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41
백악기(Cretaceous Period)는 중생대의 마지막 시기로, 약 1억 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약 7,900만 년 동안 지속된 기간이다. 이 시기는 지구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시기 중 하나로 꼽히며, 공룡이 전성기를 누리다 대멸종을 맞이한 시대이기도 하다.
백악기에는 초대륙 판게아(Pangea)가 더욱 세분화되어 오늘날의 대륙 모습에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북대서양과 남대서양이 확장되면서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이 완전히 갈라졌다. 인도 대륙은 아시아를 향해 북상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활발한 지각 운동으로 인해 해저 산맥이 발달하였고, 이로 인해 해수면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당시 대륙의 상당 부분이 얕은 바다인 '내해'에 잠겨 있었다.
백악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온난한 온실 기후(Greenhouse world)를 유지하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훨씬 높았으며, 극지방에도 빙하가 존재하지 않았다. 북극 근처에서도 활엽수가 자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기후였다. 대륙의 배치 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인 해류 순환이 복잡해졌으며, 이는 지구 전체의 열 재분배에 영향을 미쳤다.
백악기는 생태계 구성 요소가 현대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식물계에서는 속씨식물의 등장이라는 혁명이 일어났다. 백악기 초기에는 겉씨식물이 우세하였으나, 중기 이후 속씨식물(꽃을 피우는 식물)이 급격히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곤충과의 공진화를 이끌어냈으며,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꽃과 꿀벌 같은 화분 매개 곤충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악기는 실로 공룡의 시대였다. 공룡이 전체 동물계를 압도하였으며 아주 다양화해졌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공룡들의 상당수가 이 시기에 생존하였다. 육식 공룡으로서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 등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으며,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와 같은 각룡류, 안킬로사우루스(Ankylosaurus)와 같은 곡룡류가 크게 번성하였다. 바다에는 거대한 해양 파충류인 모사사우루스(Mosasaurus)와 엘라스모사우루스 등이 바다를 지배하였으며, 암모나이트가 매우 흔하였다. 하늘에는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가 거대한 크기로 진화하였고, 동시에 초기 조류가 익룡과 경쟁하며 발전하였다.
백악기 말인 약 6,600만 년 전, 지구 생명체 종의 약 75%가 사라지는 대멸종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오늘날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 운석(치클루브 충돌구)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충돌로 발생한 먼지와 황산염 입자가 햇빛을 차단하여 지구적 냉각과 광합성 중단을 초래하였다. 이로 인해 조류를 제외한 모든 공룡, 익룡, 해양 파충류, 암모나이트 등이 완전히 멸종하였다. 이는 이후 신생대에 포유류가 번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쥐라기(Jurassic)와 백악기(Cretaceous)를 나누는 경계는 약 1억 4,500만 년 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의 지질적 시대구분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큰 영향를 준 사건을 그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질 시대의 경계와 달리, 쥐라기에서 백악기로서의 이행 과정에는 지구 전체를 뒤흔든 단일한 거대 충돌이나 대멸종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백악기는 현생누대(Phanerozoic Eon)의 모든 지질 시대 중 “국제 표준 층서 구역(GSSP)”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유일한 시기이다. 국제 표준 층서 구역(GSSP)이란 지질 시대의 경계를 정의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 지층의 지점이다. 특정 지표 화석의 출현 등 시대적 변화가 뚜렷한 지점을 선정하여 '황금못(Golden Spike)'을 박아 표시한다. 이는 전 세계 지질학자들이 지구 역사의 시간 척도를 통일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돕는 절대적인 기준점이 된다.
쥐라기와 백악기의 경계에는 고생대 말이나 백악기 말처럼 생물종의 70~90%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극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암모나이트 화석이나 미생물 화석의 미세한 변화를 기준으로 경계를 확정하기 위해 여전히 논의 중이라 한다. 현재는 미세 화석인 ‘칼피오넬리드(Calpionellids)’의 등장이나 특정 암모나이트 종(Berriasella jacobi)의 출현을 주요 분기점으로 삼는다.
※ 칼피오넬리드는 중생대 쥐라기 말기부터 백악기 초기까지 해양에 번성한 미화석의 일종이다. 석회질의 단단한 껍질(로리카)을 가진 단세포 부유성 원생동물로, 이들은 진화 속도가 빠르고 분포 범위가 넓어 지층의 시대를 결정하는 중요한 표준 화석으로 활용된다. 특히 해양 퇴적층에서 쥐라기와 백악기의 경계를 구분하는 데 결정적인 지표가 된다.
쥐라기와 백악기의 경계는 '파괴적 종말'보다는 '서서히 진행된 세대교체'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대멸종'급은 아니지만, 쥐라기 말기(티토누스절)에서 백악기 초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소규모 절멸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육상 및 해양 생태계의 구성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쥐라기를 호령하던 대형 용각류(디플로도쿠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와 검룡류(스테고사우루스)가 쇠퇴하거나 멸종하였다. 그 빈자리를 백악기의 주역인 각룡류(트리케라톱스의 조상), 곡룡류(안킬로사우루스 등), 그리고 이구아노돈류가 채우기 시작하였다. 해양에서는 쥐라기 바다를 지배하던 어룡(Ichthyosaurs)이 급격히 줄어들고, 수장룡(Plesiosaurs)이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쥐라기/백악기 경계를 전후하여 지구의 물리적 환경에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초대륙 판게아가 로라시아(북)와 곤드와나(남)로 갈라진 뒤, 이 대륙들이 다시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지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해안선이 길어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생태계의 격리가 일어났다. 쥐라기 말기에는 일시적인 기온 하강 현상(Tithonian-Barremian Cool Interval)이 나타났으며, 이후 백악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매우 온난한 온실 기후로 진입하게 된다.
쥐라기/백악기 경계는 생물계가 오늘날과 유사한 형태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백악기 초기에 들어서며 꽃을 피우는 식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준비를 마쳤다. 시조새 이후 초기 조류들이 익룡과 공존하며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쥐라기 말기인 티토누스절(Tithonian)에 발생한 멸종 사건은 지구 역사상 '5대 대멸종'에는 포함되지 않는 “2차적인 규모의 멸종 사건(Minor Extinction Event)”으로 분류된다. 이 사건은 쥐라기와 백악기를 구분 짓는 생물학적 전환점 역할을 하였으나, 이전이나 이후의 거대 멸종 사건들과 비교하면 그 파괴력과 양상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티토누스절 멸종은 생태계의 완전한 붕괴보다는 '세대교체'에 가까운 규모였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해양 속(Genus)의 약 18%~37%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90% 이상의 종이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이나 75%가 사라진 백악기 말 대멸종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이 멸종은 캄브리아기 이후 발생한 수십 차례의 멸종 사건 중 'Top 10'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선택적이고 국지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페름기 대멸종 (약 2.5억 년 전)에서는 약 96%의 생물이 멸종하여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멸종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위대한 죽음’이라는 백악기-고진기 대멸종 (6,600만 년 전)에서는 약 75%,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에서는 약 80%의 생물의 종이 사라졌다. 이에 비해 티토누스절 멸종은 약 20~30% 내외점진적 교체였다.
그리고 5대 대멸종은 전 지구 모든 대륙과 바다에서 동시에 발생하였으나, 티토누스절 멸종은 주로 로라시아 대륙(북반구)의 생태계에 집중되었다. 특히 유럽 지역의 해수면 하강(해퇴)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남반구인 곤드와나 대륙에서는 그 영향이 비교적 적었다.
티토누스절 멸종은 특정 집단에 매우 선택적으로 작용하였다. 해양 생물 생태계를 보면 암모나이트의 다수 종과 초기 어룡들이 큰 타격을 입었으나, 수장룡이나 물고기류는 오히려 다양성을 유지하거나 확대하였다. 육상 생물 생태계에서는 쥐라기의 상징이었던 초대형 용각류(디플로도쿠스 등)와 검룡류(스테고사우루스)가 쇠퇴하고, 그 빈자리를 백악기의 주역인 각룡류와 조각류가 채우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초기 조류가 본격적으로 분화하며 하늘의 지배권을 두고 익룡과 경쟁하기 시작하였다.
결론적으로 티토누스절 멸종은 이전의 대멸종처럼 생명의 맥이 끊길 뻔한 위기는 아니었으나, 쥐라기의 고전적 생태계를 백악기의 현대적 생태계로 탈바꿈시킨 중요한 징검다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