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에서 꾸이년까지 기차로 이동

(2026-01-07) 동남아 횡단여행 (3)

by 이재형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퐁냐케방 대신 꾸이년으로 가기로 한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구태여 기차를 택한 것은 버스 시간이 이른 새벽 아니면 한밤중에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에서 제일 불편한 점이 바로 버스 시간대이다. 시외버스는 거의 밤중에 몰려있고, 낮에는 정말 띄엄띄엄 한두 대씩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숙박비를 아끼려는 손님의 입장과 운행비(연료비)를 절감하려는 운수회사 측의 이해가 맞아서라고 한다.


다낭발 10시 50분 차인데, 꾸이년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랩으로 차를 불러 다낭역까지 갔다. 그랩은 카카오택시보다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낭역은 아주 조그만 역이었다. 옛날 우리나라 소도시 역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아주 예쁜 역이다. 대합실은 한산했다. 잠시 기다리니 열차가 도착했다. 옛날 우리나라 완행열차를 연상시키는 그런 열차라 정취가 있다. 좌석은 우리나라 무궁화호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다.


베트남 철도에 대해 잠시 소개하겠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국가다. 그래서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연결하는 장장 1,730킬로미터에 이르는 남북철도가 있고 이 위를 통일열차가 다닌다. 그외에 약간의 지선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철로는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건설한 협궤 철도이다. 모두가 단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운행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노이에서 호치민시까지는 32~3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가 타고 있는 열차의 속도는 시속 67킬로미터 내외이다. KTX가 수출되었으면 좋겠다.

다낭역 광장
다낭역 광장
다낭역
다낭역 대합실

좌석은 네 클래스로 나뉜다. 하드시트, 소프트시트, 하드베드, 소프트베드로 구분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요금도 비싸다. 내가 앉은 좌석은 2단계인 소프트시트이다. 객차 안은 승객들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럽다. 불평하기보다 내가 적응할 수밖에 없다. 열차가 해안선을 따라 가기 때문에 경치가 절경이라 한다. 그래서 남쪽으로 가는 열차이므로 왼쪽 창가 좌석을 예약하였다. 그런데 타고 보니 열차는 뒷쪽으로 달린다. 모든 열차 좌석번호는 북쪽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


오후 4시 50분쯤 꾸이년에 도착하였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역은 다낭보다 훨씬 작고 시골 티가 풀풀 난다. 그랩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6킬로 정도 거리였는데, 15만 동(약 8,500원)이 나왔다. 생각보다 비싸다.


숙소는 '꾸이년 센터 호텔'이라는 곳인데, 1박에 만오천 원이다. 싱글베드 하나 더블베드 하나가 있는 트리플 룸인데, 생각보다 괜찮은 방이다. 방도 깨끗하고 화장실도 넓고 깨끗하다. 꾸이년은 외국 관광객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물가가 무척 싸다. 최근 들어 이곳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기차 안에서 이곳으로 오는 한국인을 여러 명 만났다.

다낭역 플랫폼
열차 안 풍경

꾸이년은 다낭과 나트랑의 중간 쯤에 위치한 해안도시로서 인구 40만 명 정도의 중소도시이다. 최근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곳 바다는 베트남에서도 푸르기로 유명하여 해안에는 많은 자연명소가 있다고 한다. 과거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지배하였던 참파 왕국의 수도로서 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꾸이년은 우리나라와 많은 관련이 있는 도시다. 옛날 베트남 전쟁 때 맹호부대가 바로 이곳에 주둔하였다. 맹호부대는 사단 규모의 부대로서 3개 보병연대(제1기갑연대 포함)와 포병단으로 구성되었다. 맹호부대는 7년 반 동안 주둔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학교 등 시설 건립,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 사업 등을 하였다고 한다.

꾸이년역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성과의 이면에는 민간인 학살과 같은 그늘이 있다. 빈안 학살, 빈호아 학살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빈안 학살의 경우 약 천 명의 주민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기관총으로 학살하였다고 한다. 희생자의 대부분이 노인, 여자, 어린이였다고 한다. 빈호아 학살의 경우도 희생자가 4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범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맹호부대에 의해 저질러진 대형 집단 학살만 10여 건 이상, 한국군 전체로 확대하면 80여 곳에서 학살 의혹이 있다고 하며, 희생자 수는 8,000~9,000명 정도라 한다. 한국 시민단체에서는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은 전투부대로는 청룡부대, 맹호부대, 백마부대의 세 부대를 파병하였다. 이 중 청룡부대는 해병여단, 맹호부대와 백마부대는 육군사단 규모였다. 이 가운데 학살 규모가 가장 큰 부대는 맹호부대이며, 횟수가 많고 많은 증거가 남아있는 부대는 청룡부대라고 한다.


이들 학살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많은 베트남 주민들은 사실이라고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한다. 꾸이년 주위에는 여러 곳에 한국군의 잔혹행위를 잊지 않기 위해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희생자 명단과 사건의 경위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증오비들은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 개선에 따라 "위령비"로 바뀌는 곳이 많으며, 한국 시민단체와 베트남 정부의 협력으로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공원으로 조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도 시간이 된다면 이들 비와 공원을 한 번 찾아보고 싶다.

한국군 증오비 (제미나이 그림)

호텔에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주위에 음식점이 많은데, 거의가 카페 아니면 바이다. 겨우 작은 쌀국수 집을 하나 찾아 저녁을 때웠다. 값은 3만 동(약 1,700원), 듣던 대로 아주 싸다.


이전에는 베트남 택시요금이 아주 싸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몇번 택시를 타보니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작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다지 택시를 많이 타지 않아 별생각 없이 그냥 지나갔다. 지난번 중국 여행과 비교하면 베트남 택시요금이 확실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제미나이를 통해 서울과 중국 낙양, 베트남 다낭을 비교해 보았다.

헉! 이럴수가!

서울을 100으로 했을 경우

5킬로미터: 낙양 23, 다낭 54

10킬로미터: 낙양 31, 다낭 71

20킬로미터: 낙양 32, 다낭 87

거리가 멀수록 다낭은 서울 택시요금에 근접한다. 이에 비해 낙양은 서울의 1/3도 안된다. 다낭은 인구 700만의 대도시 낙양에 비해 택시비가 2배 이상 높다. 소득은 거꾸로 낙양이 다낭의 2배 이상은 될터인데. 서울은 시간요금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젠 베트남에서도 택시는 함부로 탈 게 못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