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장의 군사배치도를 탈취하려는 원의 비밀부대와 혁명지사들 간의 대결
1973년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 <영춘각의 풍파>는 명나라 주원장의 군사배치도를 둘러싼 원나라 관리와 혁명 지사들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다. <용문객잔>의 감독인 호금전이 제작한 작품인 만큼, 이야기 전개와 분위기, 전반적인 느낌이 <용문객잔>과 매우 흡사하다. 특히 1967년과 1992년에 제작된 <용문객잔>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신용문객잔>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용문의 결투>(용문객잔)과 <신용문객잔>에 대해서는 다름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6920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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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말, 부패한 원나라에 맞서 주원장이 군사를 일으킨다. 원나라와 주원장 군대 사이에는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진다. 원나라 비밀경찰 총대장인 이찰한은 여동생 이완아의 도움을 받아 주원장 군대의 심복을 매수하고 군사배치도를 넘겨받으려 한다.
이찰한과 이완아는 변방의 황무지에 있는 '영춘각'이라는 객잔에서 첩자를 만나기로 한다. 이 객잔의 여주인 만인미는 몰래 주원장을 돕는 혁명 지사다. 만인미는 이찰한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지들과 함께 이찰한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이 지역을 다스리는 몽골 관리 합륵고는 만인미를 마음에 두어 수시로 객잔을 방문한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만인미는 흑모란, 야래향, 호금 등 흑도 출신의 실력 있는 젊은 여종업원 4명을 고용한다. 만인미는 이들에게 옛 습관을 버리라 타일렀지만, 그들은 번번이 옛 버릇을 숨기지 못한다.
객잔에 찾아온 무뢰한 세 명이 손님들의 돈을 빼앗으려 하자, 만인미와 네 명의 여종업원은 힘을 합쳐 그들을 가둔다. 잠시 후 몽골 관리 합륵고가 찾아오고, 만인미는 그를 2층으로 안내해 접대한다. 이어서 두 명의 촌뜨기 나그네가 와서 도박판에서 큰돈을 따고, 북경에서 온 선비와 떠돌이 악사도 객잔에 들어선다.
만인미는 촌뜨기들이 사기 도박을 하는 것을 눈치채고 폭로한다. 촌뜨기들이 칼을 뽑아 위협하자 만인미와 종업원들은 그들을 제압하고 돈을 빼앗아 쫓아낸다. 떠돌이 악사가 돈이 없어 노래로 식사비를 내겠다고 하자, 시끄럽다며 나가라고 하는 여종업원들에게 선비가 대신 음식값을 치른다. 이때 선비가 건넨 동전 4닢은 혁명 지사들의 암호였다. 만인미는 선비(왕준)와 악사(사운산) 또한 동지임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이찰한에게 군사배치도를 넘기려는 첩자는 주원장의 군사 심천송이었다. 밤이 되자 한 취객이 쓰러져 있고, 변소에는 이찰한의 부하가 숨어 있는 것을 왕준이 발견한다. 왕준은 이찰한의 부하와 취객이 내통한 것 같다고 말하고, 만인미는 급히 취객이 있던 방으로 가지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만인미와 왕준은 객잔으로 돌아오는 취객을 붙잡아 심문하고, 그가 이찰한이 보낸 첩자임을 밝혀낸다. 첩자는 이들을 포함해 총 5명의 첩자가 있으며, 앞서 객잔에 왔던 3명의 강도 또한 첩자라고 실토한다. 이들이 갇혀 있던 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탈출한 뒤였고, 사운산이 그들을 추격해 모두 처치한다.
얼마 후 이찰한이 여동생 이완아와 부하들을 이끌고 영춘각에 찾아온다. 몽골의 최고 정보 책임자인 이찰한의 위세에 합륵고는 벌벌 떤다. 이찰한의 부하들은 객잔을 철저히 통제하고 손님들의 신원을 조사한다. 특히 그의 부하인 장수 조옥곤은 냉정하고 엄격하다. 합륵고는 치안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지만, 이찰한은 만인미의 동지인 유사장을 불순분자로 체포해 와서는 그의 목을 베어 버린다.
조옥곤은 객잔이 수상하다며 만인미를 포함한 종업원들을 심문한다. 조옥곤은 만인미에게 은밀히 동전 4개를 보여주는데, 이는 그 또한 반군임을 뜻하는 암호였다. 조옥곤은 만인미 일행에게 이찰한을 죽이고, 군사배치도를 빼앗고, 첩자인 심천송을 죽이는 세 가지 임무를 받았다고 밝힌다.
다음 날, 이찰한 일행이 사막 언덕에서 기다리자 심천송이 말을 타고 와서 군사배치도를 넘겨준다. 이완아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심천송을 죽이자고 제안하고, 이찰한은 조옥곤에게 심천송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조옥곤은 심천송에게 활을 쏘지만, 심천송은 활을 맞은 채 도망친다. 얼마 후 이찰한의 부하들이 심천송을 추격해 체포한다.
이찰한 일행이 다시 객잔으로 돌아오자, 만인미는 그들의 경비를 허술하게 만들기 위해 경비병들에게 술을 가져다주라고 한다. 경비병들은 거절하지만 속으로는 술을 갈망한다. 사운산이 바둑을 두자고 하자 경비병들은 바둑판을 빼앗아 대신 바둑을 두기 시작한다.
만인미와 왕준, 사운산 등 혁명 지사들은 이찰한이 가진 군사배치도를 훔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여종업원 한 명이 부모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줘야 한다며 나가려 하자 경비병들이 막아서는 틈을 타, 도둑질이 특기인 야래향이 몰래 이찰한의 방에 침투해 배치도가 들어 있는 비밀 상자를 연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군사배치도가 아닌 단순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정체가 탄로 나지 않으려면 편지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했다. 사운산이 노래를 불러 이찰한과 이완아를 객잔 홀로 유인하는 동안, 야래향은 이완아에게 일부러 눈에 띄게 이찰한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완아가 야래향을 따라 들어가 실랑이를 벌이는 틈에 야래향은 편지를 원래 자리에 놓는다. 결국 야래향은 이완아에게 살해당하고, 이찰한은 객잔에 수상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돌아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이찰한은 왕준에게 합륵고를 대신해 지방 관리로 임명하겠다고 말한 뒤, 사운산이 불순분자라며 그를 교살하라고 명령한다. 왕준은 어쩔 수 없이 사운산의 목을 조르는 척하다가 기회를 틈타 칼을 뽑아 이찰한을 공격한다. 곧이어 만인미, 여종업원들, 왕준, 사운산은 물론, 정체를 드러낸 조옥곤까지 모두 싸움에 합세한다. 이완아는 객잔 안에서 싸우고, 이찰한은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도망친다. 왕준 일행은 이찰한의 부하들을 모두 죽이고 이찰한을 포위한다. 이찰한은 흑모란을 인질로 잡아 달아나려 한다.
그때 만인미가 이완아를 인질로 잡아와 흑모란과 교환하자고 제안한다. 이찰한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흑모란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면서 허리춤에 있던 배치도를 훔쳐낸다. 다시 치열한 결투가 벌어지고, 초절정 고수인 이찰한도 혁명 지사들의 협공에 점점 지쳐간다. 마침내 그들은 이찰한과 이완아를 죽이고 임무를 완수한다.
<영춘각의 풍파>는 홍콩을 대표하는 거장, 호금전 감독의 작품이다. 나는 그의 여러 영화 중 <대취협>, <용문객잔>, <공산영우>, <소오강호> 등을 감상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 <방랑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대취협>은 내가 처음 본 무협영화로, 중학교 1학년 때 이 영화를 보고 무협영화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영화는 <용문객잔>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극적인 재미는 <용문객잔>을 훨씬 능가한다. 제작된 지 55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여전히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