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편에서 싸우는 거북 괴수 가메라
괴수(怪獸) 영화는 많지는 않지만 여러 나라에서 계속 제작되어 왔다. 미국의 괴수영화라면 단연 킹콩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용가리>, <불가사리>, <괴물> 등 심심찮게 제작되었다. 그렇지만 괴수영화라면 어느 나라보다 일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영화는 단연 <고지라> 시리즈이다. 고지라는 1954년 <대괴수 고지라>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29편이나 제작되었다. 이 뿐만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고지라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으며, 또 일본과 미국이 합작한 고지라 시리즈도 있다. 이들을 모두 합한다면 고지라 영화는 거의 40편은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지라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괴수들도 탄생시켰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가메라> 시리즈이다. 가메라 시리즈는 1965년 <대괴수 가메라>란 제목으로 처음 제작된 이래 지금까지 12편이 제작되었다. 고지라가 공룡에서 돌연변이하여 변형된 괴수라면, 가메라는 거북이가 변형된 괴수이다. 일본어에서 거북을 카메(龜)라 한다. “가메라”란 이름도 거북을 뜻하는 카메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은 1995년에 가메라 시리즈 탄생 3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되었다. 가메라 시리즈의 9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동양에서 거북이는 영물(靈物)이자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동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나 중국, 그리고 일본의 옛이야기를 보더라도 거북이는 항상 사람을 도우는 역할로 등장하지 사람을 괴롭히는 역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은 비단 우리 동양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거북이에 대한 공통적인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거북이를 보면 항상 느릿느릿하고 태평스러워 도무지 악한 구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악어 거북과 같은 포악한 거북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거북이는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항상 좋은 동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소개하는 영화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에 등장하는 <가메라>도 사람을 도와 나쁜 괴수를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일본 규슈에 있는 어느 섬에 새의 모습을 한 3마리의 괴조(怪鳥)가 나타난다. 정부는 귀중한 생물이라 판단하고 이를 포획하려 한다. 후쿠오카 돔에 많은 돼지고기를 쌓아놓고 괴조를 유인한다. 괴조에게는 <갸오스>란 이름을 붙인다. 이때 돌연 거북 모습의 거대 생물, 즉 가메라가 나타나 갸오스를 공격한다. 일본 자위대는 갸오스보다 가메라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가메라를 공격하여 갸오스를 구출한다.
그러나 갸오스는 무성 생식을 하는 생물로서 그 개체가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그리고 갸오스는 알을 낳으면 몸집이 급속히 커진다. 알을 낳고 거대해진 갸오스는 동경으로 이동하여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습격한다. 갸오스는 사람들을 먹이로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런데 이미 거대해진 갸오스의 공격에 군대도 속수무책이다. 이때 가메라가 나타나 갸오스를 퇴치하고, 사라진다.
요즘이야 괴수영화를 만들 때 괴수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지만, 과거에는 대개 괴수 모습의 봉제 인형을 만들어 그 속에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를 하였다. 그래서 지금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에 익숙해진 영화팬들의 눈에서 보면 옛날의 괴수영화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란 것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영화는 1995년에 제작되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이미 도입된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으로 괴수를 만들어 촬영을 하였다. 고지라는 공룡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봉제 인형을 뒤집어쓰고 연기하여도 어느 정도 참을 만 하지만, 가메라나 갸오스는 거북과 새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어렵다. 그래서 인형을 만들어 다른 기구를 이용하여 이것을 움직인 것 같다. 그래서 가메라나 갸오스가 움직이는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 시기는 일본 경제가 세계를 제패할 세계이다. 그러한 경제력에도 불고하고, 역시 문화라는 영화에서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3년 뒤 할리우드에서 <고질라> 영화를 제작한다. 이 할리우드 <고질라>도 영화팬들로부터 상당히 혹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할리우드 <고질라>와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을 비교한다면, 제작 기술에서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이다. 스토리도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은 좀 유치한 편이다. 아마 주 관객 타깃을 아이들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괴수 영화는 여러 점에서 매력이 있는 장르이다. 일본 괴수영화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등 한 단계 발전해 좀 더 재미있고, 박진감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