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 마을 장보기

(2026-01-14) 동남아 횡단여행 (10)

by 이재형

정말 이곳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간다. 평소 집에 있을 때는 오전 10시가 넘어야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서는 커튼을 치지 않고 자니 햇살 때문에 오전 6시가 못 돼 일어난다. 그러면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창 옆 소파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유튜브를 보고, 글도 쓰고 하다 보면 오전 10시가 훌쩍 넘는다.


어제 저녁은 라면을 끓여 먹었으니 아침은 밥으로 해야겠다. 어슬렁어슬렁 나와 리조트 안의 식당에서 쇠고기 덮밥을 먹었다. 로컬 음식점보다는 비싸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이곳에 3일만 머물고 가기는 아깝다. 5일 정도 연장할까 하다가 일단 3일만 연장했다. 그때 가서 또 생각하면 된다.


이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할까 정하지 못했다. 바로 라오스로 갈까, 아니면 베트남 남부를 더 둘러볼까? 모르겠다. 그때 가서 생각하자. 3일을 더 있기로 했으니 먹을 것 준비가 필요하다. 리조트 안에 작은 가게는 10개도 넘지만, 과일을 파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물건 종류가 너무 적고 값도 엄청 비싸다. 어제 캔맥주를 비롯해 먹을 걸 조금 샀는데, 예상 금액의 거의 2배다. 장도 볼 겸 근처 풍경도 즐길 겸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렌털료가 20만 동이라니 일반 렌털숍에 비해 30% 정도 비싸다. 렌털숍 직원이 단속 경찰이 많으니 주의하란다.

무이네 모래 언덕
무이네 해변

외국인들은 거의 무면허 운전이다. 경찰 단속에 걸리면 공정가가 30만 동이다. 2년 전에 하장(Hà Giang)에서 단속에 걸려, 씨름 끝에 10만 동까지 깎아놓고, 돈 단위를 착각해 100만 동을 줘버렸던 생각이 난다. 무이네 읍내까지는 10킬로 정도이다. 읍내에 들어서자 곧 제법 큰 슈퍼가 보인다. 과일과 청량음료, 군것질거리를 좀 샀다.


여행사가 보이면 다음 행선지 교통편을 의논하겠는데, 보이질 않는다. 분명히 여행사가 몰려있는 거리가 있을 텐데 찾을 수 없다. 시내 가운데로 들어가면 있을 것 같았지만, 교통이 복잡해 포기했다.


무이네는 사구와 해변으로 유명하다. 바다 근처에 제법 넓은 사구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사막의 기분을 즐긴다.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많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사구 입구를 발견했으나 큰 흥미는 없다. 석 달 전 중국 여행에서 타클라마칸 사막까지 둘러봤는데, 이까짓 조그만 사구를 봐서 뭐하나.

20260114_141627.jpg

해변으로 나가보았다. 이곳은 일반 해변 해수욕장과는 좀 다르다. 보통 해변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모여있다. 그런데 여기는 아주 긴 해변에 듬성듬성 모여있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지만 온도는 높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해변도로를 달리니 햇빛은 강렬하지만 바닷바람은 시원하다. 해변에는 띄엄띄엄 관광객이 보이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로가에 가끔 노변 카페가 나타난다. 적당한 곳에 앉아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유튜브를 보니 서울은 한파가 닥쳤다고 한다. 그냥 먼 나라 일 같다. 나이 들어 은퇴자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저녁을 먹고 방에만 있기 따분하다. 태블릿 PC와 군것질거리를 좀 싸 들고 밖으로 나왔다. 풀의 선베드가 아주 편할 것 같다. 나오니 바람이 아주 세차다. 온도는 25도가 좀 넘을 것 같은데 바다 쪽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니 좀 추운 느낌이다. 그런데 막상 풀 옆으로 가니 바람이 별로 없다. 아주 선선해 딱 좋은 온도다. 선베드에 누워 이 글을 쓴다.


풀을 청소하던 직원이 하늘 한쪽을 가리킨다. 돌아보니 바다 쪽 하늘에서 드론 쇼가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얼마 안 되는 숫자의 드론으로 엉성하게 형상을 묘사하는 것 같더니, 조금 있으니 100개가 넘을 듯한 많은 드론이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낸다. 베트남도 기술이 상당한 것 같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