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

(2026-01-16) 동남아 횡단여행 (12)

by 이재형

나흘째 리조트 안에만 박혀 있으니 슬슬 질린다. 낮에는 거의 해변이나 수영장의 선베드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는 것이 전부이다. 오늘은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주위 명소를 둘러보아야겠다. 그런데 그저께 렌털숍 직원이 경찰 단속이 많으니 주의하라는 말이 거슬린다.


남쪽으로 가면 무이네 읍내이니까 경찰 단속이 많겠지만, 북쪽으로는 큰 마을이 없어 상대적으로 단속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확인 차원에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다. 인공지능은 무이네 일대 해변 도로는 베트남에서 경찰의 단속이 가장 심한 곳이라 답한다. 주요 단속 지점을 알려달라고 하니 구글 지도에 포인트를 찍어 알려주는데, 거의 몇십 군데는 될 것 같다.


경험상 제미나이에게 이런 유의 질문을 하면 아주 보수적으로 대답해 준다. 그래서 제미나이의 대답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래도 찜찜하다. 다시 물었더니 이곳 경찰은 외국인 오토바이 운전자라면 무조건 세우고 보며, 멀리서도 외국인을 귀신같이 구별한다고 한다. 단속에 걸리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무면허 운전 과태료가 10~20만 원 정도인데, 경찰에게 1~3만 원 정도 찔러주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찰에게 지갑을 보이면 안 되고, 별도로 2만 원 정도를 가지고 있다가 주면 된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정말 별것을 다 가르쳐 준다.

그런 번거로운 일을 당하기는 싫다. 그냥 리조트에 머물기로 했다. 정오(한국 시간 오후 2시)부터 윤석열 재판 중계를 한다니 그거나 들어야겠다. 보통 집에서 축구나 야구, 바둑 중계방송을 볼 땐 치킨에 맥주를 즐기며 본다. 수영장 선베드 옆 탁자에 맥주 2캔, 심심풀이 군것질거리, 과일, 청량음료 등 푸짐하게 차려놓고 유튜브로 재판 중계방송을 봤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김이 빠진다.


그동안은 수영장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이곳은 낮에는 26~27도, 해가 지면 24~25도 정도이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세기 때문에 좀 추운 느낌이 들어 수영장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내일 하루 더 버티고 모레 이곳을 떠난다. 아직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다. 베트남 남부를 여행할까, 아니면 발리, 라오스? 어느 쪽을 택할지 망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