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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기본 힘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 5

by 이재형

5.1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앞에서 자연계의 모든 물질과 현상은 ‘물질’과 ‘힘’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란 점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계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여기서는 물질이라는 재료를 상호 작용하게 하고 결합시키는 복잡한 규칙인 “네 가지 기본 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네 가지 기본 힘”이란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근본적인 상호작용을 말한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이 힘들은 각기 다른 “힘 매개 입자”(게이지 보손)를 교환하면서 전달된다. 네 가지 기본 힘으로는 ① 강력, ② 전자기력, ③ 약력, ④ 중력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이하과 같다.


5.2 강력(强力, Strong Interaction)


강력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 힘은 원자핵을 안정적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강력은 쿼크(Quark)라는 기본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여 쿼크가 서로를 끌어당기도록 하고 있다. 강력은 “글루온”(Gluon)이라는 입자를 통해 달된다. 글루온은 쿼크들을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강력은 매우 강한 힘이지만, 그 작용거리는 양성자나 중성자 크기인 10-15 미터에 불과하다. 이 거리를 이 거리를 벗어나면 급격히 약해진다.


강력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 쿼크 결속 (Quark Confinement): 쿼크들을 묶어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강입자’(强粒子, Hadron)를 형성하는 힘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쿼크들을 묶는 힘이 바로 글루온이 매개하는 강력이다.

• 핵력 (Nuclear Force):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원자핵(原子核, Nucleus)을 형성하는 힘이다. 양성자들은 모두 양의 전하를 띠고 있어 서로 강하게 반발해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핵력이 이들을 묶어준다.

강력

강력에 대해 좀더 쉽게 인간사회의 예를 들어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강력’(强力)은 한 가족 구성원, 즉 ‘쿼크’(Quark)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와 같다. 가족 구성원(쿼크)은 개인적 유대(글루온)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매우 강하게 끌어당긴다. 이 유대가 너무나 강해서 쿼크들은 절대 가족(강입자)을 떠나지 못하고 항상 함께 묶여 있다. 이 유대 덕분에 양성자(proton)나 중성자(neutron)라는 '개별적인 가족'이 형성된다. 이 힘은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이에 비해 핵력은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집단 사이의 힘이다. 즉 핵력은 가족(양성자, 중성자)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나 사회(원자핵)에서 나타나는 힘과 같다. 가족(양성자)들끼리 뭉쳐 살다 보면, 가족들 간에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핵력이다. 이 힘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쿼크)의 힘이 아닌, 가족 전체(양성자 또는 중성자)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이다. 이 핵력은 쿼크들 사이의 강력에 비하면 훨씬 약하다. 마치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강력)가 너무 강해서, 그 유대의 '잔여적인 힘'만이 다른 가족(다른 양성자)에게 미치는 것과 같다. 래서 핵력을 “강력의 잔여적인 힘”이라고도 한다.


5.3. 전자기력 (Electromagnetic Force)


전자기력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하나로, 전하(charge)를 띤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다. 과거에는 전기력과 자기력이 서로 다른 힘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 두 힘이 통합되면서 전자기력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립되었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모든 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같은 전하를 띤 입자(양전하-양전하, 음전하-음전하)는 서로 밀어내는 힘(척력, 斥力)이 작용하고, 다른 전하를 띤 입자(양전하-음전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력, 引力)이 작용한다. 전자기력은 ‘광자’(Photon)**라는 입자를 교환하며 전달된다. 이 광자는 빛의 입자이기도 하다. 전하를 띤 입자들이 광자를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에게 힘을 미치는 것이다.

전자기력

전자기력은 작용 거리가 무한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의 세기는 약해진다. 중력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의 현상은 전자기력의 결과다. 중요한 전자기력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마찰력: 물체 표면의 원자들이 전자기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힘이다.

• 탄성력: 고무줄이나 용수철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힘은 분자들의 전자기적 결합 때문이다.

• 화학 결합: 원자들 사이의 전자기적 인력 덕분에 분자가 형성된다.

• 빛: 빛 자체가 전자기장의 파동이며, 전자기력의 한 형태이다.


전자기력은 강력에 비해 훨씬 약하다. 강력은 작용 거리가 매우 짧아 원자핵 안에서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전자기력은 작용 거리가 길어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를 붙잡아 원자를 형성하게 한다.


5.4 약력(弱力, Weak Interaction)


약력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하나로, 핵 붕괴 현상에 관여하는 힘이다. 강력, 전자기력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중력에 비해서는 강하다. 이 힘은 우주와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력은 매우 짧은 거리(10−18)에서만 작용하는데, 이는 강력의 작용거리의 1/100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약력의 존재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약력의 주요 역할은 입자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약력은 쿼크의 종류를 바꾸어 물질의 기본 구성을 변화시킨다. 태양의 핵융합 반응도 약력의 결과이다.


1970년대에 과학자들은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통합된 힘을 전자기약력이라고 부른다. 약력과 전자기력은 우주의 초기, 즉 빅뱅 직후의 매우 뜨거운 환경에서는 하나의 힘이었으나, 우주가 식으면서 두 개의 힘으로 분리되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약력은 강력이나 전자기력처럼 물질을 묶거나 밀고 당기는 힘은 아니지만, 입자 자체의 성질을 바꾸어 우주 초기의 물질 형성과 별들의 에너지 생성, 그리고 방사성 붕괴 같은 중요한 현상을 일으키는 근원적인 힘이다.

약력


5.5 중력(重力, Gravity)


중력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引力)이다.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가장 약하지만, 작용 거리가 무한하여 우주의 거대한 구조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기도 하다.


중력은 ‘질량’(質量, Mass)을 가진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한다.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물체 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중력은 더 강해진다. 그런데 중력은 어떻게 전달될까? 중력을 매개하는 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중력자’(重力子, Graviton)라는 보손(Boson)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력자는 질량이 없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중력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양자 중력 이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력은 작용 거리가 무한하다. 강력이나 약력처럼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끝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별, 행성, 은하와 같은 거대한 천체들의 움직임을 지배한다. 중력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은 두 가지가 있다.


•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지구상의 물체 운동이나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하는 데 매우 정확하다.

•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중력을 힘이 아니라 시공간(時空間, Spacetime)의 휘어짐으로 설명한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하고, 다른 물체는 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태양계의 수성 궤도 편차나 중력 렌즈 현상 등 뉴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중력은 네 가지 기본 힘 중 가장 약하지만, 가장 큰 스케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력과 약력은 원자핵 내부에서만, 전자기력은 원자 및 분자 수준에서 주로 작용하지만, 중력은 천문학적인 스케일에서 은하와 우주의 진화를 결정한다.

중력


5.6 네 가지 기본 힘 사이의 관계와 크기 비교


네 가지 힘의 크기를 비교할 때 힘이 작용하는 범위, 힘의 세기라는 두 가지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


힘의 작용 범위라는 점에서는 중력과 전자기력이 압도적이다. 이 두 힘의 작용 범위는 광활한 우주에서 거의 무한에 가깝다. 그렇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약해진다. 이에 비해 강력은 양성자나 중성자 안에서만 작용하므로 힘의 범위가 10-15 미터에 불과하며, 약력은 강력의 1/1000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힘의 세기라는 관점에서는 달라진다. 강력이 가장 강하며, 다음으로 전자기력, 약력 순이며, 중력이 가장 약하다. 여기에 대해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중력은 넓은 우주에서 행성 간에는 물론 거대 은하 간에도 서로 당기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에 비하여 강력은 겨우 양성자나 중성자 속에서 쿼크라는 소립자를 서로 붙여주는 힘이다. 그런데 어떻게 강력이 중력에 비해 강하다는 것인가? 이것은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 힘이 작용하는 영역과 작용하는 물질의 크기를 감안할 때 강력이 중력에 비해 힘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쿼크 사이에도 중력은 작용한다. 그러나 그 힘은 너무나 미약하므로 무시해도 좋다.


그럼 이들 힘의 크기를 계량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력의 크기를 1이라 한다면, 약력은 10의 25승, 전자기력은 10의 36승, 강력은 10의 38승이 된다. 정말 중력은 다른 힘에 비해 형편없이 약하다. 만약 중력이 강력과 같은 정도의 힘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우주가 붕괴해버리고, 원자가 소멸되어 버려 물질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4가지 기본 힘의 관계

네가지 힘 사이의 관계를 좀더 이해하기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마치 우주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과정과 같다. 각각의 힘은 건축물의 다른 부분과 역할을 담당한다.


강력은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과 철근을 용접하는 힘이다. 철근은 건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용접은 그 철근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붙잡아 둔다. 쿼크(Quark)라는 아주 작은 철근들이 강력(용접)에 의해 묶여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기둥을 만든다. 전자기력은 철근(강력)으로 만든 골조에 벽돌을 쌓아 올리고 시멘트로 붙이는 힘이다. 원자핵이라는 골조 주변에 전자라는 벽돌을 배치하고, 전자기력(시멘트)으로 이들을 결합하여 원자라는 방을 만든다. 이 원자들이 다시 모여 분자라는 더 큰 방을 만든다. 우리가 만지고 보는 모든 물질은 이 전자기력 덕분에 형태를 유지한다. 또한, 건물의 조명이나 전자기기와 같은 전기 시스템도 전자기력의 또 다른 모습이다.


약력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꾸는 작은 변화의 힘이다. 벽돌(입자)의 색깔이나 재질(맛깔)을 바꾸고, 때로는 벽돌을 새로운 종류의 벽돌로 변화시킨다. 다른 힘들이 물질의 형태를 유지하거나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약력은 물질 자체를 다른 것으로 변형시키는 데 관여한다. 중력은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땅과 기초 공사에 해당한다. 가장 약하지만, 건물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며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거대한 우주라는 건축물에서 중력은 별, 행성, 은하와 같은 거대한 구조들을 서로 끌어당겨 궤도를 유지하고 흩어지지 않게 한다.


요약하자면, 강력은 건물의 최소 단위인 철근을 엮는 힘이고, 전자기력은 그 위에 벽돌을 쌓아 올리는 힘이며, 약력은 건물을 변형시키는 힘이다. 마지막으로 중력은 이 모든 건축물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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