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43
백악기의 해양 생태계는 육상의 공룡 전성기에 못지않은 화려함과 역동성을 자랑하던 시기이다. 당시의 바다는 오늘날보다 훨씬 따뜻했으며, 넓게 펼쳐진 얕은 바다(천해)는 수많은 생명체가 번성하고 진화하기에 최적의 요람이 되었다. 이 시기 해양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 해양 파충류들의 지배와 현대적 어류의 기틀 마련, 그리고 독특한 무척추동물들의 번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백악기 바다의 먹이사슬 정점에는 거대한 해양 파충류들이 있었다. 이들은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파충류들로, 각기 다른 사냥 전략을 구사하며 바다를 지배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존재는 모사사우루스류이다.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이들은 도마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파충류로, 짧은 시간 내에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였다. 유선형의 몸과 강력한 꼬리지느러미, 그리고 먹이를 통째로 삼키기에 유리한 이중 관절 구조의 턱을 가졌다. 이들은 어류와 암모나이트는 물론, 다른 해양 파충류까지 사냥하는 바다의 폭군이었다.
또한, 긴 목을 가진 플레시오사우루스류(장경룡) 역시 번성하였다. 엘라스모사우루스와 같은 종은 몸길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긴 목을 이용해 물고기 떼를 은밀하게 공격하였다. 반면, 목이 짧고 머리가 거대한 플리오사우루스류는 강력한 치악력을 바탕으로 대형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특화되었다. 이러한 파충류들의 다양성은 백악기 해양이 제공하는 풍부한 먹이 자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였다.
파충류뿐만 아니라 어류 또한 백악기에 들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날 바다 어류의 주류인 진골어류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다양해졌으며, 현대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당시 바다에는 현대의 청어나 멸치와 유사한 작은 물고기들이 엄청난 무리를 지어 살았으며, 이를 노리는 거대 포식 어류들도 존재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크시파크티누스이다. '불독 물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이 어류는 몸길이가 6미터에 달했으며, 날카로운 이빨과 빠른 속도로 먹잇감을 사냥하였다.
상어류 또한 오늘날보다 더 위협적인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크레토시리나는 '긴수 상어'라고도 불리며, 현대의 백상아리와 유사한 크기와 형태를 가졌던 백악기의 대표적인 포식자였다. 이들은 거대 파충류들과 경쟁하거나 때로는 그들을 사냥하며 해양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무척추동물 세계에서도 백악기만의 독특한 현상이 관찰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생물은 암모나이트이다. 쥐라기부터 번성했던 이들은 백악기에 이르러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해졌으며, 일부 종은 직경이 2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게 자랐다. 이들은 해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중간 소비자이자, 수많은 포식자의 주요 먹이원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의 리프(Reef, 초) 생태계이다. 오늘날의 산호초는 주로 육방산호류가 만드나, 백악기 중기에는 루디스트(Rudists)라 불리는 독특한 모양의 이매패류(조개류)가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산호를 대신해 해천의 리프를 형성하였다. 컵이나 뿔 모양으로 생긴 이 조개들은 복잡한 입체 구조를 만들어 수많은 작은 해양 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였다.
백악기 해양 생태계의 풍요로움을 지탱한 기초 생산자는 미세한 플랑크톤들이었다. 특히 코콜리스(Coccolithophores)와 같은 석회질 미세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였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죽어서 바다 밑에 쌓여 거대한 석회암층을 형성하였다. '백악기(Cretaceous)'라는 명칭 자체가 이들이 남긴 하얀 분필(Chalk) 같은 석회암층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유공충과 방산충 같은 미세 생물들이 번성하면서 해양 먹이사슬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중층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미세 생물의 번성은 해양의 산소 농도와 탄소 순환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전체 지구 환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였다.
백악기의 해양 식물 생태계는 육상 식물계의 변화만큼이나 역동적이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과 지형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당시 해양의 1차 생산자 역할을 했던 존재들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식물'이라기보다는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들이었으며, 이들의 폭발적인 번성이 백악기 해양 생태계의 풍요로움을 지탱하였다.
• 석회비늘편모조류(Coccolithophores)와 분필의 시대: 백악기(Cretaceous)라는 명칭의 유래인 '분필(Chalk)'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이들이다. 석회비늘편모조류는 몸 표면에 작은 석회판(Coccoliths)을 두르고 있는 단세포 조류이다. 백악기의 온난한 수온과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들이 번성하기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들이 죽어 바다 밑에 쌓인 사체들이 거대한 석회암층을 형성하였다. 영국의 도버 절벽이나 유럽 전역에 분포한 두꺼운 백색 지층은 모두 이 미세한 생물들의 유해로 만들어진 것이다.
• 규조류(Diatoms)와 와편모조류의 다변화: 백악기는 현대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닦는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한 시기이다. 유리 성분(규산)의 껍데기를 가진 규조류는 백악기에 들어서며 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들은 광합성 효율이 매우 높아 해양 먹이사슬의 영양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 시기 와편모조류 역시 매우 다양해졌으며, 이들의 화석은 당시의 해수 온도나 염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 진정한 해양 식물의 등장(해초, Seagrasses): 육상에서 번성하기 시작한 속씨식물 중 일부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였다. 백악기 후기에 이르면 오늘날의 거머리말과 유사한 해초류가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조류(Algae)와 달리 뿌리와 꽃이 있는 진정한 의미의 수생 속씨식물이다. 해초 군락은 연안 생태계에서 어린 물고기나 무척추동물의 은신처가 되었으며, 해양 파충류인 수장룡 등에게 새로운 먹이 환경을 제공하였다.
• 해양 무산소 사건(OAEs)과 탄소 매립: 백악기 해양 식물 생태계의 과도한 번성은 때로 지구 환경에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영양염류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이들이 죽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바닷속 산소를 모두 소비하게 된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유기물이 썩지 않고 그대로 해저에 쌓인다. 이렇게 쌓인 미세 조류들의 사체는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 오늘날 중동과 전 세계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가 되었다.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 이러한 미세 식물들의 풍요는 거대 생물들의 존재를 가능케 하였다. 암모나이트와 같은 두족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미세 동물들을 주식으로 삼았으며, 다시 이 암모나이트는 모사사우루스 같은 거대 해양 파충류의 먹이가 되었다. 결국 백악기 바다의 화려한 거대 생물들은 미세한 해양 조류들의 광합성 에너지 위에 세워진 성이었던 셈이다.
백악기 해양 생태계는 거대 파충류와 어류, 그리고 독특한 무척추동물들이 어우러져 인류 역사 이전 가장 화려한 수중 세계를 구축하였다. 따뜻한 수온과 풍부한 영양분은 생명체들이 크기를 키우고 형태를 다양화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 화려한 생태계 역시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을 피하지 못했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광합성을 하던 미세 플랑크톤의 절멸을 가져왔고, 이는 먹이사슬의 붕괴로 이어져 모사사우루스와 암모나이트 같은 백악기의 상징적 생물들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생존을 도모하며 진화한 진골어류와 일부 상어, 그리고 현대적 해양 생물들의 조상은 이후 신생대 바다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