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Dec 24. 2021

박사학위 표절 논란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박사 학위란 무엇인가?

어느 일본 TV 드라마를 보니 주인공의 장모가 걸핏하면 정색을 하고 "저는 무사의 딸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저는 양반집 딸입니다." 정도일 것이다. 일본은 무(武)를 자랑으로 삼지만 우리는 문(文)에 대해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한다.


이러한 전통 탓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박사 학위를 자신을 과시하는 아주 고급 장식품쯤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연구나 교육과는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도 너도나도 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정치인, 고위공무원, 사업가 등 조금 알려진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박사이다. TV에 출연하여 시사평론을 한다는 사람들, 대담 프로에 출연하는 사람들 모두 박사이다. 아마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박사가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렇게 어중이떠중이 모두 박사이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가 없다.


모 유력 정치인의 부인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시끄럽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인사 청문회 때는 논문 표절이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이다. 논문 표절을 비난하는 정치인, 방송에 출연하는 소위 평론가들 그 스스로도 논문 표절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모르겠다. 특히 이번 정치인의 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위 하느라고 딴짓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공언까지 했으니, 표절 논란을 스스로 부른 점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가운데서 표절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업 학생이 아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의 경우, 압도적 다수가 표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래서야 자신을 과시하고 스스로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받은 박사 학위가 이제 스스로의 목을 노리는 칼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스스로를 치장하기 위해 쓴 장식물이 독이 되어 돌아왔으니 자업자득이라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러다간 논문 표절이 우리나라에서 인재를 발굴, 등용하는 장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박사를 대상으로 표절에 관한 자기 고백의 기회를 주고 대사면 조치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이제는 더 이상 필요도 없는 박사 학위를 받으려는 사회적 허영을 버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쓴 당신은 얼마나 학위논문 표절에서 자유로운가?" 그건 비밀이다. 나는 이젠 사회적  검증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므로 나는 고백할 필요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ガメラ大怪獸空中決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