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8) 동남아 횡단여행 (14)
맨날 놀고 지내니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 오늘이 며칠인지 궁금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곤 한다.
다음 행선지는 일단 베트남 남부로 정했다. 무이네(Mũi Né)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교통편이 쉽게 연결된다면 속짱(Sóc Trăng)이나 락쟈(Rạch Giá) 중 어느 곳이든 가기로 한다.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이다. 만약 교통편 연결이 쉽지 않으면 호찌민시에서 발리든 라오스든 베트남을 떠나기로 한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무이네에 더 신 투어리스트(The Sinh Tourist) 사무실이 있다. 신 투어리스트는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여행사이다.
오전 10시경에 리조트를 나와 무이네 신 투어리스트 사무실로 향했다. 속짱이나 락쟈로 가고 싶다고 하니, 껀터(Cần Thơ)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라고 한다. 껀터는 메콩 델타(Mekong Delta)의 중심 도시로서 하노이, 호찌민, 하이퐁(Hải Phòng), 다낭(Đà Nẵng)과 함께 베트남의 5대 중앙직할시에 해당하는 도시이다. 껀터행 버스는 오후 2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속짱이나 락쟈는 소도시라 어차피 이곳에서 그곳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하기로 결정했다. 버스는 껀터에 밤 10시쯤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 시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일단 가서 해결할 일이다.
껀터행 버스표를 끊고 나니 현금이 거의 없다. 주위에 ATM이 몇 곳 있었으나 작동되지 않는다. 껀터에 가서 ATM을 이용할까 생각했으나, 경험상 버스 터미널에 ATM이 없는 곳이 많았다. 나중에 고생하느니 귀찮지만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 ATM을 찾아 400만 동가량 인출했다. 비록 2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에 불과하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만 가져도 든든하다. 여행을 온 지 보름이 되었건만, 숙박비를 제외하면 쓴 돈은 4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껀터까지는 8시간이 걸린다. 도착해서 속짱이나 락쟈로 가는 버스가 있으면 가고, 없으면 껀터에서 숙박하면 된다. 8시간 버스 여행이 긴 것 같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15시간은 넘어야 장거리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출발한 지 4시간쯤 지나니 호찌민시를 통과한다. 몇 년 전에 호찌민시에 갔을 때는 올드타운에만 머물다 왔는데, 버스가 지나는 곳은 새로 개발된 지역인 듯하다. 넓은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휘황찬란하다. 겉모습만 본다면 한강 주변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호찌민시는 베트남의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서 지역 내 총생산(GRDP)이 하노이를 상당 수준 상회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버스가 호찌민시를 관통하듯이 지나는 것 같다. 교통정체가 보통이 아니다. 도로는 아주 넓게 닦여 있지만 차량이 워낙 많은 데다 교통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 보니 흐름이 더 엉키는 듯하다. 예정보다 빨리 밤 9시가 조금 넘어 껀터 중앙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작년에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터미널이다.
껀터 터미널은 대도시라 그런지 꾸이년 터미널보다 훨씬 정돈되어 있었다. 락쟈행 버스 시간은 내일 새벽 3시, 속짱행은 얼마 뒤인 밤 10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속짱행 버스표를 끊었다.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고 도착해서 찾아볼 계획이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밤중에 속짱에 도착하는데, 만약 예약한 호텔이 터미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곳까지 찾아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껀터를 출발해 한 시간쯤 달리니 내리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허허벌판이다. 차장이 옆에 서 있는 미니버스에 타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한참을 달리더니 속짱 버스 터미널에 내려준다.
밤 12시가 가까워진다. 속짱은 완전한 지방 도시 같다. 터미널에서 빠져나와 조금 걸으니 호텔이 보인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데다 조명까지 휘황찬란해 꽤 비싸 보였으나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다행히 빈방이 있어 무사히 투숙할 수 있었다. 숙박비는 약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