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 박해를 피해 소림사로 들어간 청년의 소림권법 수련과정
▪ 개요
영화 <소림 36방>(원제: 少林三十六房)은 17세기 청나라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소림 무술 제자 삼덕(三德, 유가휘 분)의 삶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서 1978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다. 유가량이 감독을 맡았으며, 유가휘가 주인공 삼덕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영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제작된 최고의 쿵푸 영화 중 하나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버드 영화 아카이브(Harvard Film Archive)는 이 영화를 “소림 무술의 전설적인 전파 과정을 짜릿하게 묘사한 작품”이자, “소림 무술 입문 과정을 몰입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로, 내면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고 평했다.
2014년에는 『타임아웃(Time Out)』이 여러 영화 평론가와 감독, 배우, 스턴트 배우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액션 영화를 설문 조사한 결과, 『소림 36방』은 22위에 올랐다. 또한 2021년에는 미국의 매체 『컴플렉스(Complex)』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쿵푸 영화 24편’ 리스트에서 이 작품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광저우 지방을 다스리고 있는 청의 천달 장군(나열 분)은 청에 반항하는 세력에 대해 철저히 탄압하고 있다. 반청복명 운동을 하는 한족 지사가 천달 장군을 암살하러 왔으나, 무술의 고수인 천달에게 도로 피살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천달은 청에 조금이라도 반기를 들 낌새가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잡아들여 잔인하게 처형한다.
학당에 다니는 청년 유여덕(유가휘 분)은 청을 내쫓고 한족의 복귀를 꿈꾸는 스승의 영향을 받아 청에 저항하여 일어설 마음을 먹는다. 그는 학당의 동기생들과 함께 스승을 모시고 반청복명 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한다. 그러나 이 정보는 천달 장군에게 발각되어, 천달은 가혹한 탄압에 나선다. 그는 이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체포하여 처단하고, 마을에도 대대적인 수색 활동을 벌인다.
유여덕의 아버지는 건어물 상점을 하고 있다. 청군은 수색을 나와 건어물 상자에 들어 있는 무기를 발견하고 유여덕의 아버지를 체포한다. 유여덕은 빨리 도망치라는 아버지의 절규를 듣고 몸을 피한다. 여덕의 친구들도 청군들의 손에 차례차례 살해된다. 유여덕은 한 친구와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지만 청군에게 발각된다. 그렇지만 친구가 죽음으로서 청군의 추격을 막아주는 바람에 여덕은 겨우 위험에서 벗어난다. 여덕은 사람들로부터 소림사의 무술이 매우 고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원수를 갚기 위해 무술을 수련하러 소림사로 향한다.
여덕은 소림사 근처 마을에 있는 객잔에 도착했다. 그는 부상으로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객잔의 주인은 그에게 응급 처치를 해준다. 여덕이 소림사가 있는 곳을 물으니, 객잔 주인은 그 몸으로는 갈 수 없다고 하면서 매일 소림사 승려들이 식자재를 조달하러 내려오는데, 그 속에 숨어서 소림사로 들어가라고 알려준다.
식자재 수레에서 삼덕을 발견한 소림사 승려들은 그를 일단 치료해준다. 여덕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승려들은 그에게 소림사는 세속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니 하산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덕은 자신은 부모와 친구의 원수를 갚고 대의를 실천하고자 무술을 배워야 한다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방장 스님이 그런 유덕을 보고 소림사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며, 유덕에게 “삼덕”(三德)이라는 법명을 내린다.
소림사에는 무술 단계별로 35방의 수련 과정이 있다. 그중 최고의 방은 35번째 **정방(正房)**이다. 마음이 급한 삼덕은 정방에서 배우겠다고 하지만, 방장 스님의 장풍에 어이없이 나가떨어진다.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깨달은 삼덕은 제일 아래인 1방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기로 한다.
제1방은 몸의 균형과 스피드를 추구하는 훈련이다. 이를 위해 물에 뜬 나무 더미를 딛고 식당으로 가야 한다. 넘어져 물속에 떨어지면 옷을 말리느라 식사를 못 하게 된다. 삼덕은 처음에는 실패하지만, 철저한 수련을 통해 3개월 만에 이 관문을 통과한다. 다음 제2방은 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양손에 물이 가득한 물통을 평행으로 들고 계단을 올라가 항아리에 물을 부어야 한다. 물통이 무거워 팔이 처진다면 허리에 감은 칼날에 상처를 입게 된다. 얼마 후 삼덕은 이곳도 무사히 통과한다.
제3방은 손목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맨 끝에 쇠뭉치가 달린 긴 대나무 장대의 끝부분을 잡고 종을 쳐야 한다. 삼덕은 몇 달 후 이곳도 무사히 통과한다. 제4방은 시선을 고정하는 훈련이다. 얼굴을 돌리지 않고 불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여야 한다. 이 훈련은 대결 중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제5방은 머리로 모래주머니를 밀치며 통과하여 향불을 피우는 훈련이다. 이는 머리를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한 훈련이다.
이렇게 여러 방을 차례로 지나면서 삼덕은 2년 1개월 만에 10개의 방을 무사히 통과하였다. 이것은 소림 천년의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방장 스님은 삼덕을 달마원 주지로 임명한다.
삼덕은 기초 체력 훈련은 모두 통과하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술 수련이다. 권법, 발차기, 검, 봉 등 맨손 격투기와 무기 훈련을 체계적으로 수련한다. 그리하여 삼덕은 5년 만에 35개 방 전부를 통과한다. 방장 스님은 삼덕에게 원하는 방의 부주지로 임명하겠으니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자 계율원 주지인 류엽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다. 삼덕은 아직 35방의 부주지라는 중책을 맡을 실력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삼덕이 자신을 이긴다면, 그에게 원하는 직책을 주어도 좋다고 건의한다.
류엽과 삼덕 사이의 대결이 벌어진다. 그러나 삼덕은 류엽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며 참패한다. 삼덕은 다시 절치부심하며 수련을 계속한 후 다시 류엽에게 도전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패한다. 삼덕은 다시 수련에 들어갔다. 대숲에서 수련을 하다가 그는 부러진 대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스스로 삼절곤을 만든다. 삼덕은 다시 류엽에게 도전하는데, 그는 자신이 만든 삼절곤으로 류엽에게 승리한다.
방장 스님은 삼덕의 무예를 칭찬하며, 소림 35방 가운데 정방을 제외한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책임을 맡길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삼덕은 기존의 35방 대신 새로이 36방을 만들어 속세 제자를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러자 방장 스님은 그건 안 될 말이라면서 허락하지 않는다. 삼덕이 계속 36방의 신설을 간청하자, 방장 스님은 벌을 내리겠다면서 속세로 내려가 탁발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삼덕은 먼저 자신의 집인 건어물 가게로 찾아간다. 가게와 집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이웃에 물으니 삼덕의 부모님들은 청군의 손에 죽어 마을 밖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한밤중 삼덕이 공동묘지를 찾으니, 몇몇 청년이 장사를 지내고 있다. 삼덕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청군이 나타나 그들을 포위하고 체포하려 한다. 삼덕이 뛰어들어 청군을 물리치고 청년을 구해준다. 청년들은 홍희관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삼덕은 옛날 자신의 부모를 죽인 청군 간부 당삼요를 죽인다.
다음 날 홍희관과 함께 마을로 들어간 삼덕은 청군에게 반항하다가 목숨이 위태롭게 된 대장장이 청년 동천근을 구해준다. 그리고 대나무 장인인 육하채도 자신의 제자로 거두어들인다. 삼덕은 천달의 장군부 습격을 계획한다. 이를 위하여 장군부 옆에 있는 방앗간을 빌리기로 하고, 방앗간 주인인 용미륙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한다.
천달 장군은 부하인 당삼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인다. 체포한 주민들을 처형하려는 순간 삼덕이 나타나 청군들을 물리치고 이들을 구한다. 이 소식은 곧 천달의 귀에 들어갔다. 천달은 소림이 반군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대를 끌고 소림사로 향하여 출동한다.
이 정보를 미리 안 삼덕은 제자들을 시켜 청군과 천달을 분리하는 작전을 편다. 한편 삼덕은 천달을 유인하여 일대일 대결을 벌이게 된다. 삼덕과 천달은 치열한 결투를 벌인다. 그러나 싸움은 삼절곤을 무기로 사용하는 삼덕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천달은 무기를 잃자 쿵푸로 맞선다. 그러자 삼덕도 무기를 버리고 쿵푸로 맞선다. 삼덕은 쿵푸에서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결투를 이끌어가다가 박치기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여 천달을 죽인다.
제자들을 데리고 소림사로 돌아온 삼덕은 36방을 열고 속세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진력한다.
이 영화는 기존의 쿵푸 영화에 비해 뛰어난 수준을 보인다. 유가휘가 연기하는 삼덕의 쿵푸 실력은 볼만하다. 이 영화가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쿵푸도 볼만하다.
유가휘가 출연하는 영화는 대개 유가량이 감독을 맡고 있다. 이름도 비슷하고 해서 두 사람이 형제 사이인가 해서 찾아보니, 둘은 양형제 관계라고 한다. 유가휘의 아버지가 유가량을 양자로 맞아들여 두 사람이 형제가 되었는데, 10세 이상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소림 무술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는 삼덕 스님이 자주 등장한다.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 <벽력십걸>, <소림과 무당>, <제자야풍광>, <소림영웅방>, <홍희관> 등에서 삼덕 스님은 주인공 혹은 중요 조연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가 어떤 인물인가 찾아보았더니, 그는 실존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라고 한다. 하도 여러 영화에서 소개되다 보니 그를 실존 인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삼덕 스님이 제자로 받아들이는 홍희관은 실존 인물이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쿵푸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방세옥은 홍희관의 동기이며, 홍희관의 후대 제자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무도가는 황비홍이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52525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