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 중인 대도시 ‘뉴로마’를 재탄생 시키려는 청년 건축가의 도전
영화 <메가로폴리스>(Megalopolis)는 21세기 후반의 미래를 배경으로, 쇠락해 가는 대도시 '뉴로마'를 혁신적인 물질 '메갈론'을 이용해 이상적인 도시로 재탄생시키려는 청년 건축가 시저의 도전을 그린다. 여기서 뉴로마는 뉴욕시를 모티브로 한 도시이다. 이 영화는 SF 판타지로서 2024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이 고대 로마의 역사적 인물인 것이 흥미롭다. 이 영화는 202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후보에 올랐다. 또한, 고대 로마의 '카틸리나 음모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현대 사회의 탐욕, 특수 이익, 당파 싸움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카틸리나 음모 사건'은 기원전 1세기 로마에서 발생한 중대한 정치적 사건이다. 당시 로마 공화정은 빈부 격차 심화, 과도한 부채, 귀족 계층의 부패, 평민들의 불만 등이 쌓여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었다. 이때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카틸리나는 여러 번 집정관 선거에 출마했으나 계속 낙선했다. 그는 가난한 로마 시민들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부채 탕감'을 공약으로 걸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 기득권층인 원로원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했다.
계속되는 낙선에 좌절한 카틸리나는 더 이상 선거를 통해 집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무력으로 정권을 전복하고 원로원 의원들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는 불만에 찬 퇴역 군인들과 몰락한 귀족들을 규합하여 반란을 준비했다. 그러나 당시 집정관이었던 키케로가 이 음모를 미리 눈치채고 원로원에서 '카틸리나 탄핵(In Catilinam)'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카틸리나의 음모를 폭로하고 그를 규탄했다. 이 연설은 라틴어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궁지에 몰린 카틸리나는 로마를 떠나 반란군과 합류했다. 그러다가 기원전 62년, 로마군과의 전투에서 패하고 전사한다.
키케로는 카틸리나의 음모를 진압한 공로로 '조국의 아버지(Pater Patriae)'라는 칭호를 받으며 로마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영화 <메가로폴리스>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21세기 후반, 미국의 초거대 도시 '뉴로마'는 소수의 귀족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공적인 마인드와 엄격한 도덕률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퇴폐적이고 금지된 쾌락에 빠져있다. 반면, 평범한 뉴로마 시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귀족 출신의 젊은 건축가 시저 카틸리나는 뉴로마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혁신적인 물질인 '메갈론'을 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그는 시간을 잠시 동안 멈출 수 있는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졌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내가 실종되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너무 일에 집중하여 아내를 돌보지 않는 바람에 아내가 자살했다고 믿어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쇠퇴의 길로 들어선 뉴로마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였지만, 일반 시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지면서 도시 전체가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에 뉴로마의 지도자들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혁신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뉴로마의 발전 방안을 둘러싸고 키케로 시장과 건축가 시저는 TV로 중계되는 토론장에서 각각 서로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 키케로는 카지노를 장려하여 세금 수입을 늘리고 그 돈으로 도시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저는 자신이 발명한 메갈론을 이용하여 유토피아적인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키케로의 딸 줄리아는 아름답고 총명한 여성이다. 시저와 줄리아는 첫 만남에서는 서로의 강한 개성 탓에 반발하지만, 시저가 자신의 이상과 비전을 열정적으로 설명하자 줄리아는 점점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시저 또한 총명하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시저의 삼촌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인 크라수스는 와우라는 여성과 재혼한다. 크라수스는 시저를 아끼지만, 나이가 너무 들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 틈을 노려 시저의 다른 사촌인 클로디오가 삼촌의 재산을 노리고 시저를 모함한다.
크라수스와 와우는 결혼식 후 퇴폐적이고 화려한 피로연을 연다. 이 피로연에서 최고 인기 가수인 10대 팝스타 베스타가 노래를 부른다. 베스타는 이전에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어, 청교도적인 감성을 지닌 뉴로마 시민들은 그녀에게 환호한다. 노래가 끝난 후 베스타가 사라지는데, 얼마 후 피로연장에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파티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 시저와 베스타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흘러나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클로디오의 음모였다. 그는 즉시 연단에 올라 시저를 비난하는 연설을 한다. 경찰이 즉시 출동하여 침대에 있던 시저를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체포한다. 이 일로 시저는 위기에 빠지지만, 줄리아가 베스타의 실제 나이가 20대라는 사실을 밝혀내어 시저의 무죄를 입증한다.
며칠이 지난 후, 소련의 인공위성 '카르타고'가 뉴로마로 낙하하여 도시는 큰 타격을 입는다. 시저는 크라수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위성 충돌로 폐허가 된 지역에 '메갈로폴리스'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뉴로마 시민들이 더 나은 이상적인 도시에서 살 수 있다며, 뉴로마는 예술적이고 생태 친화적인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메갈로폴리스 건설은 빈민가와 빈곤한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클로디오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되어 가난한 뉴로마 시민들을 부추겨 메갈로폴리스 반대 운동을 벌인다. 점점 권력의 맛을 알게 된 클로디오는 파시스트적인 선동가로 변해간다.
줄리아는 시저의 아이를 가졌다. 그녀는 아버지 키케로와 함께 메갈로폴리스 건설 현장을 시찰하러 가면서 아버지와 시저의 사이를 중재하려 한다. 그러나 키케로는 시저의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줄리아와 헤어져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시저는 그의 부탁을 거절한다. 클로디오는 킬러를 고용하여 총으로 시저의 머리 절반을 날려버린다. 시저는 응급실로 실려 가고, 의사는 메갈론을 이용해 시저의 두개골을 복원해준다.
시저는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클로디오를 옹호하고 있는 와우는 시저에게 줄리아와 헤어지라고 강요하고, 이를 위해 크라수스 은행에 있는 시저의 계좌를 동결시켜버린다. 그녀는 클로디오와 함께 크라수스를 찾아가 은행의 경영권을 클로디오에게 넘기도록 음모를 꾸민다. 크라수스는 그들의 음모를 알게 되자 그 충격으로 뇌졸중을 일으켜 쓰러진다. 와우와 클로디오는 평상에 누운 크라수스를 도발하지만, 크라수스는 오히려 작은 석궁을 쏘아 와우를 죽이고 클로디오에게 큰 부상을 입힌다.
클로디오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폭동을 일으켜 메갈로폴리스와 시청을 습격한다. 위기를 맞이한 시저와 키케로는 서로 손을 잡는다. 그들은 함께 폭도들 앞으로 나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비전을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그의 연설은 군중들의 가슴에 와닿았고, 군중들은 클로디오를 거꾸로 매달아버린다.
크라수스의 든든한 자금 지원으로 시저는 마침내 메갈로폴리스를 완성한다. 키케로는 줄리아가 낳은 손녀 써니 호프를 안고 시저가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