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를 보는 재미

by 이재형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8년, 세기의 축구 대결이 펼쳐졌다. 지구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30억 인구를 대표하는 두 나라, 중국과 인도 사이의 대회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두 팀은 치열히 싸웠으나 승부는 결국 0:0 무승부로 끝났다.


중국은 그동안 급성장을 거듭해 와 종합적인 국력은 물론 경제, 스포츠 등 여러 면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중국의 기세는 무섭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는 미국과 같았지만, 은메달이 부족하여 아깝게 1위 자리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이렇게 욱일승천하는 중국 스포츠에 하나의 수수께끼가 있으니 바로 축구이다. 중국에서 축구는 농구에 이어 인기 순위 2위라고 한다. 축구는 중국의 국기(國技)라 할 수 있는 탁구를 이미 제쳤으며, 곧 농구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정부는 "축구굴기"를 내세워 정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축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있는 축구이건만 성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가 FIFA 랭킹 23위인데, 중국은 94위에 불과하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최종전에서 바레인에게 극적으로 승리하여 겨우 예선 꼴찌를 면했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도 일본, 한국에 이어 현격한 격차로 3위에 머물고 있다. 그 아래에는 북한, 몽골 정도가 있을 뿐이다. 중국 축구팬들은 중국 국가대표팀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30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숨 쉬고 있다. 그래도 인도 축구는 남아시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골목대장 행세는 하고 있다.

중국 축구와 국가대표팀은 정말 수수께끼이다. 그렇게 많은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하여 실력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팬들은 열광적으로 대표팀을 응원하지만, 대표팀은 매번 그런 팬들을 절망시킨다. 중요 시합에서는 매번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결국은 좌절한다. 그들에겐 싱가포르, 라오스, 베트남 등 어느 한 팀도 만만한 팀이 없다. FIFA가 중국을 배려하여 아시아에 8.5매의 본선 티켓을 주었으나, 중국은 그마저 잡지 못했다. 아니, 최종 티켓은 언감생심, 탈꼴찌를 위해 사투하였다.


어느 중국팬이 중국이 월드컵에 본선에 참가하려면 본선 티켓이 최소한 100장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팬이 택도 없는 소리라며, 200장은 되어야 그래도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또 어느 팬은 중국이 예선을 통과하려면 아시아 지역을 떠나 남극 지역으로 가서 펭귄팀과 예선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것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의 월드컵 예선탈락을 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중국의 예선 통과를 진심으로 바랐다. 나는 축구시합이 있으면 우리 대표팀의 승패 결과보다 중국팀의 결과를 먼저 찾아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중국 축구에 특별한 애착을 갖는 것은 아니다. 중국 축구를 보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중국 팬들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중국 축구가 간당간당 예선을 통과하면 그때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조롱하는 팬들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


나는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일전이나 월드컵 본선전 정도만 가끔 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전만은 꼭 챙겨본다. 결과는 항상 뻔하지만 중국팬들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좀 악취미이긴 하지만, 이것도 살아가는 재미의 하나이다. 중국팬들은 대표팀을 "국대 돼지", "닭백숙"이라고 조롱하는 것 같다. 다음 월드컵에는 중국도 반드시 예선을 통과하여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보다 더 리얼한 코미디도 없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