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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2. 2022

영화: 동방불패(東方不敗)

초절정 고수 임청하의 중성미(中性美)

영화 <동방불패>는 1992년 홍콩에서 제작되었다. 이 무렵 홍콩 무협영화는 쿵푸 영화를 거쳐 좀 가라앉는 추세에 있었다. 영웅본색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홍콩 누아르가 새로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성룡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쿵푸 영화도 현대를 무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전통적인 무협영화는 사양화하는 추세에 있었는데, 이때 개봉되어 대히트를 친 영화가 바로 <동방불패>였다. <동방불패>는 정작 영화를 제작한 홍콩이나 그 밖의 중화권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다. 


천하제일의 무술 비급인 규화보전을 최고로 연성하면 무공은 상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지지만, 그 대신 이를 익힌 남자는 점차 여성으로 변하게 된다. 일월신교의 교주인 동방불패는 규화보전을 익혀 절정의 고수가 되지만, 그 탓으로 거의 여성으로 변해버린다. 적의 습격을 받는 자리에서 독고구검을 익힌 주인공 영호충을 우연히 만나, 그의 도움으로 동방불패는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실은 이미 여성화가 된 동방불패가 영호충에 대한 연모의 마음을 가지게 되어 일부러 위기에 빠진 듯이 보인 것일 뿐, 그는 이미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어 누가 오더라도 그의 무공을 당할 수 없다. 


동방불패는 악의 무리인 일월신교의 교주이면서, 일본의 해적과 손을 잡고 무림을 제패할 꿈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악의 최 우두머리이면서도 동방불패는 영호충을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번민한다. 그 때문에 영화 속에서 동방불패는 악행만을 행하는 것은 아니다. 악랄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때로는 주인공인 영호충 일행을 돕는 등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마침내 영호충 일행은 동방불패의 정체를 알게 되어 그를 제거하려 싸움에 임한다. 그러나 천하의 절정 고수들인 영호충 일행이 함께 동방불패에게 덤비지만, 동방불패의 무공은 이들을 능가한다. 어쩔 수 없이 영호충 일행은 인질 전략을 사용하여 동방불패를 패퇴시키고, 그를 죽인다. 

동방불패 역은 임청하가 연기하였다. 임청하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는데, 이 영화 하나로 완전히 최고 스타가 되었다. 규화보전을 연성하여 점차 여성화되어 가는 동방불패의 모습을 중성미 넘치는 임청하가 거의 완벽히 소화해내었다고 평가된다. 이 영화에서 동방불패는 최고의 악당이지만, 사랑에 번민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그녀?)가 결국 싸움에서 져서 죽게 되는 것도 이러한 끊지 못하는 사랑의 굴레 때문이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하지 않고, 선과 악이 뒤섞이면서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서 번민하는 동방불패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다. 


<동방불패>는 중국 무협 영화에서의 결투 장면을 한 단계 높였다고 생각된다. 과거는 피아노 줄을 이용한 단순한 무술 연기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특수 촬영 기법을 동원하여 무협영화의 전투 신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된다. 스토리는 차치하고라도 전투 장면만 감상하더라도 이 영화를 본 본전은 충분히 뽑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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