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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25. 2021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

세계적 절찬을 받은 동양적 사랑의 정서와 영상미를 담은 무협영화

중국이나 홍콩에서 제작한 무협영화는 미국이나 유럽에도 소개되었지만 큰 주목을 끌지는 못하였다. 이소룡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정무문>, <맹룡과강> 등의 영화는 서양인들에게 생소한 쿵후라는 중국 무술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지만, 영화의 스토리나 영상미 등 그 작품성에서 기인된 것은 아니었다. 이에 비해 리안 감독이 제작한 <와호장룡>(臥虎藏龍)은 정(淨)과 동(動)이 멋지게 어울린 빼어난 동양적 영상미와 탄탄한 스토리로 세계인의 절찬을 받았다. 2000년 미국의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고 흥행 기록을 수립하였다. 


영화 <와호장룡>은 2000년 중국에서 제작되었는데,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정패패 등 톱스타들이 출연하였다. 무당파 고수인 리무바이(주윤발)은 유수련(양자경)에게 자신이 아끼는 보검인 청명검을 베이징의 철총관에게 맡겨달라고 한 후 강호를 떠나려 한다. 이때 철총관의 집에서 수련은 옥대인의 딸 옥교룡(장쯔이)을 만난다. 옥교룡은 부모가 원하는 청년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날 밤 철총관의 집에 맡겨두었던 청명검이 도난당한다. 수련은 범인이 교룡이라 추측하고 교령으로부터 조용히 청명검을 되돌려 받고 사건을 마무리지으려 하지만, 교룡은 이를 거부한다. 교룡은 무당을 배반하고 도망친 푸른여우(정패패)의 제자로서, 리무바이는 이 사건의 배후에 푸른여우가 있다고 단정하고, 도난당한 검을 찾음과 동시에 과거 스승을 살해한 푸른여우에게 스승의 복수도 하려고 한다. 


리무바이는 푸른여우라는 나쁜 스승을 만나 나쁜 길로 들어선 교룡을 자신의 제자로 삼아 바른 길로 이끌려한다. 그러나 교룡은 이를 거부한다. 한편 부모가 원하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 교룡에게 그녀를 잊지 못한 옛 연인 나소호가 찾아온다. 마적 출신인 나소호는 그녀의 결혼을 막으려 하지만 오히려 사고만 저지르고, 교룡은 다시 청명검을 훔쳐 혼자 무당산으로 떠난다. 리무바이와 수련도 교룡과 푸른 여우를 뒤쫓는다. 

리무바이는 교룡으로부터 청명검을 되찾기 위해 그녀와 다시 결투를 벌이지만, 중간에 푸른 여우가 나타나 교룡을 데리고 간다. 그 뒤를 쫓던 리무바이는 푸른 여우를 잡기는 하지만, 그녀의 계략에 중독되어 죽어간다. 교룡은 뒤늦게 리무바이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수련은 교룡을 나소호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교룡은 나소호와 마지막 밤을 보낸 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무당산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 영화는 무협영화이면서 저변에는 서로 좋아하면서 함께하지 못하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깔려 있다. 주인공인 리무바이와 양수련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만, 리무바이는 그녀가 죽은 절친의 정혼녀란 사실로 인해 거리를 두고 있다. 교룡도 나소호와 서로 사랑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정략결혼을 거부하지 못해 번민하다가 마침내 다른 길을 택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라 생각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다. 리무바이는 무당(武當)이라는 명문 정파의 지도자로서 정도(正道)의 초고수이다. 수련도 마찬가지로 무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무림의 평화를 어깨에 짊어진 이들 영웅들이 왜 그렇게 오래전에 죽은 수련의 정혼자에게 그리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교룡도 그렇다. 명문 정파 최고 지도자의 보검을 훔칠 정도에다 무림을 어지럽히는 악적의 제자인 그녀가 부모의 정략결혼 계획에 헤어나지 못하고, 번민하다가 결국 산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어차피 영화니까 그런 정도의 좀 말이 안 되는 폼을 잡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다른 걸 다 떠나서라도 리무바이와 교룡의 대나무 숲에서 싸움은 영상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적인 듯하면서 동적인 이 결투는 영화 <와호장룡>의 압권이며, 이 장면 하나로 영화 <와호장룡>을 감상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푸른 여우 역을 연기하는 정패패(첸페이페이)의 변화 모습이다. 1960년대 말, <방랑의 결투>와 <심야의 결투>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첸페이페이가 30년이 지나 50대 후반이 되어 이 영화의 악당인 푸른 여우 역을 담당하였다. 옛날의 그 예뻤던 첸페이페이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늙은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라 할까?

첸페이페이의 옛모습과 현재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118165663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11732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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