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절대 강자 악당 등장,
보통의 무협영화에서 악당 두목은 당연히 초절륜의 무술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런 악당에 대하여 주인공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악당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무공을 닦아 결국 악당 졸개들을 모두 해치운뒤, 마지막으로 주인공과 악당이 일대일의 대결을 벌여 결국에는 주인공이 악전고투 끝에 승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런데 영화 <용문의 결투>(원제:龍門客棧, 용문객잔)에서는 이와 다른 완전한 새로운 유형의 악당이 등장한다.
<용문의 결투>는 1967년 란란쇼의 <쇼브러더즈>사에 의해 제작되었다. <방랑의 결투> 이후 우리나라에 수입된 두 번째 홍콩 무협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명나라 말기 권력의 실세인 환관들이 충신 우겸을 처형하고 그의 후손들을 용문 밖으로 추방한다. 그러나 환관들은 후환을 생각하여 이들 후손들을 암살하기 위해 자객을 보낸다. 우겸을 따르던 검객들은 우겸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하여 용문으로 떠난다. 이 과정에서 여러 협객들을 규합한다. 협객들은 뛰어난 무공으로 자객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킨다.
자객들이 우겸의 아들을 죽이는데 실패하고, 협객들이 우겸의 아들을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안 환관 세력 측에서는 웬만한 자객을 보내어서는 이들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그 우두머리인 조소흠이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선다. 새하얀 머리에 긴 흰 수염을 늘어뜨리고, 새하얀 옷을 입은 조소흠은 초절정의 무술 고수이다. 그는 대부대를 이끌고 집채만큼 큰 가마에 올라 직접 용문을 찾아온다.
협객들은 악당 졸개들을 모두 처치하고 조소흠만을 남겨둔다. 그러나 조소흠의 절대 무공 앞에 협객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절정고수들인 협객들이 협공을 하지만 조소흠은 이들을 비웃듯 월등한 무공으로 이들을 상대한다. 그러나 협객들은 온몸을 던지다시피 하는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조소흠을 처치한다.
<용문의 결투>에서 보여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조소흠의 무공과 새하얀 머리와 수염, 그리고 옷에 의해 압도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이후 무협영화에서 새로운 악당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용문의 결투> 이후 특히 한국판 무협영화에서는 조소흠을 복사한 듯한 흰 수염, 흰머리, 그리고 새하얀 복장을 한 초절정 무술을 가진 악당 두목이 빈번히 등장하였다.
1992년 <용문의 결투>를 리메이크한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이 제작되었다. 스토리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양가휘(량자후이), 임청하(린칭샤), 장만옥(장만위), 견자단(전쯔단) 등 홍콩의 정상급 배우들이 총출동하였다. <용문의 결투>가 나온지 15년 만에 리메이크되었으므로, 그 사이에 촬영기술도 엄청 발전하고, 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스케일도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용문의 결투>에서 백미라 할 카리스마 넘치는 조소흠의 박력을 찾기 어려웠으며, 스토리의 아기자기함도 전편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 들었다. 볼거리는 물론 속편이 훨씬 많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용문의 결투>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