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여행의 마무리

​(2026-02-06) 동남아 횡단여행 (35)

by 이재형




오늘 오후 9시 40분 항공편으로 귀국한다. 11시가 좀 넘어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치앙마이 공항은 이곳에서 6km 남짓 거리이므로 이동 시간은 거의 걸리지 않는다. 그때까지 뭔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숙소의 풀 옆의 선베드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만은 없다. 베트남에는 시내 곳곳에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는 카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글 맵으로 검색을 해봐도 도보로 갈만한 카페는 없다. 일단 나가서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곳을 무작정 찾아보기로 했다.


도로변에서 가벼운 양식점과 카페를 겸하는 조그만 가게를 발견하였다. 자리도 편하다. 망고 스무디를 마시며 유튜브를 켜니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최종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신진서 9단과 일본의 이치리키 료(一力遼) 9단 사이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었다. 신진서는 지금까지 일본 기사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43승 0패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치리키 료도 신진서에게 전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신진서가 상당히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판은 이제 종반으로 달려가는데, 신진서가 이길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신진서의 패배가 거의 확실할 것 같다. 농심신라면배는 특이하게도 우승한 팀이 5억 원의 상금 전액을 가져가고, 2, 3위 팀은 한 푼도 없다. 만약 이치리키 료가 승리한다면 농심신라면배 우승은 물론, 자신의 신진서에 대한 연패 기록과 일본 기사의 신진서에 대한 전패 기록을 모두 지우는 일대 쾌거를 이룬다. 그런데 이치리키 료는 승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통한의 실수를 저지르고, 그때부터 급전직하 신진서의 승리가 확정된다. 이치리키 료로서는 일생에 남을 통한의 패배가 될 것이다.


바둑이 끝나니 오후 4시경이 되었다. 시간이 좀 이르지만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그랩(Grab)으로 차를 부르니 요금이 220바트, 1만 원 정도이다. 치앙마이 공항은 꽤 복잡했다. 그런데 공항에서 깜짝 놀랐다. 승객의 1/3 내지 반 정도가 한국인이었다. 지난 며칠간 치앙마이에서 지내면서 한국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이 서양인들이었고, 어쩌다 가끔 보이는 동양인은 중국인과 일본인들이었다. 한국인들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머물었던 곳은 올드타운(Old Town)이었다. 로컬의 분위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지역으로서 좋은 숙소나 백화점 등 현대적인 상업시설이 거의 없는 곳이다. 그 대신 님만해민(Nimmanhaemin) 등은 현대적 도시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곳에서 지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항은 상당히 붐볐지만 출국 절차는 빠르고 순탄하게 진행된다. 공항의 인파를 보고 출국 절차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짐작했지만, 세계적인 관광도시답게 관련 직원들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


33일간의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당초 편히 쉰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일부 여행 구간에서 장시간에 걸친 이동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여행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