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과 진화(18): 쥐라기의 식물 생태계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Ep 35

by 이재형

쥐라기(Jurassic Period)는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도 덕분에 지구 역사상 식물이 가장 울창하게 번성했던 시기 중 하나이다. 아직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이 등장하기 전이었으므로, 겉씨식물과 양치식물이 전 지구적인 산림을 형성하고 있었다.


35.1 겉씨식물의 황금기


쥐라기는 지질학적 역사상 겉씨식물(Gymnosperms)이 종의 다양성과 개체 수 면에서 정점에 달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는 속씨식물(꽃식물)이 등장하여 생태계를 장악하기 전으로, 지구 전체가 거대한 '바늘잎과 비늘잎의 숲'으로 덮여 있었다. 쥐라기의 식생은 크게 세 그룹이 주도하였다.


• 소철류 (Cycadophyta): 쥐라기를 '소철의 시대'라고 부를 만큼 번성하였다. 오늘날의 야자수와 유사한 외형을 가졌으며, 단단하고 뾰족한 잎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하며 거대 초식 공룡의 주요 식량이 되었다.

• 베네티탈레스 (Bennettitales): 겉모습은 소철과 매우 비슷하지만, 꽃과 유사한 복잡한 번식 구조를 가진 멸종 식물이다. 속씨식물의 조상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될 만큼 진화적으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 침엽수류 (Conifers): 숲의 가장 높은 층(수관층)을 형성한 주역이다. 아라우카리아(Araucaria)나 세쿼이아(Sequoia)의 조상들이 쥐라기 기후에 적응하여 수십 미터 높이로 자라나 거대 숲을 이루었다.

쥐라기의 겉씨식물 숲

쥐라기에 겉씨식물이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쥐라기 특유의 환경이 겉씨식물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판게아 대륙이 분열하며 해안선이 늘어났고, 대륙 깊숙이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식물이 자라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당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대보다 몇 배나 높았다. 이는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하여 거대한 숲이 빠르게 형성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쥐라기 겉씨식물은 속씨식물처럼 화려한 꽃과 꿀로 곤충을 유혹하는 대신, 자신들만의 여러 가지 고유의 번식 방식을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겉씨식물은 방대한 양의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 수정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일부 베네티탈레스류는 원시적인 형태의 향기나 분비물을 내뿜어 딱정벌레와 같은 초기 곤충들을 유인해 수분을 돕게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겉씨식물은 또한 공룡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진화를 하였다. 겉씨식물의 황금기는 거대 공룡의 진화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거대 용각류들은 높이 솟은 침엽수의 잎을 뜯어 먹으며 자신의 몸을 유지하였다. 겉씨식물의 잎은 대체로 질기고 영양가가 낮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룡들은 위석(Gastrolith)을 사용해 식물을 갈아내거나, 거대한 소화 기관에서 장시간 발효시키는 방식을 택하였다.


쥐라기는 '초록색 단일 톤의 울창한 숲'이 지구를 뒤덮은 시기였으며, 이들이 축적한 유기 에너지는 중생대 거대 동물 시대를 지탱한 거대한 에너지원 역할을 하였다.

공룡과 겉씨식물의 공진화


35.2 거대 침엽수림의 형성


쥐라기 시대는 지질 시대 중 침엽수가 종의 다양성과 크기 면에서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이다. 초대륙 판게아의 분열로 인한 고온다습한 기후는 침엽수가 거대한 숲을 형성하여 지구의 지붕(캐노피)을 구축하는 데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였다.


이 시기 거대 침엽수림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오늘날보다 훨씬 따뜻하고 습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당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대보다 약 4~7배가량 높았다. 이는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하여 나무들이 수십 미터 높이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료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대륙이 갈라지며 형성된 해안선을 통해 내륙까지 충분한 습기가 공급되었고, 이는 거대한 수관(Tree canopy)을 유지할 수 있는 풍부한 수자원이 되었다.


쥐라기 당시의 숲은 오늘날의 침엽수림과는 구성 종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 아라우카리아과 (Araucariaceae): 쥐라기 숲의 가장 상층부를 차지했던 주역이다. 오늘날 남반구에 남아 있는 '원숭이퍼즐나무'나 '카우리소나무'의 조상들로, 가지가 규칙적으로 배열되고 잎이 비늘처럼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 세쿼이아 및 삼나무류 (Cupressaceae): 오늘날의 거대 레드우드(Redwood)와 유사한 계통들이 이 시기에 기틀을 잡았다. 이들은 수직 성장에 특화되어 햇빛을 독점하였다.

• 체로레피디아과 (Cheirolepidiaceae): 현재는 멸종한 그룹으로, 건조한 해안가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쥐라기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하였다.

아라우카리아과 (Araucariaceae)
체로레페디아과 숲

침엽수림은 고도에 따라 뚜렷한 층상 구조를 형성하였다. 상층(Canopy)은 30~50m 높이의 거대 침엽수들이 하늘을 가려 그늘을 만들었다. 중층(Understory)은 침엽수의 어린 묘목들과 소철류, 은행나무류가 자리 잡았다. 햇빛이 적게 드는 하층(Forest Floor) 바닥에는 나무고사리와 이끼류가 무성하게 자라나 습기를 보존하였다.


침엽수림의 형성은 용각류(Sauropods) 공룡의 거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은 용각류들은 침엽수의 높은 가지에 달린 잎을 먹기 위해 목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침엽수들은 이러한 공룡의 공격에 대응하여 잎을 더욱 질기게 만들거나 수지(Resin)를 분비하여 곤충과 동물의 접근을 막았다. 이 시기에 쏟아져 나온 막대한 양의 송진은 훗날 많은 곤충 화석을 품은 ‘호박(Amber)’이 되었다.

침엽수와 용각류의 공진화

35.3 하층 식생


쥐라기의 울창한 침엽수림 아래 형성된 하층 식생은 고온다습한 기후를 바탕으로 형성된 '양치식물의 천국'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어두운 숲 바닥과 습지 주변은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성한 하층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 하층 식생의 주역 양치식물

꽃이 피는 속씨식물이 없던 쥐라기에 지표면을 덮은 가장 중요한 식물군은 양치식물이었다.


• 나무고사리 (Tree Ferns): 시아테아과(Cyatheaceae)와 같은 나무고사리들은 수 미터에서 십여 미터까지 자라나 숲의 하층과 중층 사이를 메웠다. 이들은 오늘날의 고사리와 달리 거대한 줄기를 가졌으며, 숲의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였다.

• 초본 양치류: 지표면을 카펫처럼 덮은 작은 고사리들은 습한 토양에서 폭발적으로 번성하였다. 이들은 스테고사우루스나 초기 조각류처럼 고개를 낮게 숙여 먹이를 찾는 초식 공룡들의 핵심 주식이었다.

• 속새류 (Horsetails): 고생대의 거대한 석송류는 쇠퇴했으나, 속새류는 여전히 강가나 습지 주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났다.

쥐라기의 하층 식생

■ 이끼와 지의류

지표의 융단 숲의 가장 낮은 곳, 즉 돌이나 쓰러진 나무 위에는 이끼와 지의류가 번성하였다. 고온다습한 환경 덕분에 숲 바닥의 암석과 토양은 두꺼운 이끼 층으로 덮여 있었다. 이는 토양의 수분을 보존하고, 작은 곤충이나 초기 포유류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였다. 하층의 무성한 식생은 숲 내부의 수분 증발을 막아 쥐라기 특유의 '찜통 같은' 습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였다.


■ 소철류와 베네티탈레스의 어린 개체

상층의 침엽수림 사이로 비치는 제한된 햇빛을 받으며 자라나는 중소형 식물들도 하층 식생의 일부를 구성하였다. 성장이 느린 소철류(Cycads)는 숲의 빈터나 가장자리에서 하층 식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였다. 베네티탈레스(Bennettitales)는 겉모습은 소철과 닮았으나 관목 형태의 작은 종들이 많아 숲의 하부를 채우는 주요 구성원이었다.


하층 식생은 쥐라기 초식 공룡들의 생존과 직결된 요소였다. 목이 긴 용각류가 상층의 침엽수를 먹었다면,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 같은 공룡들은 이 하층의 양치식물을 뜯어 먹으며 생활하였다.


35.4 식생과 공룡의 공진화(共進化)


쥐라기(Jurassic Period)는 거대 식물과 거대 공룡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진화한 '공진화(Coevolution)의 정점'을 보여주는 시기이다. 식물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공룡은 더 효율적으로 뜯어먹기 위해 진화하여 중생대 생태계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 수직적 성장 경쟁

쥐라기의 침엽수들은 햇빛을 차지하고 공룡의 먹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하늘 높이 자라났는데, 이는 공룡의 신체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거대 침엽수들은 줄기 아래쪽에는 가지를 치지 않고 수십 미터 높이에만 잎을 무성하게 피워 올렸다. 이에 대해 브라키오사우루스(Brachiosaurus)나 기라파티탄과 같은 용각류는 이 높은 곳의 잎을 따먹기 위해 긴 목과 수직으로 곧게 선 앞다리를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 거친 식단과 소화 기관의 진화

쥐라기의 주류 식물인 소철과 침엽수는 현대의 활엽수에 비해 영양가가 낮고 섬유질이 매우 질겼다. 식물들은 잎에 딱딱한 규소 성분을 포함하거나 독성 물질을 분비하여 소화를 방해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공룡은 이빨로 씹기 힘든 질긴 잎을 갈기 위해 작은 돌(위석)을 삼켜 위장에서 음식물을 분쇄하였다. 또한 용각류는 거대한 몸집 내부에 매우 긴 장을 가졌으며, 그 안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질긴 식물체를 장시간 발효시켜 에너지를 뽑아내었다.

거대 침엽수 잎을 먹는 공룡

■ 낮은 층 식생과 방어 기제

지표면 근처에서 자라는 양치식물과 소철류 역시 낮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 공룡들과 생존 경쟁을 벌였다. 소철류는 잎을 매우 날카롭고 딱딱하게 만들었으며, 줄기 주위를 단단한 비늘로 감싸 보호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와 같은 공룡들은 부리 모양의 입을 발달시켜 단단한 소철 잎을 정교하게 끊어 먹었으며, 낮은 위치의 양치식물을 훑어 먹기에 적합한 신체 구조를 유지하였다.


■ 번식과 확산의 공생

식물과 공룡은 단순히 먹고 먹히는 관계를 넘어, 종의 번식을 돕는 파트너이기도 하였다. 공룡이 식물의 열매나 씨앗을 먹고 먼 곳으로 이동하여 배설함으로써, 식물은 서식지를 넓힐 수 있었다. 거대 공룡들이 숲을 지나가며 나무를 쓰러뜨리거나 숲 바닥을 파헤치는 행위는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날 수 있는 공간(Gap)을 만들어내어 숲의 갱신을 도왔다.


결론적으로 쥐라기 식생과 공룡은 '더 높게, 더 크게, 더 단단하게'라는 공통된 방향으로 서로를 자극하며 진화하였다. 이러한 역동적인 관계는 오늘날 우리가 공포와 경외심을 느끼는 거대 공룡 시대를 가능케 한 근본적인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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