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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구로 가는 징검다리 란저우로

(2025-10-08)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36)

by 이재형

(둔황역에서 고속철을 타고...)

오늘은 란저우로 이동한다. 다음 행선지는 구채구인데, 둔황에서 약 1,900킬로의 거리이다. 하루에 도저히 갈 수 없는 거리이기에 란저우에서 하루를 쉬고 갈 예정이다. 원래 계획으로는 이틀 전에 둔황을 출발했어야 하는데, 중국의 국경절 연휴로 기차 예약을 못해 란저우와 둔황에서 각각 하루씩 체류를 연장했기 때문에 늦었다. 구채구의 예약호텔은 날짜 변경을 하여 이틀 뒤로 미뤘다.


기차는 둔황 역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한다. 새벽 6시에 예약한 차가 왔다. 이곳은 해가 늦게 지는 대신 뜨는 것도 늦다. 새벽 6시면 아직 깜깜한 밤이다. 호텔을 나서니 작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둔황역에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기차를 탔다. 기차 출발 10분 전에 개찰을 하여 허겁지겁 차에 올랐다.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왜 이렇게 개찰 시간을 촉박하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기차가 출발하여 두 시간 정도 달렸을까, 벌판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내가 보는 올해 첫눈이다. 바깥 온도는 섭씨 5도 내외이다.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지평선이 보이는 저 끝까지 하얀 눈이다. 8시간의 오랜 기차여행이었지만 올 때보다는 덜 지루하다.

둔황역의 대합실

(중국의 숙박업소 종류)

숙박지는 란저우역 근처에 호텔이다. 예약할 때는 역까지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역에서 약 1.5킬로 정도의 거리라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니는 어려운 거리다. 일박에 35,000원에 예약했는데 꽤 괜찮은 호텔이다. 주점(酒店)이란 간판이 붙어있다. 중국의 숙박업소는 대개 반점(飯店), 주점(酒店), 빈관(儐館)으로 표현하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반점(飯店)은 원래는 '밥을 파는 가게'라는 뜻으로 식당을 겸하는 숙소였다. 현재는 고급 호텔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4성급 또는 5성급의 특급 호텔 수준을 나타낸다. '대반점(大飯店)'과 같이 '大'를 붙여 최고급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주점(酒店)은 원래는 '술집'을 뜻하지만, 중국에서는 호텔을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호텔을 뜻하는 가장 흔하고 현대적인 표현 중 하나이며, 일반적으로 3성급에서 5성급까지 다양한 수준의 호텔에 사용된다.


반점과 주점은 모두 고급호텔을 가리키나 굳이 구분하자면 반점이 좀 더 고급이라는 감이 있다. '대주점(大酒店)' 역시 최고급 호텔을 의미한다. 빈관(賓館)은 '손님을 위한 건물'이라는 뜻으로, 숙박 시설을 의미하는데, 2성급 또는 3성급 정도의 호텔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반점이나 주점에 비해서는 격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칭은 일반적인 관용적인 표현이므로 어떤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낡은 여관과 같은 빈약한 숙박업소에서도 “주점”이라는 간판을 내거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도 정확한 호텔의 등급을 알기 위해서는 성급(星級)을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초대소 등 여러 유형의 숙박업소가 있는데, 대개는 외국인은 투숙할 수 없다고 한다.


(친절한 호텔 직원)

난주는 지난번에 웬만큼 둘러봤으므로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쉬기로 하였다. 호텔 직원이 아주 친절하다. 우리에게 특별히 그런지 아니면 모든 투숙객에게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방에서 쉬고 있으니 노크 소리가 난다. 나가보니 직원이 종이쪽지와 요구르트를 전해준다. 종이쪽지를 펴보니 손 편지로 호텔에 투숙해서 고맙다, 환영한다, 잘 쉬고 가라,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언제나 연락하라는 등의 내용의 꽤 긴 글의 쓰여있었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도다 훨씬 더 잘 쓴 글씨이다.


식사를 하러 나갔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날씨에 공기가 아주 차다. 돌아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란저우는 이미 많이 둘러보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가고 싶은 곳도 없다. 호텔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얼른 식사만 하고 나왔다.

차창 밖의 풍경


(직통버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문제는 내일이다. 그동안 난주에서 구채구로 가는 방법에 대해 정말 골치를 많이 썩였다. 딥시크와 제미나이, 챗GPT는 물론 어느 페이스북 친구까지도 난주에서 구채구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전 직접 확인해 보니 난주의 어느 터미널에서도 구채구행 버스는 없었다. 철도의 급속한 확충 등 교통환경이 빨리 바뀌다 보니까 장거리 버스노선의 변화도 심한 것 같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다해 알아낸 최적 코스가 란저우에서 롱난(隴南)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버스로 구채구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 롱난까지 가는 기차표는 이미 예약해 두었다. 그런데 롱난에서 구채구로 가는 버스를 도저히 예약할 수 없었다. 트립닷컴은 물론 고덕 지도나 바이두 지도로도 도저히 안된다. 결국 현지에 가서 부딪히는 방법밖에 없다. 시간상으로 이용가능한 버스는 두 대밖에 없다. 만약 버스표가 매진되었다면 롱난에서 또 하루를 더 머물 수밖에 없다.


중국단상(28): 중국 택시기사


이번 25일간의 중국여행에서 택시를 거의 100번 가까이 탄 것 같다. 장거리 이동을 제외하고는 시내 및 근교 교통은 모두 택시를 이용하였으니 그 정도는 족히 될 것이다. 2019년 연말 은퇴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탄 택시 총 승차 회수보다 훨씬 더 많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택시기사의 수준이다. 중국의 택시기사는 확실히 우리보다 위다. 우리나라에서 택시를 타면 불쾌한 경우를 종종 겪는다. 옛날처럼 웃돈을 요구하거나 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손님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경우는 종종 본다.


중국에서는 그만큼 택시를 많이 탔지만, 내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기사들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특히 나는 행선지를 말하거나 요금을 계산할 때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그들은 조금도 싫은 내색을 않는다. 대부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해준다.


특히 캐리어를 들고 타면 그들은 반드시 내려 트렁크에 실어준다. 이건 지금까지 가 본 다른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반 정도의 기사는 트렁크만 열어둔 채 차 안에서 모른 채 하고 있다. 심지어는 빨리 처리 않는다고 짜증 내는 사람들까지 있다.

20년 전에는 중국이 그렇지 않았다. 손님들에게 화를 내고, 제멋대로 차를 세우고, 웃돈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웃돈을 주려해도 사양한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바뀌게 했는지 모르겠다. 집사람도 15년 전쯤 북경 여행을 한 후 중국 택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는데,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아직도 중국 택시기사들도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첫 번째는 운전 중 통화이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무슨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반 이상이 승차 시부터 하차까지 계속 전화다. 반면 여자 기사들은 전화를 거의 않는다.

둘째, 난폭운전은 여전히 심하다. 도심이 워낙 복잡해서 이겠지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몇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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