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과 진화(17): 쥐라기의 지구 환경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34

by 이재형

쥐라기(Jurassic Period, 약 2억 100만 년 전 ~ 1억 4,500만 년 전)는 초대륙 판게아가 본격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며,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서 거대 공룡과 울창한 밀림이 지구를 뒤덮었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지구 환경은 오늘날의 생태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34.1 지질적 특성


쥐라기(Jurassic Period)는 지질학적으로 볼 때 지구의 겉모양을 결정짓는 거대한 판게아(Pangea) 대륙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 '분열과 이동의 시대'이다. 이러한 지각 변동은 단순히 땅의 모양을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기후와 생태계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트라이아스기 말기부터 시작된 판게아의 균열은 쥐라기에 들어서면서 대륙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북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서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갈라진 틈(해령)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초기 대서양이 형성되었으며, 이는 오늘날 대서양의 기원이 되었다. 판게아는 크게 북쪽의 로라시아(Laurasia)와 남쪽의 곤드와나(Gondwana)로 나뉘었다. 쥐라기 후기에는 곤드와나조차 아프리카, 남미, 인도, 남극-호주 블록으로 쪼개지기 시작하였다

쥐라기의 지질

대륙이 갈라지는 경계면에서는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솟구쳐 오르는 활발한 화산 활동이 일어났다. 대륙 사이에서 새로운 해양판이 생성되는 '해령'이 급격히 확장되었다. 젊고 뜨거운 해령은 부피가 커서 바닷물을 대륙 쪽으로 밀어냈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대륙의 상당 부분이 얕은 바다(대륙붕)에 잠기게 되었다. 거대한 화산 폭발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였다. 이는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켜 쥐라기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었다.

로라이사와 곤드와나의 분리

쥐라기라는 명칭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의 쥬라(Jura) 산맥에 분포한 석회암 지층에서 유래하였다. 유럽 전역과 북미 일부 지역에는 당시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석회암과 이암층이 넓게 분포한다. 이곳에서 암모나이트, 해양 파충류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쥐라기의 따뜻한 바다에서 번성했던 플랑크톤과 유기물들이 산소가 부족한 해저에 쌓여 두꺼운 지층을 형성하였다. 이것이 수억 년의 시간을 거치며 오늘날 중동과 북해 등에 매장된 주요 석유 자원이 되었다. 북미의 모리슨 지층(Morrison Formation)처럼 대륙 내부의 강과 호수에서 형성된 육성층에서는 알로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거대 공룡의 화석이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쥐라기는 '역동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난 시기였으며, 이러한 지질학적 불안정함이 역설적으로 생명체에게는 풍요로운 습도와 따뜻한 터전을 제공하여 생물 다양성을 극대화하였다.

쥐라기의 지각변동


34.2 기후: 고온다습한 ‘온실 지구’


쥐라기(Jurassic Period)의 기후는 한마디로 '전 지구적 온실 기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트라이아스기의 극심했던 건조함이 사라지고, 대륙 분열로 인해 습기가 공급되면서 지구는 거대한 열대 우림과 같은 환경으로 변하였다.


쥐라기의 지구 평균 기온은 오늘날보다 약 5°C ~ 10°C 정도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극지방(남극과 북극)에도 거대한 빙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극지방의 기온조차 오늘날의 온대 지역과 비슷하여, 고위도 지역에서도 공룡과 울창한 숲이 공존할 수 있었다.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기온 차이가 오늘날처럼 크지 않았다. 지구 전체적으로 기온이 평준화되어 완만한 기후 분포를 보였다.


판게아 대륙이 쪼개지며 탄생한 초기 대서양과 테티스해는 육지 깊숙한 곳까지 수증기를 전달하였다. 트라이아스기를 지배했던 거대한 내륙 사막들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강과 호수, 그리고 습지가 대신하였다. 대륙과 해양의 배치 변화로 인해 강력한 계절풍(몬순)이 발생하였고, 이는 정기적인 폭우를 가져와 식물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쥐라기의 온실지구

쥐라기 기후를 유지시킨 핵심 동력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였다. 대륙이 갈라지는 경계에서 일어난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늘날의 약 4배에서 7배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해저 지층에 고정되어 있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분출되어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피드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대신 산소는 현대보다 다소 낮았다.


오늘날의 지구 대기와 쥐라기의 대기를 비교하면 현재는 공기중 이산하탄소 농도가 420 ppm으로 0.04% 수준이나, 쥐라기는 그 2~5배에 해당하는 1,000~2,000 ppm에 달하였다. 그러면 현대의 인간이 쥐라기로 간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쥐라기(Jurassic Period)의 대기 환경에서 현대 인류가 보호 장비 없이 생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매우 고통스럽고 장기적으로는 생존 확률이 낮다. 인간이 1,000ppm 이상의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졸음, 집중력 저하, 두통을 느끼기 시작한다. 2,000ppm을 넘어가면 가벼운 구토 증상과 심박수 증가 등 이산화탄소 중독(고탄산혈증) 초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낮은 산소 농도로 인하여 저산소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쥐라기의 지각변동

쥐라기는 비록 전 지구적으로 따뜻했으나, 지축의 기울기로 인한 계절적 변화는 여전히 존재하였다. 특히 대륙 내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집중되는 우기와 매우 메마른 건기가 교차하였다. 이는 거대 용각류 공룡들이 먹이와 물을 찾아 대규모로 이동하는 생태적 원인이 되었다. 고위도 지역에서는 겨울철에 기온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 정도의 혹한은 매우 드물었다.


쥐라기와 현대를 비교한다면 쥐라기는 평균 기온이 약 20°C ~ 25°C로서 현재(약 15°C)보다 훨씬 높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현재에 비해 훨씬 높았으며, 해수면도 현재보다 약 100m 이상 높아 얕은 바다가 대륙을 많이 덮었다. 결론적으로 쥐라기는 '고온다습한 대기'와 '풍부한 강수량'이 결합되어 지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생물 생산력을 기록했던 시기이다. 이러한 기후 조건은 거대 공룡들이 막대한 양의 식물을 섭취하며 체급을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쥐라기의 온실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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