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로틱 무비를 대표하는 작품
1960~70년대 프랑스 에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이라면 단연 <엠마뉴엘>과 <O의 이야기>(Histoire d'O)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소설은 세계적인 히트를 쳤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오늘 소개하는 <르네의 사생활>(Histoire d'O)은 <O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으로서, 1975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O의 이야기>(Histoire d'O, Story of O)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르네의 사생활”로 바뀌었다. 르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O”의 연인이다. 이 작품은 에로 영화인만큼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O”이며, 르네는 그다지 존재감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별로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다.
<엠마뉴엘>이 자유분방한 성을 즐기는 외교관 부인의 성적 어드밴쳐를 그린 작품인데 비해 <O의 이야기>는 소프트한 S&M(sadism and masochism)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마조히스트 적인 성향을 가진 O가 성적 피학대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작 소설은 프랑스의 작가인 안 테클로가 “폴린 레아주”란 필명으로 썼다. 그랬기 때문에 원작자의 신원은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는데, 소설 출간 후 40년이 지난 1994년에서야 테클로가 스스로 본인의 작품이라 밝혔다고 한다. 이 소설은 1955년에 처음으로 공개되고, 얼마 후 프랑스의 문학상인 “되마고 상”을 수상하였지만, 프랑스 당국은 이 소설을 음란물로서 수년 동안 출판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소설은 1965년에 영문판으로 출판되었는데,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쥐스트 야에킨(Just Jaeckin) 감독이 연출하였다. 쥐스트 야에킨 감독은 전 해에 <엠마뉴엘>을 감독하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O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밝혀왔으며, 세계적 대히트를 친 <엠마뉴엘> 이후 그 속편을 제작해 달라는 제안을 거부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가 공개된 이후 원작소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모델 사진작가인 O는 애인인 르네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로 가고 있었다. 르네는 O에게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차가 숲 속 좁은 길로 접어들었을 때 르네가 O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말한다. O가 그 말에 따른다. 얼마 후 차는 숲을 지나 어느 성 안으로 들어간다.
성 안에는 많은 남녀들이 있었는데, 여자들은 한결같이 알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자들은 마치 성노예처럼 남자들의 명령에 고분고분 복종한다. 르네는 O에게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자들에게 복종하며 성적 학대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며 O도 르네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날부터 O에게 성노예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채찍질이 가해지며, 다양한 성적 학대가 가해진다. O는 이러한 성적 학대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며, 오히려 그로 인해 성적인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 며칠 동안 계속된 이런 생활이 끝나자 O는 성(城)의 소유자이자 이 모임의 우두머리인 로시로부터 쇠 반지를 받는다. 이것은 그녀가 이 모임의 회원임을 표시하는 상징물이며, 앞으로 남자 회원 누구로부터의 성적 요구도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성에서 나온 O는 다시 일상 생활인 사진작가의 일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재클린이라는 여자 모델을 만나 그녀의 사진을 찍던 중, 그녀에게 끌려 레즈비언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날 르네는 O에게 스티븐 경이라는 나이 많은 귀족 남자를 소개해준다. 스티븐 경은 르네의 이복형이라고 한다. 스티븐 경이 O를 보자 한눈에 그녀에게 빠지고, 르네는 O에게 자신과 스티븐 경이 O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한다. O도 르네의 말에 따르겠다고 한다. 그날부터 스티븐 경은 O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고, O도 이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스티븐 경은 O를 앤 마리라는 여자가 운영하는 시골의 클럽으로 보낸다. O는 그곳에서 또 새로운 여러 가지 성적 학대와 복종 훈련을 받는다. 그런 후 자신의 몸에 스티븐 경의 이름 이니셜을 낙인찍는다. 스티븐 경은 자신들의 사랑놀음에 재클린까지 끼워들인다. 재클린은 O의 아파트로 이사해 오고, O와 재클린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스티븐 경은 O에게 자신의 지인 들과 함께 O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그중 한 명이 O에게 스티븐 경과 헤어지고 자신과 함께 하자고 유혹하지만, O는 그 제안을 거부한다.
스티븐 경은 O를 지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O는 올빼미 가면을 쓴 알몸에 쇠사슬을 두른 채 참석자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이를 지켜본 스티븐 경은 자신이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고 있다고 느낀다.
며칠 후 O는 스티븐 경에게 자신은 당신을 무조건 사랑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다고 하면서, 당신 역시 나를 위해 그런 고통을 참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스티븐 경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O는 불에 달궈진 담배 홀더로 그의 손을 지진다. 스티븐 경의 손에는 “O”라는 낙인이 선명하게 남는다.
이 영화는 1975년에 제작되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수입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원작소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의 신문의 해외토픽 뉴스에 수시로 등장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이 원작소설을 1975년 무렵에 읽었다. 당시에는 원작 소설마저 우리나라에서는 출판금지되었는데, 우연히 학교 구내서점에서 문고판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입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이 구내서점의 광고물은 사라지고, 책 역시 판매가 금지되었다.
그때 구입한 문고판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앞부분은 영어, 뒷부분은 불어로 쓰여있었다. 대입시험에서 불어를 선택할 정도로 당시에는 불어를 제법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문과 불어를 대조해 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로서는 쇼킹한 내용의 소설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볼 때는 그다지 자극적인 내용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1990년 무렵 신촌에 있는 어느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관람하였다. 무슨 약속이 있어 신촌 근처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 무료함을 달랠 겸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제목이 “르네의 사생활”로 되어 있어 어떤 영화인지 몰랐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니 바로 <O의 이야기>이다. 우연히 들어간 영화관에서 정말 대박 영화를 감상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