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산군’과 퇴역 사냥꾼의 교감
영화 <대호>는 1925년 지리산을 배경으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산군’(山君)과 이를 잡으려는 일본군, 그리고 한때 조선 최고의 명포수였지만 지금은 총을 놓은 천만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15년에 제작되었다.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조선 도처에서 일본군들에 의해 호랑이 사냥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본군은 사냥한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 값비싼 선물로 이용하고 있었다. 조선 주둔 일본군 장군 마에조노는 곧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부하들은 그의 귀국 선물로 호랑이 가죽을 바치지만, 그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부하들이 잡아온 호랑이들은 대부분 러시아 호랑이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조선 토종의 호랑이이다.
지리산에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로서 ‘산군(山君)’이라 불리는 거대한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군을 단순한 짐승이 아닌 오랜 시간 지리산을 지켜온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기고 있다.
한때 지리산 최고의 명포수였던 천만덕(최민식 분)은 옛날 호랑이를 사냥하다가 오발 사고로 자신의 총으로 아내를 죽였다. 그리고 자신의 총에 맞아 죽은 산군의 새끼를 보고 큰 죄책감을 느낀다. 그 사건 이후 천만덕은 총을 놓고 어린 아들 석과 함께 외딴 오두막에서 약초를 캐며 살아가고 있다. 곤궁한 생활에 지친 아들 석은 그런 아버지에게 늘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다시 사냥꾼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군 장군 마에조노는 부하인 류 소좌에게 지리산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류는 조선인 출신 일본군 장교이다. 마에조노는 류에게 지리산 호랑이를 잡아 충성을 증명하라는 것이었다. 마에조노는 지리산 호랑이의 가죽이 탐나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잡아 조선의 정기를 끊으려는 것이다. 류는 부하들을 끌고 지리산 마을로 내려와 만덕의 옛 동료였던 포수 구경을 사냥꾼 대장으로 삼아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명령한다.
구경은 포수들과 몰이꾼을 데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산군을 잡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산군의 반격을 받아 큰 피해만 입고 만다. 산군의 사냥에 실패하고 막대한 피해만 입었다는 보고를 받은 마에조노는 더 이상 이를 사냥꾼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는 대규모의 병력을 거느리고 직접 지리산으로 내려온다.
한편 류 소좌도 마에조노가 내려오기 전에 산군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포수를 모집하려 한다. 일본군이 새로운 포수를 모집한다는 말을 들은 석은 일본군을 찾아가 포수가 되겠다고 자원한다. 류는 석이 천만덕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석을 새 포수로 채용하면서 일본군이 보유한 총을 선물로 준다.
류는 포수들만으로는 산군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일본군까지 동원한다. 일본군은 몰이꾼과 포수를 앞세워 산군이 있는 곳을 찾아 지리산을 오른다. 사냥대는 산군의 새끼를 발견하고 죽인다. 얼마 후 갑자기 산군의 역습이 시작된다. 산군은 자신을 잡으러 오는 사냥대를 습격하여 무자비한 공격을 가한다. 포수와 일본군들은 산군의 발톱과 이빨에 찢겨 죽는다. 일본군은 반격을 가하려 하지만, 산군의 위세에 눌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포수와 일본군들의 대오는 무너져 모두 혼비백산하여 도망쳐 내려가고, 산군은 그들을 추격하여 닥치는 대로 찢어 발긴다. 공포에 질려 주저앉은 석에게 산군이 다가온다. 산군의 발톱에 석은 쓰러진다.
산군이 물러간 후 포수들과 일본군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사고 현장으로 올라왔다. 구경은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석을 발견하지만 그를 데려가지 않는다.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먹으러 늑대들이 몰려왔다. 늑대 떼는 석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를 자신들의 집으로 끌고 간다. 그때 산군이 나타나 늑대들을 물리치고 석의 시신을 물고 간다.
한편 천만덕은 아들 석이 포수를 자원하여 산군 사냥대로 출동하였고, 사냥대가 산군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받았고 아들도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천만덕은 급히 사고가 난 곳으로 달려가지만 석의 시신은 보이지 않는다. 그날 밤 천만덕의 오두막 밖에 무슨 기척이 있어 천만덕이 밖으로 나가보니 산군이 있었다. 산군은 죽은 석의 시신을 물어와 천만덕 앞에 두고는 사라진다.
천만덕은 옛일을 생각한다. 젊은 시절 그는 호랑이 사냥에 성공하였는데, 죽은 호랑이 옆에 두 마리의 새끼가 달려온다. 고양이 크기의 새끼들은 어미의 복수를 하려는 듯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려고 한다. 동료 사냥꾼은 새끼까지 잡게 되었다면서 죽이자고 하지만, 천만덕은 동료를 꾸짖으며 새끼 호랑이를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굴속으로 데려다준다. 천만덕이 살려준 두 마리의 어린 호랑이는 산군의 새끼였다.
류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천만덕뿐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데려오려고 한다. 천만덕의 옛 동료를 데리고 천만덕의 오두막을 찾았지만, 천만덕은 보이지 않고 오두막은 불타고 있었다. 그 시간 천만덕은 산군의 굴을 찾아 지리산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한편 마에조노는 대규모 일본군 병력을 이끌고 지리산에 도착하였다. 그는 지리산 곳곳에 폭약을 설치하여 폭파시켜 산군을 산 위로 내몰려고 하고 있었다. 지리산 곳곳에 폭발음이 들리며, 아름드리 나무들이 쓰러진다. 일본군은 산 위를 향해 한 걸음씩 발길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드디어 산군의 굴이 있는 절벽 아래에 도착하였다. 일본군들은 험난한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병사들이 속출한다.
그 시간 천만덕은 드디어 절벽을 올랐다. 굴 앞에 우뚝 선 천만덕 앞으로 산군이 다가온다. 천만덕은 천천히 총을 들어 올려 산군을 겨눈다. 산군도 한 걸음씩 천만덕 앞으로 다가온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천만덕의 총이 총성을 울린다. 총을 맞은 산군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이 모습을 본 천만덕은 총을 버리고 단도를 꺼낸다. 주저앉아 있던 산군은 다시 힘을 얻은 듯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천만덕을 향해 도약한다. 천만덕과 산군은 끌어안은 채 천 길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산꼭대기를 향하던 일본군들은 산 위에서 들려오는 총성을 듣는다. 그들은 서둘러 산을 오른다. 그들은 산군의 굴이 있는 절벽 위에 올랐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다. 다시 산을 내려온 류는 마에조노에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보고를 한다. 마에조노는 나중에 다시 수색하겠다고 하면서 부대를 이끌고 산을 내려간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 천만덕과 산군의 시신이 눈 속에 나란히 누워있다.
제작자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았으나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제작자가 의도하는 한쪽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들어 약간의 저항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로는 많은 제작비를 들였고, 또 영화 평론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대실패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흥행 실패는 위에서 말한 요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