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교에서나 책에서 베트남의 쌀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베트남에서는 물이 풍부하여 벼가 물에 잠기지 않기 위해 5~6미터씩 자란다는 것이다. 농부들은 이 벼를 수확하기 위해 배를 타고 다니며 이삭을 벤다고 했다.
그동안 베트남 여행을 여러 번 했다. 메콩 델타만 해도 벌써 세 번째다. 베트남 북부에서 남부까지 대부분의 지역을 여행했지만 그런 농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벼와 별 차이가 없는 벼였다. 사람들의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던 그 시절, 일부러 지어낸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확인하기 위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대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것은 놀랍게도 사실이라고 한다. 이는 베트남 메콩 델타 지역의 전통적인 농법 중 하나인 '플로팅 라이스(Floating Rice, 부유도, 浮遊稻)'라고 한다.
일반적인 벼는 높이가 1m 내외이지만, 메콩강 유역의 야생종에서 유래한 이 특수 품종은 물 높이에 맞춰 줄기를 늘린다고 한다. 홍수철에 물이 차오르면 하루에 20~30cm까지 급성장하기도 한다. 수심에 따라 줄기 길이는 보통 3~4m, 조건이 맞으면 최대 6m 이상까지 자란다. 잎과 이삭 부분만 물 위로 내놓고 줄기는 물속에 길게 뻗어 있는 형태라고 한다.
이 벼는 물이 가장 깊이 차오른 홍수기 끝자락이나 물이 빠지기 시작할 때 수확한다. 논 전체가 거대한 호수처럼 변하기 때문에 농부들은 작은 배(삼판, Sampan)를 타고 노를 저으며 물 위에 떠 있는 이삭 부분을 낫으로 베어 수확한다고 한다.
메콩강은 우기 때마다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여 일반적인 벼는 모두 침수되어 죽지만, 이 벼는 이렇게 생존한다. 이 농법은 매년 상류에서 내려오는 비옥한 침전물(부식토)이 영양분을 공급하므로 비료나 농약이 거의 필요 없다고 한다. 물고기들의 산란처가 되어주기도 하며, 홍수 피해를 자연스럽게 이겨낼 수 있는 모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이 풍경을 보기는 매우 어려워졌다고 한다. 1970년대 '녹색 혁명' 이후, 1년에 2~3번 수확할 수 있는 키 작은 다수확 품종이 보급되었다. 그리고 메콩강 상류의 댐 건설과 홍수 조절용 제방 사업으로 인해 수위 변화가 인위적으로 조절되면서, 자연적인 홍수에 의존하는 플로팅 라이스 재배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현재는 안장(An Giang) 성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전통 보존 및 생태 관광 목적으로 소량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