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로마 시대에도 여러 스포츠 경기가 있었고, 시민들은 이를 관람하며 열광하였다. 당시의 인기 스포츠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검투사 시합인 무네라(Munera)를 들 수 있는데, 오늘날의 UFC 경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무네라를 훨씬 능가하는 압도적 인기의 최고 스포츠가 있었으니, 바로 전차 경기인 ‘루디(Ludi)’였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흥행 스포츠는 축구나 농구, 아메리칸 풋볼, 골프, 테니스 정도이겠지만, 이들 경기는 로마 시대의 루디에 비하면 상대도 안 된다. 이들 스포츠는 팬이 한정되어 있지만, 루디는 그야말로 제국 전체가 열광에 빠졌다.
영화 <벤허>에서 벤허가 멧살라와 벌였던 죽음의 경기가 바로 루디였다. 그렇지만 실제 루디는 선수가 서로 죽고 죽이는 그렇게까지 살벌한 모습보다는, 나름의 규칙과 예법을 갖춘 품위 있는 경기였다고 한다. 영화 <벤허>는 루디 경기장과 경기 모습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벤허가 경기를 벌였던 곳은 시리아 안티오크에 위치한 경기장이었다. 나는 벤허 영화를 보면서 루디 경기장이 거짓인 줄 알았다. 로마가 아닌 변방에 콜로세움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한 경기장이 있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안티오크에 영화와 비슷한 정도의 루디 경기장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속주로서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 그 정도 규모의 경기장이 있었다면, 제국의 중심인 로마에는 어느 정도의 경기장이 있었을까? 로마에는 ‘키르쿠스 막시무스’라는 초호화판 경기장이 있었다. 이 경기장은 약 15만~2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에도 이만한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루디가 로마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만큼 스타들의 수입도 어마어마하였다. 전차 경기 선수를 아우리개(Aurigae)라고 하는데, 2세기경 아우리개로 활약하였던 가이우스 아풀레이우스 디오클레스는 루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그리고 명성에 걸맞게 그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수입을 올린 스포츠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오클레스는 24년간에 걸쳐 4,257회의 루디 경주에 출전하여 3분의 1이 넘는 1,462회 우승을 차지했다. 변방에서 몇 번 우승한 벤허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선수 생활 중 총 약 3,600만 세스테르티우스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는 현대 화폐 가치로 환산한다면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돈은 당시 로마군 1개 군단을 2년 반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 호날두 등 현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이 평생 동안 번 돈을 모두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이다. 타이거 우즈의 생애 총수입은 미군 1개 사단을 약 10개월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라 한다. 별도의 광고 수입이 없었던 그 시절, 디오클레스는 오직 경기를 통해서만 그 많은 돈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