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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29. 2021

드라마: 여자 성주 나오토라(直虎)

거친 전국시대(戰國時代)를 해쳐가는 약소 성주의 생존 방식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NHK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은 거의가 유력한 무장(大名, 다이묘)들이었거나, 아니면 이들을 보좌하는 가신들이었다. 그래서 이들 주인공은 전국시대의 세력의 판도 변화, 나아가서는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NHK 대하드라마 가운데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도 적지 않았다. NHK 대하드라마는 그 주인공을 매년 남녀 번갈아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여자들도 그녀들의 남편이 유력 다이묘였거나 혹은 다이묘를 보좌하는 유력 가신 혹은 무장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여자 성주 나오토라>는 아주 특이하다. 무력을 전혀 갖지 못하다시피 한 조그만 지역을 다스리는 여자 성주가 주위의 유력 다이묘들에게 휘둘리며 살아남기 위해 줄타기를 하듯 하면서 살길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2017년 다른 NHK 대하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약 5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이 이야기는 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사천왕 가운데 한 사람이라 일컬어지는 히코네(彦根) 번의 번주인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를 키운 엔슈(遠州)의 이이야(井伊谷)의 여자 영주 이이 나오토라(井伊直虎)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다. 엔슈의 이이야는 현재의 시즈오카(静岡) 시의 일부 지역이다. 나오토라는 약소 영주였기 때문에 그에 관한 기록은 그다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다른 대하드라마와 달리 픽션의 요소가 매우 많다고 한다.


나오토라는 이이가의 당주 이이 나오모리(井伊直盛)의 딸로 태어났다. 이이 가는 이마가와(今川)가 복속되어 있다. 이마가와 가의 횡포는 말도 못 할 정도이다. 이마가와 가는 모반을 획책했다는 이유로 나오토라의 약혼자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 아들까지도 죽이려 한다. 그리고 이이 가는 이마가와 가의 명령으로 당주의 조카인 세나(瀬名)라는 여자아이를 인질로 보낸다. 이렇게 이마가와 가는 이이 가를 철저히 다스리려 하지만, 이이 가는 어떻게든 스스로의 살 길을 위해 몸부림친다.


이마카와 가의 당주인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를 치기 위해 2만 병력을 동원한다. 이이 가는 이마카와 가의 명령에 따라 당주 이하 가신 및 무사 전원이 이 전투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오케하자마(桶狭間)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에게 대패한다. 그리고 여기에 참전한 이이 가도 당주 이하 많은 가신들이 전사한다. 당주가 전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나오토라는 이이야(井伊谷)의 성주가 된다.

이마카와 가가 멸망한 후 이이 가는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다케다 신겐 등 유력 다이묘들의 틈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연속이다. 이들 유력 다이묘들은 이이 가를 스스로의 지배하에 두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탄압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도 돌아오는 것은 부당한 처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오토라는 이이 가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멸망의 길을 택한다. 즉, 성주 자리를 포기하고, 이이야의 지배권을 반납해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이 가는 유력 다이묘들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오토라는 옛 정혼자의 아들인 이이 나오마사(井伊直政)를 정성을 다해 키운다. 성장한 나오마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기게 되고, 마침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천왕이라 일컬어지는 4명의 심복 가신 중에 한 명이 된다. 이후 이이 가는 도쿠가와 막부에서 대대로 권력자가 된다. 이이 가 사람들은 대를 이어 도쿠가와 막부의 필두 가신이 되어, 권력과 부와 영화를 누린다.    


이이 가에서 이마카와 가로 인질로 보낸 여자 아이 세나(瀬名)는 역시 인질로 와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인연이 되어 그의 부인이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지만, 후에 세나는 오다 노부나가의 명해 의해 모반의 죄목으로 장남과 함께 절복(切腹, 셋뿌쿠)의 명을 받고 처형된다.


이 드라마에는 바둑을 두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오토라가 어릴 때 함께 자란 두 명의 친한 사내 아이(한 명은 약혼자, 다른 한 명은 후에 유력 가신이 된다)들과도 자주 바둑을 두며, 성주가 되어서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바둑을 두면서 대응책을 구상한다. 그리고 가신이 된 어릴 때 소꿉친구와도 팽팽한 대립과 함께 서로 배려를 하면서 지내는데, 둘 간의 긴장도가 높아질 때마다 바둑을 두면서 대화를 한다.


그런데 막상 화면에 비치는 바둑판의 바둑 내용을 보면 엉망이다. 판 위에 돌을 그냥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주인공이 약소 성주이다 보니까 전쟁을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

는 다른 드라마와 비교하여 전투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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