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변에 닥친 위험과 맞서는 007
영화 <007 스펙터>는 007 시리즈의 24번째 영화이다. 007 제임스 본드 역으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하였다. 나는 초기 007 시리즈는 1962년에 개봉된 <007 살인번호>로부터 시작하여 빠짐없이 감상하였으나, 1980년대에 제작된 영화부터는 띄엄띄엄 보았다. 이 글을 쓸려고 지나간 007 시리즈를 죽 훑어보았는데, 결국 두어 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 것 같다. 그렇지만 1980년대까지 감상하였던 007 시리즈에 비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지 않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영화가 좀 재미가 없어졌는지, 아니면 나의 흥미가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는 못 느끼겠다.
007 시리즈에서 007 제임스 본드 역으로는 여러 명의 배우들의 출연하였다. 나는 그 가운데 뭐니 뭐니 해도 숀 코넬리를 최고로 꼽고 싶다. 그리고 로저 무어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나온 제임스 본드 역 배우들은 그다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고, 큰 매력도 못 느낀다. 이번의 <007 스펙터>에 출연한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는 그의 초인적인 힘과 함께 위트와 또 적당한 호색성(好色性)이 매력 포인트이다. 크레이그는 전사(戰士)로서의 능력은 모르겠지만, 나머지 조건에서는 좀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영화 <007 스펙터>는 2015년 제작되었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폭발 테러 이후 영국의 첩보기관인 MI6는 해체 위기에 놓인다. 첩보요원이 직접 투입되어 정보를 수집하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탈피하고, 첨단 정보통신 시스템을 이용하여 세계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려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이 바뀐 것이다.
한편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암호를 추적하던 제임스 본드는 사상 최악의 조직 ‘스펙터’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궁지에 몰린다. 그리고 MI6조차 그를 포기하면서, 본드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단절하라고 조직 내에 명령을 내린다. 그렇지만 본드는 그동안 서로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M16내의 지원인력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컴퓨터 담당 직원, 무기 공급 담당 직원, 인사 담당 직원들은 과거로부터의 본드와의 인연으로 M16 조직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본드를 도운다.
스펙터란 거대 조직이 제임스 본드가 사랑했던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새로 부임한 MI6의 책임자는 전 세계 정보부의 통합을 주도하며, 통합 정보 네트워크를 스펙터의 손아귀에 넘기려 한다. 이를 막으려던 전직 책임자 M은 결국 새 책임자에 의해 살해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임스 본드의 형이 이 음모의 주모자이다. 본드는 죽은 전직 동료의 딸과 함께 자신의 형을 처단하고 스펙터를 와해시킨다. 그리고 스펙터의 끄나풀이었던 M16의 새로운 책임자도 제거한다.
<007 스펙터>는 스펙터라는 거대 악과 제임스 본드의 싸움이긴 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싸움이기도 하다. 즉, 과거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인 M16을 정보통신에 기반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따르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다툼은 많은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대부분은 아날로그의 승리로 끝난다. 아날로그에 대한 인간들의 향수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