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통치 기관에 체포된 남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아내
오늘 소개하는 영화 <삼비장가>(Sambizanga)는 아주 희귀하게도 1972년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포르투갈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앙골라 독립 전쟁이 일어난 1961년을 배경으로, 반식민지 정치 운동인 ‘앙골라 해방을 위한 대중운동’(MPLA) 과정에서 희생된 도밍고스라는 남자와 그의 구출을 위해 온 나라를 돌아다닌 그의 아내 마리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앙골라에서 제작된 최초의 장편 영화라고 한다.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압제 아래 신음해 오던 아프리카의 앙골라에서 독립을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앙골라의 삼비장가에서 무장 혁명이 시작되고, 혁명 전사들은 독립지사들이 갇혀있는 루안다의 감옥을 습격하여 정치범들을 석방시키려는 거사를 일으킨다. 이날을 시작으로 수천 명의 전사들이 앙골라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경찰과의 싸움에 나섰다. 이 사건은 수년 동안 경찰의 탄압 속에서도 인내심 있게 봉기를 준비하고 비밀 정치 운동 조직망을 구축해 온 수천 명의 투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반군을 결성했다.
도밍고스 자비에르는 삼비장가의 강가에 있는 자갈 채취장에서 트랙터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고장 난 중장비를 고치고 있는데, 실베스터라는 백인 감독이 다가와 오늘 밤에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집으로 돌아온 도밍고스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료인 티모시가 찾아온다. 티모시는 도밍고스에게 전단을 보여주면서 반군을 도와 포르투갈의 압제에서 벗어나 나라를 찾는 데 힘을 함께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도밍고스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티모시가 돌아간 뒤 얼마 후 한 대의 차가 도밍고스의 집 앞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도밍고스의 집 안으로 들어가 어떤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도밍고스를 체포한다. 건장한 도밍고스가 격렬히 저항하지만 경찰은 여러 명이서 도밍고스의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차에 태운 후 출발한다. 놀라서 뛰쳐나온 도밍고스의 아내 마리아는 경찰들에게 매달리지만, 그들은 그녀를 뿌리치고 출발해 버린다. 마리아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그녀를 위로해 준다.
도밍고스가 잡혀갔지만, 마리아는 그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수소문한 결과 아마 도밍고스가 옆나라인 루안다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마리아는 아들 마스티아노의 손을 잡고, 갓난아기를 업은 채 도밍고스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녀는 도밍고스가 갇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찰서와 관공서들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어디서도 그를 찾을 수 없다. 찾아가는 경찰서와 관청마다 경찰과 직원들은 도밍고스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거짓말을 하거나 냉대한다.
그녀는 이렇게 앙골라와 루안다 곳곳을 찾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점차 사람들은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어 그녀에게 친절을 베푼다. 어느덧 그녀는 앙골라 민중이 겪는 고통과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된다.
한편 도밍고스는 감옥에서 백인 관리들로부터 잔혹한 고문을 당한다. 그들은 도밍고스에게 동지들의 이름을 대라고 압박하며 고문하지만 도밍고스는 끝까지 침묵을 지키며 일체의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다. 그의 굳건한 저항은 같은 죄목으로 함께 갇힌 동지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도밍고스의 저항은 독립지사들에게도 알려지고, 그들은 도밍고스의 용기를 민중들에게 알리며 봉기를 독려한다.
결국 도밍고스는 고문 끝에 감옥에서 사망한다. 그의 죽음은 민중들에게 알려지고, 이는 독립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혁명 지도자들은 도밍고스가 사망한 날을 “기쁨의 날”로 선포하고, 그의 죽음을 통해 앙골라 민중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도밍고스의 죽음은 혁명 전사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었고, 독립운동은 더욱 확산된다. 앙골라의 여러 도시에서 독립운동의 봉기가 시작된다. 비밀경찰이 정치범들을 타라팔로 이송하려고 하자, 혁명 전사들은 동지들의 해방을 위해 그날을 일제 봉기의 날로 정한다.
앙골라 최초의 장편 영화이며, 앙골라 독립 전쟁을 다룬 영화라고 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이 영화의 첫 1/5 정도는 도밍고스의 체포 과정, 그리고 마지막 5분 정도는 도밍고스의 죽음과 그로 인한 혁명의 불길이 시작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도밍고를 찾기 위한 마리아의 기약 없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대부분의 내용이 마리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리아는 압제받는 수많은 앙골라 민중을 만난다.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극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재미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영화이다. 아무래도 영화의 발달이 늦은 나라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시키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본 희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