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변강쇠의 고민은?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는 여러 번 영화로 제작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대물 변강쇠>는 2017년에 제작된 에로틱 코미디 영화인데, 기존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고대 소설 <가루지기 타령>을 원본으로 하여 약간의 수정을 거친 것이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 변강쇠가 옹녀를 만난다는 기본 줄거리만을 채용했을 뿐 내용은 완전히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기존의 변강쇠는 “절륜”으로 짝을 찾을 수 없어 여행을 떠났다가 옹녀를 만나지만, 이 영화의 변강쇠는 엄청난 “대물”이긴 하지만 “조루증”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변강쇠는 조루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옹녀를 만나 평생의 짝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마을의 어느 주막집. 장사꾼인 듯한 한 사내가 들러서는 평상에 앉아 주모에게 슬슬 수작을 건다. 주모는 사내의 수작에 톡톡 쏘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은 눈치이다. 사내는 주모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나 나누자고 한다. 그러자 주모는 변강쇠라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주모의 말에 따르면 변강쇠라는 사내가 “물건”이 얼마나 큰지 여자들이 그만 만나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하면서, 변강쇠의 떠도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던 사내는 자신도 그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고 하면서 변강쇠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도 있다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변강쇠가 “대물”을 가진 것은 틀림없지만, 끔찍할 정도의 조루증으로서 상대한 여자들에게 멸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마루에 앉아 국밥을 먹고 있던 더벅머리 사내가 장사꾼과 주모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가 화를 벌컥 낸다. 장사꾼과 주모가 그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며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가 바로 변강쇠 본인이었다. 장사꾼과 주모는 그가 여기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삼남에 살던 변강쇠는 자신을 상대할 여자가 없어 평안도에 옹녀라는 절세의 음부(淫婦)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그러다가 정자에 앉아 쉬다가 평안도에서 왔다는 한 여자를 만난다. 여자의 이름을 물었더니 “옹녀”라고 하면서, 자신을 상대할 남자를 못 찾아 변강쇠의 소문을 듣고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천생연분이라 생각한 두 사람은 즉시 인연을 맺기로 하고, 변강쇠가 가진 돈으로 집을 사고, 둘은 마당에서 찬물 한 그릇을 떠놓고 식을 올린다. 서둘러 합방하자, 옹녀는 변강쇠의 대물을 보고 놀라서 기쁨에 들뜬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방 끝나는 변강쇠의 지독한 조루에 실망하고 만다. 변강쇠는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옹녀는 변강쇠에게 좋다는 음식을 구해다 먹인다. 그러나 옹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변강쇠의 조루는 낫지 않는다. 그러다가 둘 사이에 점점 감정이 격앙되어 마침내 변강쇠는 대판 싸움을 하고 집을 나온다.
이것이 변강쇠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러자 주모가 이 마을에 용한 선인술사가 있다면서 그를 찾아가면 아마 강쇠의 고민을 해결해 줄지 모른다고 말한다. 변강쇠는 선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선인술사가 요구하는 치료비가 없다. 변강쇠는 치료비 대신에 선인술사 집의 궂은일을 맡아 하면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선인술사는 변강쇠의 조루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발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그다지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선인술사는 꾸준히 수련해야 한다고 하지만, 변강쇠는 점점 더 선인술사의 치료에 의심을 품는다. 날이 갈수록 변강쇠에게 조금씩 차도는 있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변강쇠는 선인술사의 방을 엿본다. 이게 웬일. 지금까지 남자로 알았던 선인술사가 여자이다.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여자.
다시 수련을 받던 변강쇠는 선인술사가 자신의 상대라면 자신의 조루증이 금방 나을 것 같다면서 들이댄다. 거절하던 선인술사도 결국은 변강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두 사람이 합방을 하니, 둘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몇 번이나 운우지정을 나눈 끝에 변강쇠가 선인술사에게 이름을 물으니 “옹녀”라고 한다. 강쇠는 이때까지 자신의 아내가 옹녀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옹녀라니!
얼마 후 강쇠의 아내 옹녀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그녀는 강쇠가 바람을 피운다며 이혼하자고 난리를 친다. 강쇠는 아내의 이혼 요구를 승낙하고는, 왜 지금까지 이름이 옹녀라고 거짓말을 했느냐고 따져 묻는다. 그러자 강쇠의 아내는 자신의 이름은 “옥녀”가 맞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대물로 다시 태어난 변강쇠는 선인술사인 옹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게된다.
B급 에로틱 코미디이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다. 심심풀이로 한 번 볼만하다.
중학교 때 <한국 고대 소설>이라는 5권짜리 전집을 읽었는데, 그 속에 “가루지기 타령”이 있었다. 우리 옛날 소설에 이런 음란 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원래 이 이야기는 “판소리 열두 마당”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판소리의 특성상 대화가 많다. 걸쭉한 그 대화를 듣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 이에 비해 영화로 제작된 가루지기 타령(혹은 변강쇠 타령)은 그런 대화가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