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과 현실이 뒤섞인 조각난 기억을 찾아가며 밝히는 살인 사건의 진상
<거미숲>은 숲속의 외딴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두고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2004년에 제작되었다. 주인공 강민(감우성 분)이 숲속의 집을 찾아갔다가 집안에서 살해된 두 남녀를 발견한다. 놀라서 밖으로 나온 강민이 숲속에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쫓다가 도리어 역습을 받아 기절한다. 정신을 차리고 나오다가 자동차 도로 터널 안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겨우 살아난 강민은 현실과 환상이 뒤죽박죽 섞인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각난 기억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살인 사건에 접근하는 이야기이다.
한밤중 방송국 PD인 강민은 산속의 숲을 헤매다가 외딴 집을 발견한다. 강민은 그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 안에는 한 남자의 부패해 가는 시신이 쓰러져 있다. 강민은 놀라 집안을 더 살피니 안쪽에 여자가 쓰러져 있다. 여자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여자의 얼굴을 보고 강민은 놀란다. 그녀는 황수영이었다. 놀란 강민은 수영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는데,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있다. 강민이 쳐다보니 남자로 보이는 그림자가 밖으로 도망친다. 강민은 낫을 들고 남자를 추격하여 숲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강민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그 남자가 강민의 뒤에서 몽둥이로 머리를 내려친다.
강민이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숲속에 쓰러져 있다. 좀 전의 살인 사건과 머리를 맞은 충격으로 강민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숲을 빠져나온다. 강민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 있는 터널을 헤맨다. 그때 한 대의 차가 강민을 치고 달아난다. 강민은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그를 지나가던 트럭이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에서 강민이 깨어났다. 의사는 그가 15일 동안 혼수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강민은 두 사람이 죽은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면서 경찰을 불러 달라고 한다. 얼마 뒤 강민의 친구이자 형사인 최성현이 찾아온다. 최성현은 강민으로부터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숲속에 있는 집을 수색하니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한 사람은 강민의 직장 상사인 최종필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강민의 애인인 황수영이었다. 형사 반장은 성현에게 강민이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장면은 바뀌어 강민은 아내와 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내는 꿈속에서 자신이 죽었다고 하면서, 강민을 남겨두고 죽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강민의 아내는 오늘 공연단의 멤버로서, 일본으로 간다. 강민은 공항에서 아내를 배웅하며 사진도 찍어 준다. 며칠 뒤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아내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강민이 일하는 방송국에 황수영이라는 여자 아나운서가 새로 왔다. 그날 저녁 황수영을 환영하는 술자리가 있었는데, 수영은 강민에게 접근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국장인 최종필은 강민을 심하게 모욕한다. 그는 근무 시간 중에도 강민을 모욕하기 일쑤이다. 최종필의 말에 화가 난 강민은 술자리를 먼저 빠져나와 길거리 쓰레기통 옆에 앉아 있는데, 수영이 다가온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고, 그때부터 수영은 수시로 강민의 집에 찾아온다.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였다.
어린 강민이 거미숲에 있는 외딴 별장의 문을 연다.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다가온다. 강민은 깜짝 놀라면서 잠을 깬다. 강민이 근무 중 잠깐 졸면서 꿈을 꾼 것이었다. 최종필은 그런 강민을 보고 아주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다. 최종필은 며칠 전 새로이 귀신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강민에게 조사해 보라고 한다. 강민은 방송국에서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미스터리 극장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그때 강민의 전화가 울린다. 전화 속의 인물은 강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소포로 필름 한 통을 보내겠다고 한다.
강민은 수영에게 청혼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수영은 며칠간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강민은 귀신에 대해 제보한 시골의 사진관을 찾아간다. 민수이라는 젊은 여자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인은 강민에게 내일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이때 다시 의문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전화 속의 남자는 숲속에 있는 별장으로 가 보라고 하면서, 그곳에서 수영이 다른 남자와 밀회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신반의하던 강민은 숲으로 들어가는 산길 입구에 차를 세우고 기다린다. 얼마 후 수영의 차가 산길로 들어가고, 강민은 뒤를 따른다.
수영은 숲속의 외딴 산장으로 들어갔다. 곧 산장 안쪽에서 최종필이 나타난다. 최종필과 수영은 격렬한 정사를 벌이며, 강민은 창밖에서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다. 잠시 후 강민은 집 옆에 있는 창고로 들어간다. 낫이 눈에 띈다. 강민이 낫을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뒤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그는 인기척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누군가가 강민을 미행하고 있는 것 같다. 강민이 둘러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웬 소녀가 나무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강민이 소녀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소녀는 사라지고 없다. 그때 강민이 꿈에서 깨어난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사진관 안, 강민은 혼자만 봐야 할 사진이라면서 민수인에게 사진 현상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민수인은 강민을 보고 안색이 좋지 않다고 한다. 강민은 어제저녁 숲에서 거미에게 물린 후 몸 컨디션이 이상해졌다.
민수인이 제보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 준다.
“오래전 이 마을에 한 소년이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해 왔다. 소년이 전학한 반에는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산속의 별장과 같은 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가끔씩 아버지가 찾아온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소녀의 엄마가 많은 남자들과 난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소년은 소녀와 친해졌다.
어느 날 소년은 소녀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때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옆방을 엿보니 소녀의 엄마가 어떤 남자와 격렬한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소년과 소녀는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 그런데 옆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시 옆방을 엿보자, 남자가 낫으로 소녀의 엄마를 무자비하게 내려치고 있었다. 소년과 소녀는 정신없이 집을 빠져나와 숲으로 도망쳤다. 그 남자는 낫을 들고 따라온다. 소년과 소녀는 숲에서 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남자는 따라오다가 소녀 쪽을 향한다. 소년은 달리다가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소녀가 서 있다. 소년이 소녀에게 다가가자, 소녀는 하늘로 올라간다. 이후 누구도 소녀를 보지 못했고, 소년은 모든 기억을 잃고 이사를 갔다고 한다.“
강민은 민수인의 사진관에서 의문의 남자로부터 받은 필름을 현상한다. 그 필름 안에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찍은 아내의 사진과 거미숲 사진이 들어 있었다. 강민과 민수인은 리프트를 타고 거미숲으로 향한다. 수인은 강민에게 거미숲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누구에게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죽으면 거미가 되어 거미숲에 머문다는 것이다. 거미가 된 영혼은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리프트에서 내린 두 사람은 숲속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뒤에서 무슨 인기척이 난다. 강민이 누군가 해서 뒤돌아서 찾아보니 아무도 없다. 다시 수인에게 돌아오니 수인이 보이지 않는다. 강민은 혼자 숲속을 헤매다가 외딴집을 발견한다. 집에 들어가니 시신이 있다. 그때 누가 낫을 들고 자신을 공격해 온다. 강민은 숲으로 급히 몸을 피했으나, 결국 낫에 맞아 쓰러진다.
강민은 형사와 함께 숲속의 집을 찾아가는 도중에 이야기를 하다가 혼절한다. 강민은 다시 입원한다. 형사는 경찰들을 동원하여 거미숲을 수색하는데, 경찰은 강민으로부터 들은 수인의 사진관이 없다고 보고한다. 병원에서 강민이 사라졌다. 병원을 빠져나온 강민은 다시 수인의 사진관을 찾아간다. 사진관은 비었다. 그런데 벽에 빽빽하게 걸려 있던 사진이 듬성듬성해졌다. 이전에 보이던 몇몇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강민은 학교를 찾아가 옛날 수인의 담임이었던 교사에게 수인에 대해 물어본다. 교사에게 살해당했느냐고 물으니, 병으로 죽었다고 대답한다. 다시 강민은 강민이라는 학생을 아느냐고 물어본다.
형사 최성현이 수사 중인데, 경찰이 찾아와 사진관의 소유주를 찾았다고 보고한다. 그런데 사진관의 소유주의 이름이 강성규인데, 그는 작년에 죽었다고 한다. 강성규의 아들이 바로 강민이다. 성현은 교사에게 강민에 대해 물어본다. 교사의 말에 따르면 강민은 부모와 함께 숲속에 있는 관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강민의 엄마가 불륜을 저지르자, 강성규는 강민을 데리고 학교를 떠나 마을에서 사진관을 열고 혼자서 강민을 키웠다고 말한다.
강민은 다시 숲속의 집으로 찾아갔다. 집에 가까이 가자 집 현관 앞에서 낫을 들고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는 바로 강민 자신이다. 강민은 집안으로 들어가 최종필을 낫으로 난자한다. 그런 후 겁에 질려 있는 수영에게 다가가 낫을 치켜든다. 잠시 후 어디선가 수인이 나타나 강민에게 이제 모든 것이 기억나느냐고 묻는다. 수인이 강민을 동굴로 데리고 가서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동굴 끝에 있는 철문을 나서면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강민은 동굴 끝으로 가서 철문을 연다.
철문 밖은 자동차 도로 터널이었다. 도로에는 또 다른 자신이 차도 위를 헤매고 있었다. 곧 달리는 자동차에 받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강민은 달려가서 쓰러진 자신과 마주본다.
장면은 바뀌어 병원 수술실. 지금까지는 정신을 잃은 강민이 무의식 속에서 본 환상이다. 그의 심장 박동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얼마 후 강민의 심장이 멈춘다. 의사들이 급히 심폐 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강민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의사들도 모든 것이 끝났다며 포기한다. 그때 강민의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수인이 그 모습을 슬픈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교통사고로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강민의 기억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의 아픈 기억과 트라우마가 얽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애매해진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사실인지 환각인지조차 모호하다. 이 영화는 진실과 환상이 뒤섞인 강민의 기억을 따라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필자도 이 영화를 감상하고 스토리의 정확한 전개, 아니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각나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강민의 기억을 따라 영화가 전개되다 보니 상식적인 눈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정리하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진실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제3자, 즉 형사와 교사의 눈에 비친 사실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강민의 시점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진실과 환상을 구분해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진실은 (1) 최종필과 수영이 거미숲 속에 있는 별장에서 살해당했다 (2) 강민은 아버지와 함께 시골 학교로 전학 왔다가 아버지를 따라 마을을 떠났다.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진관을 열고 혼자서 강민을 키웠다. (3) 수이라는 소녀는 어릴 때 병으로 죽었다. 이 세 가지 진실과 배치되는 이야기는 전부 현실이 아니며 강민의 환상에 불과하다. 그러면 최종필과 수영을 살해한 것은 강민인가? 그리고 그는 사고를 당하기 이전부터 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을까?
처음에는 이 영화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아 이를 정리하려고 해 보았다. 그렇지만 곧 이 영화를 보고 영화의 정확한 내용이나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미스터리한 느낌 그대로 남겨두고 모호한 상태에서 사건의 진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