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꾸이년 해변

(2026-01-08) 동남아 횡단여행 (4)

by 이재형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났다. 커튼을 치지 않고 잤더니 방 안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베트남에 와서 처음 보는 햇빛이다. 일어나기 싫어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배가 고프지만 참았다.


11시가 넘어 밖으로 나왔다. 먼저 현금부터 좀 뽑아야겠다. 베트남 올 때 집에서 굴러다니던 현금 150만 동(약 8만 원) 정도를 가져왔는데, 이제 50만 동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트래블 월렛으로 돈을 인출해야 하는데, 은행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르다.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비엣콤은행(Vietcombank)의 ATM에서 돈을 인출하려니 안 된다. 할 수 없이 근처의 다른 은행 ATM에서 현금을 뽑았더니, 수수료가 4.4%나 된다. 라오스나 캄보디아에서는 거의 모든 ATM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한데, 베트남은 반반 정도이다.


지갑을 채웠으니 이제 식사를 하고 바닷가에나 가야겠다. 그런데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전부 카페다.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커피를 즐긴다. 나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밤에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안 마신다. 겨우 고기 덮밥 집을 찾아 아점으로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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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년 시가지 풍경

식사 후 호텔 쪽으로 걸어오니 길가 카페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노인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앞을 지나자니 "커피 한 잔하고 가시죠" 하며 부른다. 그 옆자리에 앉았다. 핑계 김에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한 사람은 1949년생, 한 사람은 1959년생이라 한다. 나보다 다섯 살 많고 다섯 살 적은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함께 동남아 이곳저곳을 자주 여행해왔다고 하는데, 59년생이 전문가고 49년생은 그를 따라 다닌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59년생의 동남아 여행 이력이 상당하다. 내가 100이라면 그 사람은 80~90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알고 보니 다른 숙소에서 지내다가 내가 있는 호텔로 옮기려는데,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라 한다.


동남아 여행에 대해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같은 호텔이니 또 만날 것 같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 꾸이년에는 장기 여행으로 온 한국인 은퇴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햇빛이 비치고, 온도는 긴 팔 티셔츠를 입어도 좋고 짧은 팔 티셔츠를 입어도 좋은 아주 딱 좋은 날씨다.


호텔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바다가 나온다. 바다 쪽으로 가는 길은 새로 만든 듯 아주 넓은 도로이다. 인도도 잘 정비되어 있는데, 그 인도를 주차된 오토바이나 카페의 의자가 차지하고 있어 도무지 걸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차도의 가장자리를 걸을 수밖에 없어 자꾸 신경 쓰인다. 베트남에서는 인도를 걸을 때 항상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마주 보면서 오는 오토바이를 피할 수 있다.

꾸이년 해변 풍경

바닷가에는 넓은 주차장과 함께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아주 넓은 광장으로서,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다. 해변은 잘 정돈된 공원이다. 산책로와 함께 야자수와 잔디로 아름답게 조경되어 있다. 산책하기 아주 좋은 길이다. 공원 아래로는 백사장인데 엄청나게 넓다. 해변은 반달처럼 휘어져 있다. 날씨도 아주 그만이다. 햇빛이 비치고 공기도 청명하다. 걸으면 몸에 약간 땀이 배일 정도의 온도다.


공원을 걷는데 앉아 쉴 곳이 마땅찮다. 화강암으로 된 자리가 여러 개 있지만 오래 앉아 있을 편한 자리는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까지 있으려고 태블릿 PC까지 가져왔는데, 오래 앉아 있을 곳이 없다. 백사장 위에 선베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전혀 없다. 그런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변 따라 나 있는 도로를 건너면 음식점이 많다. 해변에 앉을 곳이 없으니 도로 건너편의 카페에라도 앉자는 생각으로 길을 건넜으나, 그 많던 카페는 보이지 않고 해산물 식당들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려다 멀리 보이는 가지 않았던 방향의 해변에 음식점 같은 것이 보인다. 그쪽으로 갔다. 꽤 고급 레스토랑인데, 바다를 보면서 앉아 있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음료수 가격이 좀 비싸다는 거다. 좋아하는 사탕수수 주스를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꾸이년 해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페북 글을 쓰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 하니까 시간이 절로 흘러간다. 오후 5시쯤 되니까 해변 도로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해가 지니 바람도 강해지고 파도도 거칠어진다. 기온도 조금씩 내려 추운 기운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해산물 음식점 거리를 걸을 때 로컬 음식점 골목을 발견했다. 그리로 갔다.


그곳은 아마 먹거리 야시장인 것 같은데, 조그만 음식점이 골목 양쪽으로 20개쯤 늘어서 있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먹거리 골목 같은 분위기이다. 적당한 집에 들어가 반세오와 분보를 주문했다. 반세오는 쌀가루 반죽에 새우와 야채 등을 넣어 바싹 구운 음식이다. 분보는 굵은 쌀국수에 얇게 썬 쇠고기, 돼지족발 등을 고명으로 올린 음식이다.둘 다 맛이 최고! 특히 분보는 얹힌 고기 양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깃집 1인분은 될 만한 정도다. 합해서 65,000동, 3,500원 정도이다. 내일 또 와야겠다.


골목길로 걸어 호텔로 돌아오는데, 제법 큰 빵집이 보인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 2개를 샀다. 약 1,500원. 가게에서 콜라 2캔을 샀다. 800원. 진짜 싼 가격이다. 동남아에서는 특히 청량음료의 가격이 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마치 물 마시듯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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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년 바닷가 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