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프엉마이 반도 일주

(2026-01-10) 동남아 횡단여행 (6)

by 이재형

이곳 꾸이년은 낮에는 적당히 따뜻하지만 밤에는 춥다. 베트남에 온 이후 첫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전기매트를 깔고 잔다. 아침에도 춥지만, 밖은 따뜻하다.


오늘은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꾸이년 교외 명소를 둘러보려고 한다. 호텔에 문의하니 호텔에서도 렌트를 해준다고 한다. 하루에 15만 동, 8,500원 정도이다. 오토바이를 렌트하기 전엔 항상 무섭다. 그러나 일단 타고 도로로 나가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오토바이를 렌트할 때마다 제일 큰 스트레스가 좌석 아래 있는 수납함 뚜껑을 여는 일이다. 오토바이마다 방법이 달라 시원하게 열어 본 적이 거의 없다.


꾸이년에 대해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참파 왕국을 빼놓을 수 없다. 참파(Champa) 왕국은 2세기경부터 19세기까지 현재의 베트남 중부 및 남부 해안 지대를 지배했던 인도네시아계 국가이다. 이들은 강력한 해상 통제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으며, 이곳 꾸이년(빈딘성) 지역은 참파 왕국의 후기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참파 왕국

참파는 인도와 중국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향신료, 상아, 침향 등을 거래하며 번영하였다. 참파는 또한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처럼 인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초기에는 힌두교(시바파)를 국교로 삼았으며, 나중에는 불교와 이슬람교가 전래되어 공존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참파 왕국은 여러 개의 연맹 왕국 형태로 존재했으며, 시대에 따라 중심지가 이동하였다.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약 500년 동안 꾸이년 인근의 비자야(Vijaya)가 참파 왕국의 수도 역할을 하였다. 이 때문에 이 시기에 건설된 수많은 벽돌 탑들이 현재 빈딘성 일대에 남아 있다.


참파 왕국은 북쪽의 베트남, 서쪽의 크메르 제국과의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렸다. 베트남과 세력 다툼을 벌였으며, 12세기에는 크메르 제국의 침공을 받아 잠시 지배를 받기도 하였다. 15세기 베트남이 비자야를 함락하면서 참파 왕국은 사실상 패권을 상실하고 남부로 축소되었으며, 19세기 전반(1832년) 완전히 병합되었다. 다낭 인근에 있는 미선(My Son) 유적지는 참파 최대의 종교 성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꾸이년 근처에도 많은 유적이 산재해 있다.

쌍둥 이탑

참파 왕국은 사라졌지만, 그 후예인 참족(Cham people)은 현재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소수민족으로 남아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베트남 중남부 해안가(판랑, 판티엣 등)에 거주하는 참족은 여전히 힌두교나 이슬람교를 신봉하며 독특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 들른 곳은 쌍둥이 탑으로서, 참파 왕국의 유적이다. 쌍둥이 탑은 12~13세기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파 형식과 크메르 형식이 혼합된 모습이라고 한다. 쌍둥이 탑은 꾸이년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탑 주위는 잘 가꾼 정원이다.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고풍스러운 탑과 정원이어서 마치 별세상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탑이 있는 구역까지 가는 건 무료지만, 정원에 둘러싸인 탑까지 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1인당 3만 동. 그런데 표를 끊고 보니 베트남어로 쓴 안내판에 60과 15,000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경로 요금이라 짐작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역시! 직원이 15,000동을 돌려준다.


크고 아름다운 탑이다. 붉은 흙벽돌로 만든 탑인데, 이전에 다른 곳에서 이런 스타일의 건축물을 몇 번 본 적 있다. 원래 탑 외에도 다른 건축물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두 탑만 보인다. 쌍둥이 탑은 전형적인 참파 양식에서 벗어나 당시 인근 크메르 제국(앙코르 와트 양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 특징이라 한다. 일반적인 참파 탑들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다층 피라미드 형태인 것과 달리, 이 탑들은 정사각형의 몸체 위에 곡선형 지붕이 얹혀 있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북쪽에 위치한 탑은 높이가 약 20m이며, 남쪽의 탑은 약 18m로 약간 작다. 두 탑 모두 동쪽을 향해 문이 나 있다. 탑의 곳곳에는 힌두교 신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다양한 조각들이 배치되어 있다.

티나이 대교와 티나이 대교에서 내려다 본 바다 풍경

다음은 티나이 대교를 거쳐 프엉마이 반도로 간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조금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티나이 대교가 나온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로서, 길이가 약 2.5킬로미터(2,477m)에 달한다. 왕복 2차선 도로인데, 도로 양쪽에 오토바이 전용 통행 차선이 있다. 보도는 없어 보행자는 건널 수 없다. 다리에 오르니 양쪽으로 탁 트인 바다 덕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바람이 세차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릴 정도로 센 바람이다. 바람을 피하려 안경과 머플러를 꺼내려 했으나, 또 수납함 뚜껑을 못 열겠다.


다리를 건너 프엉마이 반도로 들어가니 도로 양쪽에 사구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사막 같은 불모지는 아니다. 모래와 붉은 황토, 그리고 듬성듬성 풀이 자라고 있는 그런 사구이다.


프엉마이 반도 안에는 아주 넓은 도로가 사방으로 뻥뻥 뚫려 있는데, 교통량은 거의 없다. 먼저 제미나이가 추천해 준 응옥 호아 사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는 도중에 에오지오라는 곳이 보인다. 에오지오는 베트남어로 “바람의 통로”라는 뜻인데, 프엉마이 반도에 있는 해안 절벽 지대이다. 지형적 특성상 바닷바람이 이 좁은 틈으로 강하게 몰아치기 때문에 '바람의 통로'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아마 이곳에 대규모 리조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관광객을 노린 상업 시설인 듯한 건물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거의가 빈 건물인 것 같다. 건설 중이라기보다는 개발이 실패하여 방치된 듯한 느낌이다.

프엉마이 반도의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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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옥 호아 사원

응옥 호아 사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황금 쌍불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원에 들어가면 먼저 작은 정원과 연못, 정자가 나온다. 사원을 대충 둘러보았다. 그다지 역사가 오래된 절 같지는 않다. 그리고 충분히 관리되지도 않은 느낌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960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역사성은 거의 없는 사찰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황금 쌍불은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데, 시멘트로 만든 것 같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짐작이 맞았다. 별것 없는 사찰이다. 사찰 옆 좁은 골목길을 내려가면 바다가 나온다. 바닷가에는 많은 해물 음식점이 있다고 하여 이곳에서 식사를 하려 했는데 전혀 안 보인다.


프엉마이 반도는 사방으로 도로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으나, 건물은 거의 들어서 있지 않다. 군데군데 건설 중인 듯 보이는 리조트 단지들이 있으나 대부분 에오지오와 비슷하게 입주한 업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린퐁 사원이다. 이곳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좌불상이 있다고 한다. 이제 프엉마이 반도를 벗어나야 한다. 반도를 나오는 길에 보니까 이쪽저쪽에 많은 대형 리조트들이 보이는데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영업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가끔 도로 양쪽에 상가 예정지가 보이는데, 건설이 중단된 건물이 대부분이다. 누가 이런 무모한 사업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건설중단된 상가건물들
린퐁 사원의 거대한 좌불상

본토로 들어와 시골길을 한참 달리니 저 멀리 산 중턱에 거대한 좌불상이 보인다. 정말 무지무지 크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높이가 69미터라 한다. 불상이 있는 산 아래쪽에 왔다. 불상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600계단이라 한다. 엄두가 안 난다. 그때 길 옆에 있던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라는 듯 손짓을 보낸다.


문을 들어서니 산 뒤쪽으로 길이 보인다. 길을 따라가니 산 위로 올라가는 도로가 나온다. 시멘트 포장길인데, 경사가 가파르고 포장 상태도 좋지 않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일부러 위험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나왔다.


꾸이년 시내로 들어오니 아직 해가 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내친 김에 남쪽 해안으로 달렸다. 제미나이는 남쪽 해안에도 절경인 명소가 많다고 하였는데, 도로가 해안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으로 달린다. 몇 곳 명소를 찾아 해안쪽으로 가려 했으나 도로가 아주 좋지 않다. 비포장 도로가 많아 바다쪽으로 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숙소로 돌아왔다. 몇 시간을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니 꾸이년시의 모습이 조금은 손에 잡히는 것 같다.

꾸이년 남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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