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11) 도로보다는 수로를 낀 메콩 델타의 주택

by 이재형

얼마 전의 글에서 메콩 델타 지역의 주택은 대개 도로변이 아니라 도로 옆 수로의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었다. 그 이유는 생활용수 이용의 편의성 때문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의 편의성 때문에 주택의 위치를 그렇게 정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더 찾아보았다.


전통적으로 메콩 델타의 교통 체계는 도로가 아니라 수로 중심이었다고 한다. 메콩 델타는 거대한 그물망처럼 연결된 수로가 도로보다 훨씬 먼저 발달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과거부터 이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동 수단은 자동차가 아닌 배였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히 주택은 수로 옆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로가 곧 도로였던 것이다.


수로는 단순히 이동 통로일 뿐만 아니라 빨래, 목욕, 설거지 등 일상적인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원천이기도 했다. 그리고 집 뒤편이나 옆으로 펼쳐진 논과 과수원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수로와 인접해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였다.

이 지역에서 수로가 없는 곳에 집을 지을 땐 먼저 교통 통로의 확보를 위해 수로부터 팠다. 수로를 파면서 나온 흙은 집을 지을 수 있는 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수로와 평행하게 집들이 들어서는 “선형 마을(Linear Village)”이 형성되었다. 열대 기후인 이곳에서는 수로 옆에 집을 지으면 더위를 낮출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근대에 들어 메콩 델타에도 도로가 들어서고, 교통의 주역이 수로에서 도로로 바뀌었다. 그런데 새로운 도로를 만들 때 가능한 한 기존의 집들을 다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도로가 설계되었다. 즉 도로에서 수로를 건너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집을 피해 수로 옆으로 도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자연히 수로 옆에 사는 사람들은 도로로 나가기 위해서 원숭이 다리, 즉 “꺼우 키(Cầu khỉ)”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 메콩 델타 지역 주민들의 주력 교통수단은 수로에서 육로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도로가 좁아 자동차는 너무 불편해 거의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집 안에다 보관하는 것이 관습이라 한다. 그러려면 매일 꺼우 키를 통하여 오토바이를 이동해야 한다.


현대판 콘크리트 꺼우 키는 대개 폭이 1미터 남짓이며, 난간이 없거나 엉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리 폭이 워낙 좁기 때문에 난간을 설치하면 오히려 오토바이의 핸들이 걸리거나 짐을 실었을 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5~10미터, 높이 4~5미터, 폭이 1미터 내외인 이 난간 없는 다리를 현지인들은 매일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능숙하게 건넌다고 한다. 그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좁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데 익숙해져 있어 큰 문제 없이 이 다리를 건넌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매일매일 서커스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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