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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3. 2021

영화: 살인청부업자 1(殺し屋1)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폭력 영화

2002년쯤일까, 우연히 <살인청부업자1>(殺し屋1)란 일본 만화를 읽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총 10권 정도의 만화인데, 지금까지 읽은 어떤 만화나 영화보다도 잔혹한 내용이었다. 동경의 신주쿠(新宿)를 무대로 일본 야쿠자들과 중국 폭력단, 그리고 주인공인 <1>(이치)라는 킬러가 뒤엉켜 죽고 죽이며 살육을 벌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얼마나 잔혹한지 읽는 도중 몇 번인가 계속 읽기를 주저할 정도였다.  


이 만화 <1>를 실사 영화로 만든 것이 <殺し屋1>(살인청부업자 이치, Ichi the Killer)로서, 2001년에 개봉되었다. 어려서부터 왕따로 친구들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이치(1)는 지지란 정체불명의 노인의 도움으로 살인청부업자가 된다. 동경의 신주쿠 카부기쵸(歌舞伎町)를 무대로 야쿠자 조직들 간의 잔혹한 싸움이 벌어진다. 카부키쵸는 세계 최대의 환락가(歡樂街)로서, 여기에는 수많은 종류의 풍속영업집들과 여기에 기생하는 폭력단들이 몰려있다. 이 신주쿠 카부키쵸 안에 입주자의 8할이 폭력단 조직인 위험한 맨션, 속칭 “야쿠자 맨션”이라고 하는 곳이 이야기의 중심 무대가 된다. 

만화 <살인청부업자 1>

여러 이유로 야쿠자 조직으로부터 파문당한 떠돌이 폭력배들을 이끄는 수수께끼의 남자 <지지>는 패거리들과 함께 야쿠자 맨션에서도 가장 공포스러운 폭력단 <야스오>(安生) 파를 박멸시킬 계획을 세운다. 이치는 지지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킬러로 키운 22세의 청년으로서, 평상시에는 소심하고 약한 성격이지만, 학창 시절 받은 왕따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 울부짖으며 상대를 잔인하게 참살하는 <울보 살인청부업자>이다. 


야쿠자들 간에 벌어지는 싸움, 그리고 야쿠자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리고 이들과 싸우는 이치도 잔인하기로 치면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주인공 이치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대부분의 야쿠자들도 모두 사이코패스라 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살인 대상자가 불쌍하다고 울부짖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태연히 사람을 살해하는 이치의 폭력성에는 전율마저 느낀다. 이 영화에는 정상적이라 생각되는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이치는 초인적인 다리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주된 살인 방법은 뒷 축에 칼날이 들어있는 운동화를 신고 발차기를 하면서 상대방의 사지를 절단하는 방법이다. 너무나 빠른 솜씨에 상대방은 사지를 잘리면서도 잘렸다는 사실조차도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어간다. 최근 개봉된 미국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등장하는 여자 킬러 가젤이 이 이치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칼날이 달린 킥으로 상대방을 머리로부터 다리까지 일거에 양단하는 기술은 이치와 가젤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 살인 기술이다. 또 이치가 입고 있는 양복은 고도의 방탄기능을 하여 적의 공격으로부터 그를 지켜준다.      


그러나 영화는 그 잔혹성이란 면에서는 만화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폭력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이긴 하지만, 원작인 만화를 읽는 건 권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폭력성과 잔인성에서는 가장 심한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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