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2
원자는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단위이다. 이는 화학적 방법으로는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최소 단위를 의미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와 비슷한 개념으로 ‘원소’(Element)가 있는데, 이는 원자의 종류를 나타내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원자는 원자핵의 구성(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원소는 양성자의 개수(원자번호)에 의해 결정된다.
설명이 조금 난해하므로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비유해 보자. 바구니에 배 한 개, 귤 두 개, 사과 세 개가 들어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한 개 한 개의 과일은 원자이며, 같은 종류의 과일을 일컫는 말은 원소이다. "바구니에는 6개의 과일이 들어있다"라는 말은 원자 개수를 말하는 것이며, "바구니에 3종류의 과일이 들어있다"라는 것은 원소의 개수를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물의 분자 구조는 H₂O인데, 이에 대해 "물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물은 수소와 산소 두 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원소의 수(=원자의 종류)는 모두 118개이며, 이는 원자번호에 따라 구분된다. 원자번호가 다르면 다른 종류의 원자(원소)이다. 가장 가벼운 원자는 원자번호 1번인 수소(H)이며,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U)이다. 이보다 더 무거운 원소는 모두 인간에 의해 합성되었는데,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 118번인 오가네손(Og)이다. 참고로 우라늄 원자는 수소에 비해 236배, 오가네손은 291배 더 무겁다.
원자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원자는 크게 원자핵과 전자로 나뉜다. 원자핵은 원자의 중심에 위치하며,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 작은 입자인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에 분포되어 있다. 고전적 물리학에서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듯이 전자는 원자핵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형은 수소 원자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더 복잡한 원자나 전자의 미시적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대의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서는 전자의 움직임을 훨씬 더 복잡하고 확률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의 특정 '궤도'(orbit)를 도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에너지 준위에서 발견될 확률이 높은 공간 영역에 존재한다. 이 공간 영역을 ‘오비탈’(orbital)이라고 한다. 오비탈은 전자가 원자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져 있는 개념이다. 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즉, 전자가 어느 한 순간에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설명은 일반인으로서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 두 가지 예를 들어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불확정성 원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어두운 방에서 숨어 있는 고양이를 찾아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고양이는 전자라 생각하면 된다. 깜깜한 방에서 고양이를 찾기 위해 손전등으로 방 안을 비추기 시작한다. 손전등 빛이 고양이에게 닿는 순간, 우리는 "아, 고양이가 저기 있구나!" 하고 고양이의 위치를 알게 된다. 하지만 빛 에너지를 받은 고양이는 우리가 위치를 파악하는 바로 그 순간 놀라서 다른 곳으로 튀어가거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가 고양이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되는 순간, 고양이는 이미 그곳에 없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그 순간의 정확한 속도나 다음 위치를 알기 어렵다. 전자를 관측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행위(손전등 빛을 비추는 것) 자체가 전자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마치 행성처럼 '어떤 궤도를 따라 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복권 당첨 확률을 오비탈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생각해 보자. 수많은 복권 판매점에서 복권이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첨자가 나올 확률도 그곳이 높다. 우리는 다음 주에 누가 복권에 당첨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주 당첨자는 아마 서울 종로구의 어떤 복권방에서 나올 확률이 높을 거야!"라고 예측할 수는 있다. 마찬가지로 전자는 원자핵 주위에서 '특정 지점에 반드시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대신 '어느 지점에서 발견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이 '확률이 높은 공간'이 바로 오비탈이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럼 원자핵과 전자에 대해 알아보자.
앞에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 이들 양성자와 중성자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quark)"라는 더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 모두 3개의 쿼크로 구성되어 있다. 쿼크에는 6종류가 있는데, 양성자는 2개의 '위 쿼크'와 1개의 '아래 쿼크', 중성자는 1개의 '위 쿼크'와 2개의 '아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 쿼크는 무엇인가? 쿼크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기본 입자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최소 단위의 물질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점 입자'(point-like particle)로 여겨진다. 쿼크는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항상 강력한 상호작용(강력)을 통해 서로 뭉쳐 강입자라는 복합 입자를 형성한다. 양성자와 중성자도 강입자의 일종이다. 양성자와 중성자 외에도 여러 가지 강입자가 있으나,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이상의 설명은 상당히 어렵다. 좀 더 쉽게 비유를 통해 양성자·중성자와 쿼크의 관계를 알아보자. 이 관계는 레고 블록 놀이에 비유할 수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완성된 레고 모형이다. 여러 개의 레고 블록을 조립하여 자동차나 집 같은 모형을 만들었다고 할 때, 이 완성된 자동차나 집이 바로 양성자나 중성자에 해당한다. 쿼크는 하나하나의 레고 블록 조각이다. 레고 자동차나 집은 색깔별, 모양별로 나누어진 작은 레고 블록들로 만들어진다. 이 작은 레고 블록 하나하나가 쿼크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 레고 블록 두 개와 파란색 레고 블록 한 개를 합치면 '자동차'(양성자)가 되고, 빨간색 레고 블록 한 개와 파란색 레고 블록 두 개를 합치면 '집'(중성자)이 된다.
레고 블록(쿼크)들은 항상 서로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레고 자동차나 집을 아무리 세게 흔들거나 던져도, 작은 레고 블록(쿼크) 하나가 혼자 똑 떨어져 나오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작은 레고 블록들은 마치 강력한 접착제로 붙어 있는 것처럼, 항상 세 개씩 뭉쳐서 자동차나 집 같은 '모형(양성자, 중성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쿼크는 ‘강력’(強力, Strong Force)이라는 힘에 의해 뭉쳐진다. 강력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는 '핵력'(核力, Nuclear Force)이라고 불리는 매우 강력한 힘에 의해 단단히 붙어 있다. 핵력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가장 강력한 힘인 강력(Strong Force)의 잔여 효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전자(電子, Electron)’는 원자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 중 하나이며, 음전하를 띠고 있다. 쿼크처럼 더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Elementary Particle)로 분류된다. 전자는 음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가 양전하를 띠므로,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의 수가 같을 때 전기적으로 중성이 된다. 전자는 매우 가벼워, 양성자 질량의 약 1/1836 정도에 불과하다.
전자는 렙톤(Lepton)의 일종이다. 렙톤은 기본 입자 가운데 하나이지만, 쿼크와는 달리 강력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홀로 존재한다.
전자는 원자를 구성하며,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할 때 전자가 관여한다. 그리고 전자의 움직임은 전기(전류)의 원천이다. 도체를 통해 전자가 이동하는 것이 바로 전류이며, 이는 전기 에너지의 근원이다. 전자는 또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이 원리를 이용한 생활용품이 레이저, LED 등이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쿼크와 전자의 관계를 건물에다 비유할 수 있다. 원자를 우리가 사는 집이나 학교, 빌딩과 같은 건물이라 가정해 보자. 이 건물들은 모두 벽돌과 창문 같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쿼크는 바로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벽돌에 해당한다. 쿼크는 세 개씩 뭉쳐서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더 큰 '덩어리 벽돌'을 만든다. 이 '덩어리 벽돌'들이 모여 건물의 뼈대인 원자핵을 만든다. 벽돌은 혼자서는 잘 쓰이지 않고, 항상 여러 개가 뭉쳐서 벽을 만드는 데 쓰이듯이, 쿼크도 혼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항상 뭉쳐서 양성자나 중성자를 이루는 것이다.
전자는 창문에 해당한다. 건물에 빛을 들이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며, 건물의 전체적인 모양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창문이다. 전자는 원자핵(건물의 뼈대) 주변에 분포하며 원자의 크기와 화학적인 성질을 결정한다. 전자는 다른 원자와 주고받거나 공유하면서 건물들이 서로 이어져 복잡한 구조(분자)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창문을 통해 공기가 통하듯, 전자는 전기를 흐르게 한다.
이상에서 원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원자와 그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핵과 전자의 크기를 알아보자. 이해하기 쉽게 가장 간단한 구조를 가진 수소 원자(H)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수소 원자는 가장 단순한 원자로, 하나의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그 주위에 존재하는 한 개의 전자로 구성된다. 수소 원자의 크기는 대략 10-10 정도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1미터에 길이에 수소원자를 빈틈없이 가지런히 놓으면 100억개가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원자의 무게에 있어서는 원자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소원자의 경우 원자 전체무게 가운데 전자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은 0.05%에 불과하다. 원자 안에서 전자는 원자핵의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면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원자핵의 크기를 축구공 정도 크기라고 가정할 때 원자핵이 광화문에 위치한다면, 분당 정도의 거리에서 좁쌀 크기의 전자가 위치하고 하고 있다. 그러면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아무 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 이 사이는 완전한 진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진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공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원자핵은 양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는데, 모든 원자의 양자와 중성자는 똑같은가? 예를 들면 철원자(Fe)의 양자와 수소원자(H)의 양자액은 똑 같은 것인가? 그렇다, 동일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전자가 원자핵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전자가 원자핵으로 빨려들지도 않고 날아가버리지도 않는가? 태양계의 예를 보자. 지구나 화성과 같은 행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행생이 태양의 인력에 빨려들지도 않고 또 원심력에 의해 먼 우주로 날아가버리지 않는 것은, 태양의 인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면 원자핵과 전자가 균형을 이루는 것도 인력과 원심력 때문인가? 그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전자기력이라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