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탄생과 진화(23): 쥐라기의 무척추동물

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40

by 이재형

쥐라기의 무척추동물은 바다와 육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바다에서는 암모나이트와 같은 두족류가 폭발적으로 번성하여 오늘날 쥐라기 지층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표준 화석 역할을 수행한다.


40.1 해양 무척추동물


쥐라기의 해양 생태계는 온난한 기후와 얕고 넓은 바다(천해)의 발달로 인해 무척추동물이 폭발적으로 번성한 시기이다. 이들은 당시 바다를 지배하던 어룡이나 수장룡과 같은 거대 해양 파충류의 주요 먹이원이자,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표준 화석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쥐라기의 해양 무척추동물 생태계

• 암모나이트 (Ammonites): 쥐라기 바다의 주인공이자 가장 상징적인 무척추동물이다. 나선형의 단단한 껍데기를 가졌으며, 내부의 격벽을 통해 부력을 조절하며 수영하였다. 암모나이트는 진화 속도가 매우 빨라 껍데기의 문양이 시기별로 뚜렷하게 다르다. 이 때문에 특정 지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종류만으로 해당 지층이 쥐라기의 어느 시기인지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 벨렘나이트 (Belemnites): 오늘날의 오징어와 유사한 두족류이다. 현대의 오징어와 달리 몸 안에 화살촉 모양의 단단한 원뿔형 골격(초, Guard)을 가지고 있었다. 무리를 지어 빠르게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사냥하였다. 이들의 화석은 대량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당시 바다에 얼마나 많은 개체 수가 살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암모나이트
벨렘나이트

• 육방산호 (Scleractinian Corals): 현대적 산호초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이다. 쥐라기 중기부터는 거대한 산호초 지형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산호초는 수많은 소형 생물에게 서식처와 은신처를 제공하며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 그리파에아 (Gryphaea): '악마의 발톱'이라는 별명을 가진 초기 굴의 일종이다. 껍데기가 두껍고 한쪽이 심하게 굽은 형태를 띠고 있다. 부드러운 진흙 바닥에서도 몸이 가라앉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진화한 형태이며, 쥐라기 해저 지층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화석 중 하나이다.

육방산호 (Scleractinian Corals)
그리파에아 (Gryphaea)

벨렘나이트와 암모나이트는 어룡(이크티오사우루스)의 분석(糞石, 분석 화석)에서 자주 발견될 만큼 주요 식량 자원이었으며, 이들의 번성이 있었기에 거대 해양 파충류의 전성기도 가능하였다.


40.2 육상 무척추동물


쥐라기의 지상은 거대 공룡들이 지배하던 시기였으나, 숲속에는 현대 육상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한 다양한 무척추동물들이 번성하고 있었다. 특히 곤충류는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주요 집단으로의 분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오늘날 곤충의 주요 목(Order)인 딱정벌레목, 파리목, 벌목, 나비목의 조상들이 이미 쥐라기에 모두 등장하였다. 이들은 거대한 초식 공룡의 배설물을 처리하거나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등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꽃 피는 식물(속씨식물)이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전이었으나, 겉씨식물의 수분을 돕는 등 초기 단계의 상호작용을 시작하였다.

쥐라기 육상 무척추동물 생태계

• 곤충류 (Insects): 쥐라기 숲은 오늘날보다 훨씬 습하고 울창했으며, 이는 곤충들이 번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포식성 잠자리들은 여전히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단단한 겉날개를 가진 딱정벌레들은 가장 성공적인 집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메뚜기목 곤충들은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거미류 및 다지류 (Arachnids & Myriapods): 현대의 거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정교한 거미줄을 치는 거미 화석이 발견된다. 이들은 곤충 개체 수를 조절하는 주요 포식자였다. 전갈, 지네, 노래기 등은 습한 그늘이나 흙 속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지속하였다.

쥐라기의 곤충류
쥐라기의 거미류 및 다지류


40.3 미생물


쥐라기 생태계가 울창한 숲과 거대 공룡들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미생물들이 사체와 배설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토양으로 되돌려주었기 때문이다.


• 박테리아와 균류: 박테리아는 질소, 인, 탄소 등을 순환시키는 분해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특히 나무의 주성분인 리그닌과 셀룰로스를 분해할 수 있는 균류(버섯, 곰팡이)가 발달하여 거대한 겉씨식물들이 쓰러졌을 때 이를 분해하는 주역이 되었다.

• 고세균 (Archaea): 산소가 부족한 퇴적층에서는 메탄을 생성하는 고세균들이 활동하였다. 이들이 방출한 메탄가스는 당시 지구 온난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쥐라기의 균류와 박테리아

거대 초식 공룡(용각류)의 장내에는 식물 섬유질을 분해해 주는 공생 박테리아들이 가득했을 것으로 확신된다. 만약 쥐라기에 미생물이 없었다면 지구는 죽은 공룡과 나무 사체가 썩지 않고 쌓인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 쥐라기 숲이 석탄이 되지 않은 이유


고생대 석탄기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못하여 거대한 탄층을 형성했으나, 쥐라기의 숲은 석탄으로 대량 연결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생물의 진화에 있다.


석탄기에는 목재를 단단하게 만드는 리그닌(Lignin)을 분해할 수 있는 백색부후균(White-rot fungi)과 같은 미생물이 아직 진화하기 전이거나 활동이 저조하였다. 따라서 나무가 죽어 쓰러져도 썩지 않은 채 층층이 쌓여 석탄으로 변하였다.


반면 쥐라기에 이르러 미생물들은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도록 진화하였다. 나무가 쓰러지면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즉각적으로 분해했기 때문에 석탄기처럼 대규모로 나무가 쌓이는 현상이 드물어졌으며, 영양분이 토양으로 돌아가는 생태계 순환이 완성되었다. 또한 쥐라기는 석탄기에 비해 늪지대보다 건조한 지형이 늘어나 산소 결핍 상태에 의한 보존이 줄어든 환경적 요인도 작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