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미국정부와 CIA의 추악한 공작
영화 페어 게임(Fair Game)은 “플레임 사건”을 그린 영화로서 2010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죠셉 윌손의 회고록 <진실의 정치>(The Politics of Truth)와 그의 아내 발레리 블레임의 회고록 <페어 게임>을 기초로 하여 제작되었다. 플레임 사건(Plame Affair)이란 미국의 전직 외교관 죠셉 찰즈 윌슨의 아내인 발레리 플레임이 사실은 CIA의 요원이라는 사실이 매스컴에 누설되어 폭로된 사건이다. 당시 죠지 부시 정권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선동적인 주장을 흘리고 있었는데, 죠셉은 이것을 정보 조작이라고 비판하였다. 이 사건은 “플레임게이트” 또는 “CIA 리크 사건”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성 CIA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 윌슨(Valerie Plame Wilson)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테러조직이나 핵무기 등과 같은 미국의 안전에 대한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이즈음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테러 공격을 계기로 미국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9/11 테러가 발생한 한 달 후, 발레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백악관은 그녀에게 이라크에서 정보팀을 지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녀의 임무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팀장이 된 발레리에게 그녀의 상사 잭은 비밀정보를 알려준다. 그것은 이라크가 나이지리아로부터 속칭 “옐로 케이크”라 하는 우라늄 광석 정제품 500톤을 구매하기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정보였다. 이 정보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이 끝났다고 알려져 있는데, 부통령실에서 다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CIA 상층부는 발레리에게 다시 나이지리아로 가서 이 문제를 조사해 보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발레리는 잭에게 이 임무에 적합한 인물로서 자신의 남편인 조를 추천한다. 조는 전직 대사로서 중동문제에 정통하기 때문이었다. 조는 CIA로부터 자신의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나이지리아로 날아간다.
나이지리아에는 두 개의 우라늄 광산이 있는데, 하나는 물에 잠겨 있어 폐광 상태이며, 다른 하나는 독일, 일본, 프랑스 3개국이 관리하고 있었다. 원래 500톤의 우라늄은 비밀리에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한 양이다. 우라늄 500톤을 수송하려면 자동차가 일 년에 겨우 몇 번 정도만 다니는 작은 마을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을 대형트럭 50대가 통과한다면 주민들이 이를 알아채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은 가뭄에 시달리는 나이지리아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해 왔다. 조는 그런 상황에서 나이지리아가 미국을 배신하고 우라늄 광석을 이라크에 판매하는 행위를 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비슷한 시각, CIA 본부에서는 이라크가 중국으로부터 6만 개의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를 주문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책회의를 열고 있었다. 발레리도 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자칭 핵무기 전문가인 터너는 이 알루미늄 튜브가 우라늄을 농축하고 핵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발레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알루미늄 튜브가 재래식 무기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터너의 의견이 거짓이라 반박한다. 발레리는 여러 정보를 종합할 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나 핵무기를 생산할 음모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몇 달 후 부통령의 수석보좌관인 스쿠터 리비가 CIA에 찾아온다. 그는 분석가들을 한 명씩 면담하여 이라크가 정말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있는가에 대한 견해를 묻지만, 그의 속셈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라는 CIA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리비는 CIA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한다고 의심하고 있는 터너에게 관심을 보인다. CIA 내에서는 이미 터너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비는 터너를 백악관에 데려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의혹을 대통령에게 설명하도록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발레리와 CIA 간부는 크게 실망한다. 발레리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발레리는 이라크 태생의 여의사 자흐라 하산을 만나,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하산의 오빠인 하마드는 이라크에서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물리학자였다. 발레리는 하산에게 하마드와 그 가족을 이라크로부터 탈출시켜 줄 테니 핵무기 제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라크로 날아간 하산은 하마드에게 핵무기 개발에 대해 묻는데, 하마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미 이라크 경제는 파탄에 이르러 핵무기는커녕 탱크의 부품조차 조달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핵무기 개발 의혹을 일거에 부인한다. 하마드는 발레리의 약속을 믿고 가족들을 데리고 이라크 탈출을 기도하지만, 발레리의 부탁을 받은 미국 정보당국이 이를 고의로 거부하는 바람에 그들의 탈출은 무산된다.
하마드 이외의 다른 이라크 과학자들의 증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체니 부통령, 콘들리스 라이스 대통령 안보보좌관 등 정부의 주요 관리들은 이라크가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계획하고 있는 알루미늄 관을 언급하면서, 이라크가 다시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발언하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백악관에 흘려보내는 것이 명백하였지만, 발레리 등은 이미 그것을 제지할 힘이 없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발레리는 상사들에게 하마드와 다른 과학자들을 구출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들은 대량살상무기를 찾는 일이 급하다며 그 부탁을 거절한다. 발레리는 스스로 그들을 구출할 결심을 하고, 이 사실을 하마드에게 알린다.
한편 조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찾지 못한 것”이라는 제목으로 나이지리아에서 자신이 확인한 사실과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너무나 다르다는 내용의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였다. 이 칼럼은 너무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은 끝에 옐로케이크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고 물러섰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된 리비는 조의 신원을 조사한 끝에 그가 발레리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CIA의 정보를 누출할 계획을 세운다. 그 정보란 바로 조의 아내 발레리가 CIA 요원이라는 사실이었다. 즉 조가 CIA 요원인 아내를 통해 나이지리아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맡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조의 조사가 부적절하였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그의 노림수였다.
발레리가 CIA 요원이었다는 사실에 신문을 통해 폭로되자, 그녀가 세계각국에서 행해왔던 중요한 임무들이 모두 중단된다. 이라크에서 하마드를 구출하는 일도 불가능하게 되어, 발레리는 빌에게 과학자들을 구출해 달라고 다시 부탁하지만, 빌은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하며 그녀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한다.
조와 발레리의 집으로 협박전화가 자주 걸려왔고, 발레리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통학길을 바꾸고 전화번호도 교체한다. 한편 여의사 자하라가 발레리를 찾아와 자신의 오빠가 미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화를 내고 돌아간다. CIA에서도 발레리를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그녀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조는 발레리의 신원을 공개한 것은 <정보요원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신들은 미국정부로부터 보복을 받고 있다고 대중들에게 호소한다. 조의 호소는 많은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이즈음 조는 대통령 보좌관인 로비가 발레리에 대해 “페어 게임”, 즉 최적의 공격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조사회원회가 정리한 보고서에는 죠가 CIA 요원인 아내로부터 나이지리아 조사 임무를 돌려서 받았고, 그 결과 돈이 탐나 아내의 연줄을 이용하여 잘못된 조사보고를 하였다고 기록되었다.
조는 사람들로부터 “뻔뻔한 자”, “공산당의 앞잡이” 등의 비난을 받았다. 또 발레리는 뉴스에서 무능한 요원으로 낙인찍혔다. 이러한 일방적인 매도에 크게 낙담한 발레리는 조를 남겨둔 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간다. 전직 공군 중령인 발레리의 아버지 샘은 의기소침해진 딸을 칭찬하며, “그 멍청이 정부가 일을 잘못하고 있어, 그 사실을 잊지 마 “라며 그녀를 격려한다.
며칠 후 리비가 기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일거에 반전되었다. 리비가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30년 형을 받게 되는데, 이 범죄 혐의가 대통령에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발레리는 다시 조에게 돌아와 모든 것을 잃더라도 이 결혼 생활만은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조와 발레리는 서로를 꼭 껴안는다.
조는 다시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면서, 전쟁의 발단이 된 대통령의 일반교서 연설이 아내 발레리의 이름이 누설된 사건으로 바꿔치기당해버렸다는 사실을 호소한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정부의 죄는 우리들 부부가 아니라, 국민에 대해 행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청중들의 동의를 이끌어낸다. 한편 발레리는 마침내 위원해에서 증언할 결심을 굳힌다. 발레리가 증언하는 가운데 흘러나오는 발레리의 영상아래에서 그녀는 “진실을 밝히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
리비는 유죄 판결을 받고 2년 반의 징역형과 25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그렇지만 부시 대통령은 감형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2006년,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문제가 된 정보는 자신이 유출하였다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