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이 외전>이라는 일본 영화를 감상하였다. 시작 전에는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였는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닌자(忍者)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몇 장면을 보니 어딘가 스토리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20여 년 전 같은 제목의 닌자 만화를 본 기억이 난다.
영화 <카무이 외전>은 2008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시라토 산페이(白土三平)가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시라토 산페이는 닌자 만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만화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카무이> 외에 <닌자무예첩 카게마루전>(忍者武芸帳 影丸伝), <사스케> 등의 있다. 이들 닌자 만화들은 모두 큰 히트를 쳤으며,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들로도 제작되었다.
영화 <카무이 외전>을 감상하기 전에 먼저 닌자(忍者)에 대해 알아보자. 닌자는 15세기경부터 일본에서 다이묘(大名)나 영주를 섬기거나 혹은 독립적으로 첩보활동, 파괴활동, 침투전술, 모략술, 암살 등의 일을 주로 한 사람들 혹은 그 집단을 말한다. 지금에 와서 닌자는 일본 국내에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인기 있는 캐릭터가 되고 있다. 그런데 “닌자”라는 호칭은 1950년대 이후 소설 등에서 사용되면서 보급된 호칭으로서, 닌자가 활약하였던 낭시에는 이들을 닌자라 부르지는 않았다. 그 당시에는 대체로 시노비(忍び)라고 불렀으며, 그 외에도 랍빠(乱破), 슷빠(素破), 쿠사(草), 닷코(奪口)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이들 가운데는 한 영주를 계속 섬기는 무리들도 있었지만, 특별한 영주에 속하지 않고 싸움이 있을 때마다 고용되는 용병과 같은 무리들도 있었다. 또 이가 무리(伊賀衆), 코가 무리(甲賀衆) 등과 같이 한 곳에 정착하여 마을을 이룬 집단도 있는 반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집단도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병졸로 참가하여, 야습 등 기습 교란 작전을 전문으로 하였다. 이번에 소개한 만화가 시라토 산페이(白土三平)도 그의 작품 속에 닌자라는 말을 일상으로 사용하여, 닌자라는 용어가 정착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
닌자 만화와 닌자들
닌자 가운데는 여자도 있다. 여자 닌자를 쿠노이치(くの一)라 한다. 한자의 “계집 여(女)” 자를 파자(破子)하면 쿠(く)노(ノ)이치(一)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이들 여자 닌자들은 섹시한 모습의 짧은 옷을 입고 현란한 무술을 사용하며 등장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꾸며낸 이야기들이다. 실제로는 하녀나 종 등 하층계급의 여자 신분으로 위장하여 정보 등을 캐내는 것이 그녀들의 주된 임무였던 것이다.
닌자에도 여러 유파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유파가 이가류(伊賀流)이다. 전국시대 이가류의 우두머리 핫도리 한조(服部半蔵)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섬겨 큰 공을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가류와 코가류(甲賀流), 카자마류(風魔流), 도가쿠시류(戸隠流)의 4대 유파를 닌자의 4대 유파라 하며, 이 외에도 비젠류(備前流), 하치야슈(鉢屋衆) 등의 닌자 집단이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나가노(長野)의 토가쿠시 산에 있는 토가쿠시류 닌자의 본거지를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 거기에는 닌자 박불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닌자 체험관이 있었다.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빠졌다. 다시 영화 <카무이 외전>으로 돌아가자.
카무이는 어릴 때부터 닌자로 키워졌다. 닌자 가운데는 닌자 생활이 싫어 우두머리의 허락 없이 닌자 생활에서 도망치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누케닌(抜け忍)이라고 한다. 닌자 집단은 누케닌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으며 끝까지 추적하여 처단하려 한다. 이들 누케닌을 쫓는 닌자를 스이닌(追忍, 추인)이라 한다. 오래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도망친 노비를 쫓는 추노(追奴)라는 무리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는데, 추노가 도망친 노비를 쫓는다면, 스이닌은 도망친 닌자를 쫓는 무리이다.
어린 카무이는 다른 닌자들과 함께 누케닌인 여자 닌자 스가루를 포위하여 죽이려 한다. 그러나 스가루는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이후 몇 년이 흘러 카무이도 닌자 무리에서 도망을 쳐 누케닌이 된다. 그런 카무이를 죽이기 위해 닌자들은 집요하게 추격하고, 카무이는 필사적으로 도망간다.
뛰어난 닌자인 가진 카무이는 자신을 추격하는 닌자들에게 역공을 가하여 추격자를 죽이기도 한다. 이렇게 도망을 치던 중 카무이는 어느 곳에서 영주가 아끼는 말의 앞다리 한쪽을 베어 달아나는 사내를 만난다. 그는 한베에(半兵衛)라는 어부로서, 말굽으로 낚시 바늘을 만들기 위해 영주의 애마의 다리를 자른 것이다. 카무이는 한베에와 도와가며 영주의 군사들을 따돌리고 한베에가 사는 마을로 온다. 거기서 지금은 한베에의 처가 된 스가루를 만난다. 그녀는 지금은 오시카(お鹿)란 이름으로 한베에와 또 아들 딸들과 평화롭게 살고 있다. 스가루의 딸 사야카는 카무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누케닌을 가장한 한 무리의 해상 집단이 마을에 접근한다. 이들은 자신은 닌자와 관병들을 피해 다니는 누케닌 집단이라 하면서 마을 사람과 칸베이에게 접근하며, 또 마을 사람들을 헤치는 식인 상어를 물리치는 등 마을 사람들을 도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실은 누케닌을 추격하는 닌자 무리들이다. 이들은 카무이를 죽이기 위해 어촌마을의 모든 사람을 독약으로 몰살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무이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카무이는 다시 반격을 가하여 자신을 죽이려는 닌자 무리들을 모두 처치한다. 그리고 다시 카무이에게는 정처 없는 도망자 생활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