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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31. 2021

드라마: 군사 칸베에(軍師官兵衛)

일본 전국시대 희대의 전략가의 일생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은 9개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제3부대는 쿠로다 나가마사(黒田長政))가 이끄는 11,000명의 부대였는데, 이 부대는 동래에서 김해로 침입하여 경상 우도를 따라 올라와 성주, 추풍령을 넘어 충청도의 영동으로 나와 청주 방면으로 침입하였다. 이 쿠로다 나가마사의 아버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군사(君師)로 활약하였던 쿠로다 칸베에(黒田官兵衛)이다. 쿠로다 칸베에는 현역에서 은퇴를 한 후 법명(法名)을 죠스이(如水)로 하였다. 일본 NHK 대하드라마 <군사 칸베에>(軍師官兵衛)는 바로 쿠로다 칸베에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서 2014년에 방영되었다.


쿠로다 칸베에는 일본 전국시대에서도 아주 특이한 무장이다. 하리마(播磨)의 힘없는 지방 사무라이의 아들로 태어나, 곡예를 하듯 전국시대라는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며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휘하 장수로 성공을 하였고, 이후 노부나가가 죽은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정권을 잡는데 절대적으로 기여를 하면서, 히데요시의 군사(軍師)로서 승승장구하였다. 그는 전국시대에는 드물게 매우 뛰어난 지략가였으며, 때로는 그 스스로 너무 자신의 지략을 과신한 나머지 몇 번의 위기도 맞이하였다. 그리고 히데요시가 죽은 후 스스로 천하인(天下人)이 될 욕심도 가졌으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세키가하라(関が原) 전투에서 승리하여 권력을 잡자 스스로 그 욕심을 포기하였다.

이 드라마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은 쿠로다 칸베에가 지방의 작은 사무라이에서 전국(戰國) 다이묘로 성장하기까지로 그 주 무대는 하리마(播磨) 지방의 히메지(姫路) 및 야마자키 지역이 된다. 칸베에는 전국시대 후기 하리마 지방의 쇼묘(小名) 오데라 가문을 모시는 사무라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쇼묘란 영지의 산출량이 1만 석 이하인 영주를 말하는 것으로 1만 석 이상의 영주는 다이묘(大名)라 한다. 하리마 지방은 오다(織田)와 모리(毛利)라는 막강한 두 개의 세력 사이에 끼여 있으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에 붙어야 한다. 오데라 가문은 칸베에의 진언을 따라 오다 가에 붙었으나, 그러면서도 계속 눈치를 보면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저울질한다.


오다 가문과 모리 간의 전쟁이 일어나자 오데라는 오다를 배신하여 모리 측에 붙는다. 이 때문에 칸베에는 함정에 빠져 지하 감옥에서 1년 동안 유폐되고, 그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게 되는 장애를 가지게 된다. 결국 오데라 가문은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멸망당하고 계속 노부나가에 충성을 다하였던 칸베에는 노부나가의 가신이 된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유력 가신의 하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군사로서 활약하게 된다.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명령에 따라 모리와의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 와중에 노부나가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의 모반에 의해 사망한다.


노부나가의 사망 소식을 들은 히데요시는 전쟁의 정점에서 어쩔 줄 몰라한다. 이때 칸베에는 지금이 천하의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히데요시를 설득하여, 군사를 돌려 전격적으로 아케치 미츠히데를 치게 된다. 미쯔히데의 군대를 간단히 제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최고의 권력자로 등장하고, 그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칸베에는 히데요시에 의해 중용된다.


두 번째 부분은 부젠(豊前) 지방의 나카즈(中津)를 무대로 하고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후계자로 권력을 잡게 되고, 그 공로를 인정받은 칸베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게 칸베에의 힘이 커지게 되자 히데요시의 참모이자 비서 격인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가 노골적으로 히데요시와 칸베에를 갈라놓으려 하고, 또 히데요시 스스로도 칸베에를 부담스러워한다.

서쪽의 모리(毛利)에서 동쪽의 도쿠가와(德川)까지 혼슈(本州)를 거의 평정한 히데요시는 드디어 규슈(九州) 평정의 길에 나선다. 히데요시는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다이묘들에게 규슈 정벌을 위한 군사를 내도록 명령하며, 칸베에도 그 명령에 따라 큐슈로 출병을 한다. 규슈 정벌군은 곧 규슈 전역을 평정하며, 칸베에는 그 보상이란 명목으로 규슈의 부젠 지방 나까즈 지역으로 봉토를 바꾸게 된다. 이는 칸베에를 껄끄럽게 여긴 히데요시와 미츠나리가 칸베를 멀리 떼어놓기 위한  책략이기도 하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전에는 소탈하고 매우 인간적인 인물이었으나, 권력을 잡으면서 폭주한다. 덕망 높은 스님이자 그의 차도(茶道) 스승이기도 한 센 리큐(千利休)를 죽이고, 조선 침략을 도모한다. 그러마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폭주 끝에 사망하고, 그 권력의 공백기에서 칸베에는 인생 최고의 승부수로서 스스로 권력을 잡을 계획을 꾸민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여 전국의 다이묘들을 평정하자, 그 계획을 포기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쿠로다 칸베에와 그의 가문의 영지인 부젠(豐前) 지방은 지금의 후쿠오카(福岡)를 중심으로 한 규슈 북쪽 지방 일대이다. 쿠로다 가문은 부젠 지방에 터를 잡자, 그 중심지인 후쿠오카에 성을 건설하고, 이 지방을 그들의 영지로 한다. 지금은 유적만 남아있는 후쿠오카 성은 바로 칸베에의 아들 쿠로다 나가마사(黒田長政)가 건설하였다. 이후 쿠로다 가는 규슈 지방의 대표적인 다이묘로서 뿌리를 내렸다.


쿠로다 칸베에는 어려운 시절부터 몇 명의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두었고, 이들 부하들은 칸베에가 성공을 거두기까지 큰 활약을 한다. 그 가운데 모리 타헤에(母里太兵衛)란 인물이 있다. 매우 난폭하고 거친 인물로서 전투에서 많은 공을 세워, 칸베에의 오른팔이라 할 만한 자이다. 그는 칸베에의 명을 받아 히데요시의 최측근 무장인 후쿠시마 마사노리(福島正則)를 찾아가게 된다. 마사노리 역시 거칠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 이 두 사람이 만나 술 마시기 시합을 벌인다. 타헤에는 그냥 술 시합이라면 싱거우므로, 마사노리가 제일 아끼는 명창(名槍)인 <일본호>)(日本號)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 술 시합에서 타헤에가 이겨, 그는 마사노리로부터 창을 빼앗아온다.


이 일화를 소재로 한 노래가 <쿠로다 부시>(黒田節)로서, 쿠로다 가문의 무사들의 사나이 의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노래는 후쿠오카 지역의 대표적인 민요로서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다.


黒田節


酒は呑め呑め

呑むならば

日本一(ひのもといち)のこの槍を

呑み取るほどに呑むならば

これぞ真の黒田武士


쿠로다부시


술은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면

일본 최고의 이 창을

마셔서 뺏을 정도로 마시게 되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쿠로다 무사


https://youtu.be/BLlJ2Pbn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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