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기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쿠데타 전야
영화 <건 시티>는 오랜만에 감상하는 스페인 영화였다. 처음에는 제목으로부터 갱단 영화라 생각했으나, 20세기 초반 혼란스러웠던 스페인의 정세 속에서 폭력물로서의 성격과 사회성을 동시에 겨냥한 괜찮은 작품이라 평가된다.
1921년 군사 쿠데타를 목전에 둔 혼란스러운 스페인 정세 속에서 바르셀로나 근처에서 무기를 실은 열차가 습격을 받는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사람의 형사가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부임한다. 이 당시 바르셀로나는 부자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착취, 부패한 경찰 및 공무원, 극심한 생활난에 시달리는 서민 등으로 아나키스트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공장에서는 아나키스트들이 주도하는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리더인 살바도르는 온건파이지만, 그의 딸 사라와 그녀의 연인인 레온은 폭력에 의해 혁명을 일으키려 하는 과격파이다. 거리에서는 카바레를 경영하는 남작이 공장주인 자본가들과 손을 잡고, 뒷골목 세계와도 연결되어 수상한 장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무기 강탈이 아나키스트의 소행이라고 보고 이들을 검거하려 하지만, 사라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파 해치려 한다. 그리고 마침내 무기탈취 사건은 쿠데타의 명문을 만들기 위하여 부패한 권력이 아나키스트들을 사주하여 일으킨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는 결국 일어나고 만다.
이 영화는 극심한 사회혼란 속에서 아나키스트들이 힘을 얻어가고, 이러한 아나키스트들과 경찰의 대립, 그리고 서민들에 대한 부유층의 극심한 착취 등의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 한편 이 영화에서는 1920년대 당시의 스페인의 사회상과 풍습, 그리고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카바레에서의 퇴폐적인 쇼, 매력적인 가희들의 공연, 건축 중인 사그라다 패밀리아(Sagrada Família) 성당, 1920년대의 풍속이나 복장, 자동차 등이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