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1) 동남아 횡단여행 (30)
밤 1시 58분 열차이므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좀 편히 쉴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카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역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합실 안팎에 벤치 스타일의 의자가 있는데, 사람들로 거의 차 있어 한쪽 귀퉁이에 겨우 앉았다. 아무리 자세를 고쳐 잡아도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피로해 몸이 거의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너무 힘들다. 피로는 이제 거의 극에 달하였다. 평소라면 시간이 남을 때 글을 쓰며 보내면 되지만, 몸이 너무 괴롭다 보니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한 시간쯤 지나서 방콕행 열차가 왔다.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가 빈 벤치가 여기저기 보인다. 몸이 너무 괴로우니 할 수 없다. 염치 불고하고 벤치에 누웠다. 허리가 펴지니 조금 살 만하다. 보조 배낭을 베고, 신발까지 벗고 벤치에 누워 눈을 감았다. 완전히 노숙자 꼴이다. 심심찮게 모기도 문다. 선잠이 들었다 깨기를 몇 번 반복하니 열차 시간이 되었다.
이번 객실은 에어컨 침대칸이다. 중국의 침대 열차는 컴파트먼트(Compartment)에 4개 혹은 6개 침상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 침대 열차는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 2층 침대가 열차 진행 방향과 평행하게 배열된 구조이다. 내 자리는 2층이다. 좁은 침상이었지만 일단 누워보니 의외로 편했다.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를 맞으니 이젠 좀 살 만하다. 무더위에 땀범벅이 된 채 모기에까지 물리며 벤치에서 선잠을 잤던 조금 전까지의 일이 꿈만 같다. 이제 약 7시간이 지나면 치앙마이이다. 겹친 피로 탓에 금방 잠이 들었다.
오전 9시 조금 못 되어 치앙마이 역에 도착했다. 치앙마이는 여러 특징 있는 거리로 나뉘어 있는데 어젯밤 예약한 숙소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올드타운(Old Town)이면 좋겠는데, 다른 곳이라도 상관은 없다. 역 앞에서 툭툭을 타고 숙소를 찾아갔는데, 거리 모습을 보니 해자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타운 안인 것 같다.
아고다(Agoda)를 통해 예약한 호텔인데 사진으로 볼 때는 괜찮은 풀도 있고 건물도 좋아 보이는 그럴듯한 숙소였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상당히 낡은 건물이어서 아마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듯하다. 리셉션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얼리 체크인을 부탁했지만, 안 된다며 오후 2시까지 기다리란다. 추가 요금을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안 된다고 한다. 또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풀 옆의 선베드에 누웠다. 보통이면 편한 자리이나 몸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라 편치 않다. 밖에 나가 식사도 하고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오후 2시가 되어 방을 배정받아 입실했다. 방이 아주 낡았다. 오래된 데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어제 아침 아유타야 호텔을 나온 이후, 땀범벅이 된 몸으로 세수와 양치질도 못 했다. 일단 샤워를 하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그대로 잠에 떨어졌다.
잠에서 깨니 날이 어스름해졌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 동네 골목골목 모두가 바(Bar)다. 이들 바는 완전히 술만 마시는 곳은 아니며, 식사도 팔고 있다. 적당한 곳에 들어가 국수를 먹었다. 태국의 국수는 좀 특이한 것 같다. 밀가루도 쌀국수도 아닌 전분 국수 같은 것으로 약간 미끈미끈한 느낌이 난다. 맛은 별로였다.
낮에는 관광객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밤이 되니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한 집 건너 있는 바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관광객의 대부분은 서양인들이며, 동양인은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보일 뿐이다.
과일을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과일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에는 과일을 깎아 파는 일반 가게는 물론 노점도 많이 보이는데, 이 동네에는 거의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청량음료 한 캔을 사 들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