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호장룡-운명의 검
헐리웃스타일 영화로 재탄생한 중국 무협
영화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2016년 제작되었는데, 중국 영화로는 드물게는 전부 영어 대사를 채택하였다. 전편인 <와호장룡>이 미국과 유럽에서 흥행에 대성공한 일을 염두에 두고, 속편은 아예 미국과 유럽을 겨냥하여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의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전편에서 리무바이가 남긴 <청명검>은 황제의 형제인 철가에서 보관하고 있다. 악당인 대명계는 청명검을 차지하여 무림을 제패하기 위해 청명검을 훔치려 한다. 죽은 줄 알았던 수련(양자경)의 옛 정혼자인 견자단은 살아있었던 것으로, 수련과 함께 청명검을 지키려 철가로 찾아온다. 한편 철가에는 수련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설병이라는 소녀가 찾아온다.
대명계는 청명검을 훔치려고 위방이라는 젊은 부하를 철가장으로 보낸다. 그러나 위방은 수련 등에 잡혀 철로된 우리에 갇히게 된다. 설병과 위방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어 보였는데, 결국 이들은 출생 시 서로 아이가 바뀌어져 운명이 바뀐 것을 알게 된다. 즉, 여고수였던 위방의 어머니가 위방을 낳자, 마침 딸을 낳은 부잣집 첩이 자신의 딸과 위방을 바꿔버린 것이었다. 설병은 위방의 어머니를 스승이자 어머니로 삼아 지금까지 성장해왔던 것이다.
설병이 위방을 몰래 풀어주자 위방은 청명검을 들고 도망쳐 이를 대명계에게 바친다. 이를 알게 된 수련과 그의 옛 정혼자인 견자단, 그리고 이들을 따르는 정도의 협객들이 힘을 합하여 대명계를 치러 가고, 마침내 이들은 대명계를 처단하고 청명검을 되찾아 온다.
이 영화는 미국 관객을 겨냥하고 제작되었기 때문에 소재는 중국 무협이지만, 영화 스타일은 아주 미국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행동거지는 미국 영화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보통 중국 영화에서는 주인공이나 악당 두목급을 제외한 일반 출연자는 좀 경박스럽고 촐랑대는 행동을 보인다. 이 영하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존의 중국 무협과 달리 모든 출연자가 무게를 팍팍 잡는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이나 행동거지도 영락없이 미국적이다.
<와호장룡> 전편의 백미가 대나무 숲에서의 주윤발과 장쯔이의 결투 장면이라면, 이 속편에서의 백미는 호수의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견자단과 위방의 결투 신이다. 이 결투 신 역시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지만, 전편의 대나무 숲 결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설병과 위방 간에 얽힌 “출생의 비밀”은 이 영화의 전개에 무슨 결정적인 계기가 될 듯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도록 영화의 전개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이런 좀 무리한 “출생의 비밀” 이야기를 끌어들였는지 모르겠다.
전편에서 수련은 리무바이(주유발)과 서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갖지만, 결국 죽은 옛 정혼자로 인하여 그 둘은 맺어지지 못한다. 죽은 줄 알았던 옛 정혼자가 살아 돌아온 이번 영화에서는 수련과 옛 정혼자인 견자단이 아직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고 있으나, 죽은 리무바이와의 정 때문에 맺어지지 못한다.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또 화려한 전투 장면 가운데 하나는 대명계의 본부인 높은 탑에서의 결투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영화 <조선미녀삼총사>의 마지막 결투 장면인 벽란도의 탑을 배경으로 한 결투 신과 쏙 빼닮은 것 같다. 그렇지만 결투의 화려함이나 영상미는 <조선미녀삼총사>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요즘 우리나라의 영화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
<와호장룡: 운명의 검>은 전체적으로 보면 괜찮은 무협영화이다. 헐리웃식의 기법을 빌린 배우들의 연기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작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스토리의 전개에서 조금씩 허점이 보인다. 굳이 평점을 주라면 전작을 별 4.5개로 할 때, 이번 작품은 별 3.5-4개 정도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