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8) 동남아 횡단여행 (26)
나는 4년 연속 겨울이면 라오스에 왔다. 4년 전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Vientiane)을 처음 방문하여 메콩강을 찾았다. 메콩강 강변은 마치 한강변처럼 잘 정비되어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근처에는 야시장이 형성되고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변에서 쉬거나 산책과 조깅을 즐기고 있었다. 제방 아래까지 강물이 출렁거려 마치 넓은 바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그곳을 다시 찾아가 깜짝 놀랐다. 그 넓은 메콩강에 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잡초들만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다와 같던 메콩강이 거대한 잡초밭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 잡초 숲 아래로 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이는 것은 울창한 잡초뿐이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한 사람이 그곳 사진을 올렸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물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잡초밭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메콩강의 물이 줄어든 것은 틀림없다. 이곳 시판돈도 내 느낌상으로는 이전에 비해 수위가 최소한 2m는 낮아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늘 하는 일과처럼 식사를 한 후 숙소 앞 테라스의 해먹에서 휴식을 즐긴다. 내일은 시판돈을 떠나는 날이다. 오후가 되면 마지막으로 섬을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점심을 먹으며 김건희 재판을 보려고 생각했는데, 이미 끝나버렸다. “징역 1년 8개월”이라고? 판결 이유를 보니 어이가 없다. 이 자들은 폭압적인 정권하에서는 비굴하게 굽신거리며 지내다가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서면 사법의 독립이니 하면서 항상 궤변을 늘어놓는다. 아마 자신은 대단한 일을 했다고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져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섬이라 길이 평탄하여 자전거를 타도 좋지만, 그래도 내 힘보다는 남의 힘으로 달리는 것이 편하다. 이전에도 몇 번 이곳 돈 콘(Don Khone)과 돈 뎃(Don Det)을 오토바이로 돌았기 때문에 포장된 도로는 이미 다 둘러보아 익숙하다.
먼저 솜파밋(Somphamit) 폭포로 갔다. 이곳 시판돈의 명소라면 단연 세 개의 폭포인 솜파밋 폭포, 샹 소이(Xang Souy) 폭포, 그리고 콘 파펭(Khone Phapheng) 폭포를 꼽는다. 그 가운데 솜파밋과 샹 소이는 이곳 돈 콘에 있고, 콘 파펭은 돈 콩(Don Khong)과 육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솜파밋 폭포는 입구부터 이전과 변해 있었다. 이전에는 입구 부근에 있는 좁은 나무다리 아래로 급류가 큰 소리를 내며 흘러갔는데, 이번에는 수면이 확 낮아졌다. 그래서 물도 이전에 비해서는 잔잔히 흐른다. 폭포 근처로 갔다. 아! 이 무슨 참혹한 모습인가! 이전의 솜파밋 폭포는 바위 위로 세찬 물줄기들이 지나갔다. 물 밖에 드러난 바위는 극히 일부였고, 바위에 부딪힌 물줄기는 물보라를 만들며 사납게 흘러내렸다. 그 장관은 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솜파밋은 그 바위들이 모두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바위들 사이로 메콩강의 물줄기들이 기세가 꺾인 채 흘러가고 있었다. 주위의 서양인 관광객들은 그 모습에 감탄하며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지만, 솜파밋의 참모습을 알고 있는 내게는 너무나 서글픈 풍경이었다.
다음은 프랑스 항구 유적지(반 항 콘, Ban Hang Khon)이다. 이곳은 돈 콘 섬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돈 콘 섬의 최북단인 프랑스 다리에서 메인 도로로 약 5km 되는 거리에 있다. 이곳에 서면 끝없이 넓은 메콩강의 모습이 펼쳐진다. 시판돈에서는 수많은 섬이 겹쳐 있어 넓은 강을 보기 어려운데, 이 아래쪽으로는 섬이 그다지 없어 탁 트인 강 풍경을 볼 수 있다.
이곳도 수면이 낮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워낙 넓은 강이라 강의 풍경만 보면 잘 구분이 가지 않지만, 드러난 강기슭을 보면 수면이 엄청 낮아진 것을 느낀다. 이전에 이곳에서 보는 메콩강은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같았다. 그런데 수면이 낮아지니 군데군데 암초가 나타나 작은 섬을 만들고 있다. 그 모습이 더욱 운치 있게 보이기는 한다.
메콩강 수위가 이렇게 낮아진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결과다. 내가 첫 번째 메콩강에 온 것은 11월,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2월, 이번엔 1월 말이다. 메콩강 지역에 우기가 끝나면 메콩강은 11월부터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낮아지기 시작한 수위는 3~4월에 최저점을 기록한다. 그러니까 올해는 지난번보다 건기가 좀 더 진행된 시기에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그 외에 이 지역의 부분적 가뭄, 그리고 세계적 기후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들 요인보다 더욱 큰 결정적 요인은 상류 지역에 건설된 댐 탓이라 한다. 중국은 메콩강 상류(란창강) 지역에 징훙(Jinghong) 댐, 누오좌두(Nuozhadu) 댐 등 11개 내외의 계단식 댐을 가동 중이며, 약 21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라오스 또한 본류에 사야부리(Xayaburi) 댐과 돈 사홍(Don Sahong) 댐 2개를 가동 중이며, 현재도 여러 개의 댐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이런 대형 댐에서 물을 가두고 있으니, 특히 건기에는 메콩강의 수면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라오스는 내륙국으로서 변변한 산업이 없다. 그래서 메콩강의 풍부한 물을 자원으로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이를 인근 국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라오스의 총 수출액 중 전기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 내외에 이르러, 압도적인 제1 수출 품목이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라오스는 “동남아의 배터리(Battery of Southeast Asia)”를 지향하여 앞으로도 더 많은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도 삼보(Sambor) 댐 등 대형 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메콩강의 댐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 같다.
얼핏 생각하면 메콩강에 댐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빼돌리면 문제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댐은 계절별 수량 변화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프랑스 항구 터를 나와 섬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돈 콘의 최북단인 프랑스 철교(French Bridge)로 왔다. 돈 뎃과 연결하는 이 다리는 이곳의 손꼽히는 풍광지이다. 길이 약 200m, 폭 3m 정도의 콘크리트 다리인데, 도로 양쪽에 20cm 높이의 턱이 있을 뿐 난간은 없다. 다리 높이는 10m 정도이며, 그 아래로 세찬 강물이 흐르는데, 이곳 역시 물살이 약해졌다.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이곳은 언제나 좋지만 특히 석양 무렵의 풍경은 최고다. 많은 관광객이 다리에 올라 풍경을 즐긴다. 도로 턱에 걸터앉아 다리를 강 쪽으로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사람, 도로 턱에 누워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살펴보니 모두 여자들이다.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간이 큰 것 같다.
날이 어두워진다. 다리 아래쪽에 쌀국수 전문 식당이 보여 들어갔다. 아주 맛있었다. 그동안 음식이 시원찮았는데, 진작 알았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