자신을 모르느냐고 묻자 여자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남자가 자신의 아내에게 무슨 짓이냐며 성훈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여자가 말린다. 성훈은 할 수 없이 그곳에서 물러나온다.


성훈의 뒤를 미행하던 남자가 성훈에게 술이나 한 잔 하자면서 말을 걸어온다. 두 사람은 함께 술집으로 들어간다. 그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한창식(박암 분)이라고 밝히고, 자신은 미세스 양의 숭배자로서 자신과 미세스 양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한다. 미세스 양의 진짜 이름은 민화진으로서, 자신은 화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그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한다. 민화진은 자신에게 마치 아편꽃과 같아, 그녀를 쫓아다니느라 직장과 가정을 다 던져버리고 지금은 폐인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성훈은 밤길을 홀로 걸어 집으로 간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의문의 남자이다. 불안감이 든 성훈이 뒤를 연신 돌아보지만 그 남자는 그냥 성훈의 옆을 지나가버린다. 성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갑자기 차가 달려온다. 성훈이 겨우 차를 피했다. 차에서 내린 자와 조금 전 성훈을 지나친 남자가 성훈에게 조심하라며 협박을 하고는 사라진다. 성훈의 옆에 있는 길가의 주택 나무 대문에는 단도가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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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기사가 실려있었다. 성훈은 이전에 절벽에서 떨어진 민화진의 차 넘버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경찰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에게 차 번호를 알려주고,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뜻밖에도 차 주인은 굴지의 대기업인 우일산업의 민 사장이었다. 그는 우일산업의 주차장으로 가서 같은 넘버의 민 사장의 낡은 차를 확인한다. 성훈은 민화진이 민 사장의 차를 부수고, 헌 차를 대신 주었는데도 아무 말없이 이를 받아들였다는데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다.


성훈은 잡지에서 민화진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녀는 대학교 때 메이퀸으로 선발되었으며, 지금은 대전의 어느 거부의 아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민화진은 민 사장의 여동생이었다. 민화진은 오빠인 민 사장을 아주 싫어한다. 그녀는 오빠의 집을 뛰쳐나와 성훈을 찾아온다. 두 사람은 나이크 클럽에서 함께 춤을 춘다. 무대 위에서는 김상국이 “불나비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훈은 춤을 추면서 민화진에게 그날 강 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묻는다.


민화진이 성훈과 함께 집에 돌아오자 민사장이 기다리고 있다. 민 사장이 민화진에게 남편 병세가 악화되었으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민화진의 남편은 전쟁 때 척추를 다쳐 성기능이 마비되었는데, 지금은 증세가 한층 더 악화되어 하반신 불수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성훈이 돌아 나오려는데 민화진이 갑자기 키스를 해온다. 이 모습을 본 민사장은 총을 꺼내 성훈에게 총을 겨누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친다.

성훈은 미스 강을 가정부로 변장시켜 민 사장의 집에 잠입시켜 정보를 조사하라고 부탁한다. 성훈은 민 사장이 살인사건과 관련 있다고 의심한다. 민 사장은 대전에서 온 전화를 받고 당황한다. 그때 깡패 같은 사내가 민 사장을 찾아온다. 그는 바로 이전에 성훈이 낡은 이층 집에서 민화진의 남편이라 자처하였던 문인수였다. 그는 민화진을 가만 두라고 하면서 으름장을 놓고는 욕설을 퍼붓고 나가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협박을 한다.


성훈은 미스 강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이전에 민화진이 살았던 이층 집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집 앞에서 당황해하는 민 사장을 발견한다. 성훈이 급히 이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문인수가 죽어있었다. 문인수는 호수에서 죽은 청년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되었다.


성훈은 민화진으로부터 자신과 민 사장은 친남매가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성훈은 민 사장을 찾아가 살인 사건에 대해 추궁하지만, 민 사장은 대답을 거부한다. 그러자 미스 강이 나서 살해당한 사람은 어제저녁 이곳을 찾아왔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러자 민 사장은 자신이 이층 집을 찾았을 때는 벌써 문인수가 죽어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훈에게 제발 민화진과의 관계를 끊어달라고 부탁한다. 성훈은 점점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범인은 아마 화진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일 텐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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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은 민화진의 숭배자라는 한창식을 찾아가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철원에 있는 민 사장의 별장에서 승마 기수와 함께 있다고 한다. 성훈은 별장으로 찾아가 화진에게 문인수 살인사건에 대해 알려주며, 범인은 화진과 관계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그녀는 오빠인 민 사장을 의심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에 대해 소상히 털어놓는다. 자신이 지금까지 남자들과 방탕한 생활을 해왔던 것은 오빠에 대한 복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이 지금까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문인수뿐이었다고 했다.


성훈이 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타지 않는 말을 발견하고, 그 옆에는 화진과 함께 승마를 즐기던 기수의 시선이 발견되었다. 이때 화진의 별장에 묶여 있던 사나운 개들이 성훈을 공격해 온다. 그는 나무에 올라가 겨우 몸을 피하고, 지나가는 트럭에 뛰어올라 무사히 그곳을 벗어난다.


비 오는 날 밤 민화진은 다시 민 사장의 집으로 온다. 그렇지만 민화진은 냉랭한 모습을 보인다. 화진이 살인범으로 신고하겠다며 소리치자 민 사장은 화진을 전화줄로 목을 감아 죽이려고 한다. 이때 미스 강이 들어와 그녀를 피신시킨다. 민 사장은 따라 나와 화진에게 제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한다. 얼마 뒤 민 사장이 거실에서 술병을 찾고 있는데,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를 찌른다. 얼마 뒤 미스 강이 민 사장의 시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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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은 성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민 사장의 집에서 일을 하는 문인수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과 민 사장은 이복 남매 사이로 오빠가 자신을 강간해 순결을 짓밟았으며, 그 후 자신이 오빠를 계속 거부하자 정략결혼으로 자신을 양 씨 가문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하였다. 자신은 오직 오빠 밑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그 혼담을 승낙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은 성불구자였다. 오빠는 그 사실을 알고서도 재산을 노리고 화진을 시집보낸 것이었다.


결혼 후 자신은 독수공방으로 나날을 보내왔다. 어느 날 민 사장이 자신의 방에 침입하여 관계를 계속하자고 강요하자, 그녀는 칼을 들고 반항했다고 한다. 그녀는 오빠에 대한 복수를 결심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이 문인수였다. 사랑을 빼앗긴 문인수는 깡패로 변해있었다. 문인수는 화진에게 돌아가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성훈이 왜 그런 좋은 사람을 두고 다른 남자들과 방탕한 생활을 보냈느냐고 묻자, 화진은 문인수가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이젠 앞으로 불쌍한 남편 곁에서 그를 돌보면서 조용히 한평생을 보내겠다고 한다.


얼마 후 성훈의 사무실에 선배인 경찰이 찾아온다. 그는 성훈에게 화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고 하면서, 경찰로서는 살아남은 사람에게 혐의를 둘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창식 사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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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은 기차로 대전의 민화진을 찾아간다. 화진은 남편 옆에서 살림을 하며, 목장에서 소젖을 짜는 그런 평화스러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화진은 휠체어로 이동하는 자신의 남편을 소개해준다. 그는 놀랍게도 바로 한창식이었다. 돌아오는 길, 성훈이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경찰 선배에게 알려주려 전화를 하려 할 때 한창식과 그의 운전사인 송 기사가 다가와 성훈을 납치한다. 그리고는 셋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자며 성훈을 외딴곳으로 데려간 후, 그곳에서 성훈을 죽이려 한다.


위기에 빠진 성훈은 틈을 보아 반격을 하고, 그들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진다. 결국 싸움 끝에 성훈이 이기고, 한창식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 약간의 감상


60년 전의 영화이지만 아주 수준급의 착품이다. 요즘에 들어서도 이 정도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찾기가 쉽지 않다. 오랜만에 보는 신영균과 김지미, 그리고 무대 위에서 “불나비사랑” 노래를 부르는 김상국의 모습도 반가웠다.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60년 전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이다. 이 영화 초반 부분 미세스 양이 묵고 있던 “그랜드 호텔”은 당시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던 일류 호텔이었다. 아마 야당 중진 의원으로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바가 있는 고흥문 씨의 소유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이 들어서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랜드 호텔은 서울의 최일급 호텔이고, 민 사장의 집, 그리고 민화진의 남편인 한창인은 모두 거부로서, 그들의 집은 당시의 최고 호화저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인테리어가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당시에 영화를 감상했던 사람들은 그런 호텔과 집을 보고는 그 호화로움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눈으로는 마치 값싼 여관이나 시골집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민화진이 대전의 집에 찾아온 성훈 앞에서 전화를 받으며, 남편을 위해 특별히 전화를 들여놓았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그 당시에는 비록 부자라 하더라도 집에 전화를 놓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거부인 한창식의 집에 전화를 놓은 것에 대해 민화진이 일부러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듯 특별한 일이었던 것이다. 당시에 전화는 “백색전화”와 “청색 전화”로 구분되었다. 백색전화는 소유권 이전이 가능한 전화였는데, 그 가격이 괜찮은 집 한 채 가격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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