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2) 동남아 횡단여행 (8)
오늘은 무이네로 가는 날이다. 무이네는 호치민시의 북동쪽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액티비티 관광도시로 유명하다. 또한 이곳에는 넓은 사구가 있어 사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무이네는 꾸이년에서 남쪽으로 약 450~50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버스로는 8~10시간 정도 소요된다. 어제 무이네행 버스를 예약하려 했으나, 무이네행 버스는 없다. 할 수 없이 무이네 아래에 있는 판티엣행 버스를 검색해 보았다. 대부분 한밤중이나 새벽에 도착하는 노선뿐이었다. 베트남의 시외버스는 주로 밤에 운행한다. 숙박비를 아끼려는 승객과 비용을 절감하려는 버스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듯하다. 겨우 오전 9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하나 찾았으나, 이 버스는 사전 예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아침 호텔을 나와 8시쯤 꾸이년 중앙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베트남의 시외버스 매표창구는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행선지별, 시간별 운행 스케줄이 표시되어 있고 이를 보고 매표 창구에서 표를 사면 된다. 그러나 이곳은 회사별로 창구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창구 앞에는 주요 행선지 몇 곳만 표시되어 있을 뿐 출발 시간은 적혀 있지 않다. 판티엣 같은 도시는 중간 기착지이므로 창구에 표시되어 있지도 않다.
할 수 없이 창구 하나하나를 돌며 물어보았으나 모두 밤에 출발하는 차들뿐이었다. 매표소 건물을 나와 옆에 늘어서 있는 밴(Van) 기사들에게 다가가 판티엣행 차가 있는지 물었으나 모두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기사 역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더니 저쪽에 있는 버스를 가리켰다. 가서 물어보니 판티엣에 간다며 지금 곧 출발한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었다.
베트남의 장거리 버스는 대부분 슬리핑 버스이지만, 이 버스는 일반 좌석 버스였다. 이런 차야말로 진정한 로컬 버스이다.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으니 오후 6시라고 한다. 버스는 출발하여 꾸이년 시내에서만 두어 번 더 정차했다. 10시간 동안 달린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가기로 했다.
버스가 자주 정차하니 혹시 무이네를 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장에게 무이네에서 내려줄 수 있는지 묻자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 버스를 탄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판티엣에서 무이네까지 약 40km 정도를 택시로 이동해야 했을 것이다.
이제 숙소를 예약할 차례다. 트립닷컴으로 검색하니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저렴한 숙소가 많이 보였다. 확인해 보니 고급 리조트 스타일의 콘도텔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대형 리조트로서 우리나라 콘도처럼 객실이 개인 소유라 비수기에는 경쟁이 치열하여 싼값에 많이 나온다고 한다. 성수기에는 보통 1박에 30~4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숙박시설이라 한다.
문제는 이 콘도텔이 외진 곳에 있어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가까운 식당도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고 거리가 멀어 배달도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리조트 내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지만, 한 끼에 최소 2만 원 정도이니 음식을 미리 사 들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미나이의 조언이었다.
버스가 나트랑에 도착하자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고 한다. 이번에는 슬리핑 버스다. 누워서 해안 풍경을 감상하며 4시간을 더 달려 판티엣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6시 정도였다. 버스 차장에게 나는 무이네까지 간다고 하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고 한다. 애초의 말과 달라 어처구니없었지만 이 또한 여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현금도 좀 찾고, 또 리조트의 음식값이 비싸다고 하니 먹을 것을 미리 사기로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아직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판티엣은 확실히 관광지다웠다. 도시 전체가 불빛으로 번쩍이고 활력이 넘쳤다. 현금 400만 동을 인출한 후 쌀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음식점 주인에게 슈퍼마켓 위치를 물으니 손짓으로 방향을 가르쳐주었다. 한참을 가도 슈퍼가 나오지 않아 돌아가려다 행인에게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도착한 곳은 롯데마트였다. 우리나라 중규모 이마트 정도의 크기로,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스타일이다. 특이하게 3층이 음료 코너, 식품 및 잡화는 4층에 있었다. 신라면 몇 봉지와 빵 2개, 콜라 2병을 샀다. 사과 3개도 샀는데 우리나라보다 비싼 듯했다. 망고 등 열대 과일은 매우 저렴했으나 깎기가 귀찮아 포기했다.
이제 숙소로 가야 한다. 숙소까지는 꽤 먼 거리라 택시를 탔다. 택시는 해안도로를 따라 끝없이 달렸다. 도중에 규모가 상당한 리조트를 여러 곳 지나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말 거대한 리조트였다. 객실 수가 수천 실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리셉션이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는 있으나 직원이 없었다. 마침 청소하는 직원이 보여 물으니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라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는 끝없이 올라갔다. 이 리조트는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위쪽 건물 투숙객을 위해 설치한 듯했다. 물어물어 겨우 리셉션을 찾았다. 예약 번호를 보여주니 직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한 젊은이가 오더니 방으로 안내하고 숙박비를 받았다. 개인 분양형 콘도텔이라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모양이다. 방은 널찍하고 바다 전망이 좋아 만족스럽다. 이 정도 방이 하루 불과 16,000원 정도라니 계획보다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