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호크 다운>은 전쟁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으로서, 소말리아 내전 시 작전 수행 중 모가디슈 시내에서 고립된 미군 구출 작전을 그리고 있다.
소말리아의 내전으로 군벌들이 각축하면서 주민들은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이에 국제기구나 구호단체들은 소말리아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식량 지원 사업을 펼쳤으나, 이들 구호품은 모두 군벌들에게 돌아갔고, 그들은 식량을 팔아 자신들의 세력을 키웠다. 그 중심에 있는 군벌이 아이디드였으며, 그는 수도 모가디슈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다.
미국은 아이디드의 참모들을 체포하기 위해 델타포스와 레인저 부대를 파견한다. 특공대원들은 전투 헬기 블랙호크를 타고 아이디드의 거처 근처로 간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디드 군대의 강력한 반격을 받아 모가디슈 시내 한복판에 고립된다. 설상가상으로 블랙호크마저 추락한다.
고립된 대원들은 적진 한가운데서 싸우고, 수천의 아이디드 병력이 그들을 포위 공격한다. 미군은 추가로 구출 헬기를 보냈으나 그마저 추락하고 만다. 결국 지상으로 장갑차와 병력을 추가로 보내 고립된 병사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전투에서 미군은 18명의 전사자를 낸다. 물론 소말리아인들도 거의 천 명에 가깝게 죽었다. 이상이 영화의 내용이다.
처음에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난민 구호 작전을 시작하자 소말리아 주민들은 그들을 해방군으로서 열렬히 환영하였다. 그런데 이들(사실상 미국)이 소말리아 정치에 개입하고, 또한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자 점점 그들을 보는 시각이 변해갔다. 오히려 자신들을 억압하고 굶주림에 내몰고 있는 군벌보다 외국군에 대한 증오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폭압적 독재자 아이디드가 그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블랙호크 다운> 영화에는 미군을 포위한 소말리아 병사 가운데에는 돌과 작대기를 든 수많은 민간인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이디드가 전술적으로 투입한 민간인이었지만, 미군을 증오하여 자발적으로 가담한 사람들도 많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미군의 후퇴 장면은 이 전투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장갑차와 함께 투입된 미군은 고립된 병사들을 구출하여 모가디슈 시내에서 철수한다. 함께 온 장갑차는 피격을 우려하여 먼저 떠나고 미군 보병들은 걷고 달리면서 시가지를 빠져나온다. 주위를 둘러싼 주민들은 증오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야유를 퍼붓는다. 온갖 원성과 야유를 들으면서 미군들은 그곳을 빠져나와 먼지가 나는 험난한 흙길을 죽어라 달린다. 이를 "모가디슈 마일"이라 한다.
사실 미국의 이런 실패는 한두 번이 아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은 대개가 이런 형태로 끝났다.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등 세계 각처에서 미국이 개입한 무력 분쟁에 있어서 미국이 의도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예는 많지 않다. 설사 미국이 의도한 바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러한 실패를 반복한다. 한두 번은 실수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반복적인 실패는 미국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뭔가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도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이라 느낀다. 이란만 폐허로 만들고 미국은 아무 얻는 것 없이 손 털고 나가는 결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