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돈의 저녁 풍경

(2026-01-26) 동남아 횡단여행 (24)

by 이재형

아침에 일어나니 공기가 서늘하다. 약간 찬 느낌도 들지만 아주 기분 좋은 온도다. 한국은 지금 한파로 얼어붙었다는데,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이런 호사를 누린다. 찬공기 알레르기가 심하기 때문에 날씨가 차지면 기침이 멈추지 않아 괴롭기 짝이 없는데, 여행을 온 이후 그런 증세는 한 번도 없었다.


선착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현재 묵고 있는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인데 여주인의 수완이 아주 좋다. 숲속의 숙소, 방갈로, 식당에다가 여행사 사무실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수완이 대단한 것 같다. 숙박비 조정을 할 때도 아주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한다. 커피와 반미(Bánh mì)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방갈로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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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매일 운동량이 많아 피곤해서 그런지 커피를 마셔도 잠자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커피 한 잔씩 마시는 것도 이번 여행의 작은 기쁨 가운데 하나이다.


식사 후 숙소 테라스의 테이블에 앉아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오전 11시가 좀 넘어 방갈로로 방을 옮겼다. 지난번 여행에서 지냈던 방갈로는 위치도 좋았고 방 앞 테라스도 널찍해 좋았는데, 방 자체는 형편없었다. 그런데 이번 방은 아주 괜찮은 편이다. 지난번 여행 때 방갈로에서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를 보니,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켰다는 뉴스가 나와 깜짝 놀랐었다.

방갈로의 제법 너른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해먹이 설치되어 있다. 해먹에 누워 강바람을 맞고 있으니 솔솔 잠이 온다. 낮잠을 자다 깨다 하고, 글도 쓰고 유튜브도 보다 보니 시간이 절로 지나간다.


이곳 시판돈(Si Phan Don)에서 가장 좋은 시간대가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이다. 열대 지방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가운데 서늘한 메콩강 바람이 불어오는 때다. 그 시간이 되면 나는 평화로움과 함께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행복감을 느낀다. 4시 반경 숙소를 나섰다.

강변길을 산책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선착장 근처의 숙소만 조금 붐빌 뿐, 안쪽의 숙소나 식당에는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메콩강의 수면도 이전보다 많이 내려간 것 같다. 약 2km 정도 걸었다. 이전 같으면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이 많이 보였는데, 오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메콩강과 시판돈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관광객이 줄어 폐허로 변한 숙소와 식당들도 종종 눈에 띄는데, 이러한 건물조차 강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상실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적당히 걸은 후 발걸음을 돌렸다. 농장의 나무들 사이로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적당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약간 땀이 날 정도의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