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34)
낙타 타기 체험을 하던 도중 물이 말라버린 호수 같은 모래 웅덩이를 보았다. 처음엔 그곳이 월아천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곧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데, 관광지 호수에 물이 마르면 수도 파이프라도 연결할 텐데 물 없는 호수를 그냥 둘 리가 없다. 역시 월아천은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600미터 정도를 가면 월아천이 나온다. 나는 이미 사진으로 월아천의 모습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월아천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월아천의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 나는 지름 20~30미터 정도의 작은 연못이라 상상해 왔는데, 길이 200미터, 폭 100미터 정도의 호수라도 해도 괜찮을 정도의 크기이다, 사방이 메마른 모래 언덕인데, 이렇게 앍고 깨끗한 샘이 있을지 누가 상상했으랴!! 이곳은 옛 오아시스이다. 멀고 먼 사막을 여행해 온 대상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극에 도착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월아천 옆에는 “월천각(月泉閣)”이라는 중국식 전통 누각이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월천각이 없었더라면 월아천은 그냥 평범한 물웅덩이로 보였을 것이다 이 월천각이 월아천과 조화를 이룸으로서 사막과 물, 오수와 고전 건축이 어우러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달이 뜨면 더욱 아름다운 정경이 될 것 같다.
월천각은 월아천을 감상하기 위한 전망대이자 관광 휴게 시설로서, 비교적 최근에 지은 건축물이다. 중국 전통 누각 건축 양식으로 지어져 월아천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준다. 월천각은 단독 건물이 아니라, 월아천을 감싸며 지어진 여러 사원과 정자 등의 건물의 일부이다. 월천각에 올랐다. 지상에서 불과 4~5미터 정도 오른 것뿐이지만 초승달 모양의 월아천과 건너편의 하얀 모래 언덕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각 옆에는 부속 건물들과 함께 매점도 많다. 그렇지만 이 매점건물들도 조금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누각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 건물들이다.
명사산에 오를까 말까 망설여진다. 명사산은 해발 1,715미터, 이곳 평지로부터는 250미터 정도의 높이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사산에 오르고 있다. 모래에 발이 빠져 제대로 올라갈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나무 빌핀의 줄사다리가 놓여있어 그것을 밟고 올라가면 된다 오르는 높이는 북한산의 1/3 정도 되지만, 구불구불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북한산과 달리 여긴 일직선으로 바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경사도 상당히 가파르다.
사산에는 가급적 오후 늦게 방문하라고 한다. 일몰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오후 여섯 시가 지났다. 용기를 내어 오르기로 하였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걷기에 힘든다. 다행히 경사 부분부터는 나무판 줄사다리가 발받침 역할을 해 줘서 그나마 걷기가 편하다.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조금 걸어 올라갔는데도 숨이 찬다. 줄사다리 계단은 좁아서 한 줄로 올라가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오르고 있으니 줄을 서서 올라가는 형국이다. 그래서 숨이 차더라도 걷다가 설 수는 없다. 정 힘이 들면 옆으로 나가 모래밭에 앉아 쉬었다가 다시 오르면 된다. 중간쯤 올라가다가 힘이 들어 줄사다리에서 벗어나 모래 경사면에 주저앉았다. 약간 찬듯한 모래의 감촉이 전해져 기분이 아주 좋다. 두어 번 더 쉬면서 마침내 산 위에 올랐다. 힘은 들었지만 뿌듯하고 대견하다. 집사람도 중간에 포기하려니 생각했는데 끝까지 올라왔다.
모래산 위에 서면 사방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명사산에는 여러 개의 봉우리가 있다. 그런데 해는 그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위로 진다. 이래서야 산 위로 지는 일몰을 볼 수밖에 없다. 왠지 속은 듯한 기분이다. 명사산의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는데, 어쩐지 속은 기분이다. 그 높은 봉우리는 사람들이 올라온 길과는 꽤 떨어져 있어서 그 봉우리까지 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저 아래 월아천과 월천루가 조그맣게 보인다.
일몰시간이 가까워지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온다. 해가 높은 봉우리를 넘어간다. 그렇게 좋다는 명사산 일몰이 싱겁기 짝이 없다. 아마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면 경치가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곳까지 가기는 어렵다. 더 있어봤자 풍경도 신통찮을 것 같아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냥 모래산을 걸어 내려가는 방법과 돈을 내고 모래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방법.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스키장의 제일 높은 부분에서 슬로프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경사가 가파르지만 조금도 위험하지는 않다. 푹신한 모래언덕이기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또 밑으로 굴러내려갈 위험도 없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부드러운 모래언덕을 뒹굴다시피 하면서 내려간다. 나도 내려오면서 한 걸음씩 뗄 때마다 많은 모래가 밑으로 쓸려 내려간다. 이러다간 위에 있는 모래가 모두 아래로 밀려 내려가지 않나 하는 걱정도 된다.
여유가 있으니 중간중간 앉았다가 내려간다. 내려다보는 경치가 참 좋다. 차가운 모래의 감촉도 좋다. 올라올 때는 힘들어서 쉬었지만, 지금은 눈아래 펼치는 경치를 보기 위해 그리고 기분 좋은 차가운 모래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쉰다. 월아천의 모습을 이곳에서 볼 때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신발 안에 모래가 한 되는 들어간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명사산에서 내려올 때는 완전히 모래를 줄줄 밀면서 내려온다. 명사산에 올라오는 사람은 아마 하루에 수천 명, 많을 때는 만 명도 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이 모래를 밀고 내려온다면 모래가 쓸려내려 와 모래산의 모습이 변할 텐데, 어떻게 계속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그뿐만 아니다. 월아천 역시 주위는 모두 모래언덕이다. 모래가 쓸려 내려와 호수가 메워질 것 같은데 어떻게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자료를 찾아보니 바람에 의한 자연복원력으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원래의 모습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명사산 지역은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이 바람은 모래를 산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혹은 산 아래에서 위로 불어 올리는 역할을 한단다. 관광객들이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소실되는 모래의 양보다 바람이 다시 채워 넣는 모래의 양이 훨씬 많거나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월아천도 마찬가지이다. 모래 언덕에 둘러싸여 있지만 바람이 불면 모래가 샘을 덮치지 않고 능선을 따라 산 위로 다시 흘러가도록 하는 특수한 지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오묘한 자연의 복원력이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자연의 모습을 변형시키려 하지만, 자연은 거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그것을 원상으로 돌려놓는다.
나는 인스턴트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다. 특별히 라면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집사람이 끓여주지 않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 가끔 라면 생각이 나지만 집에 라면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라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의 정도다. 그러므로 하물며 컵라면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언제 먹어 봤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번 중국여행에서 컵라면을 두 번 먹어보았다. 한 번은 식당을 찾을 수 없어서, 또 한 번은 새벽 일찍이라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서였다. 신라면도 보였지만, 일부러 중국 라면을 선택했다. 예상보다 맛이 괜찮았다. 얼큰한 맛이었는데, 우리나라 라면의 얼큰함과는 다른 얼큰함이었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으로 괜찮을 것 같았다.
면이 아주 부드러웠다. 우리나라 컵라면의 경우 면이 딱딱하고, 밀가루 맛이 나는데 비해 중국 컵라면의 경우 끓인 라면과 식감이 비슷했다. 꼬들꼬들한 식감을 즐기는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양이 아주 적당했다. 우리나라 컵라면은 양이 너무 적다. 배고플 때 먹으면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중국 라면은 양이 적당하다.
10여 년 전쯤 중국 라면을 한번 먹어본 후 하도 맛이 없어 그동안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사이에 중국 라면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